같은 족삼리가 같은 족삼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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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족삼리가 같은 족삼리가 아니다
  • 승인 2021.12.03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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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이승민

mjmedi@mjmedi.com


‘이개국어? 이개의어(醫語)!’로 설명하는 한의학(10)
이승민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컬아카데미

Q. 어렸을 때부터 몸이 조금 안 좋으면 어머니께서 동네 의원보다는 한의원에 데려갔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지금도 몸이 불편하면 침부터 맞으러 가는 편인데요. 한의원에 자주 가다 보니 원장님께서 쓰시는 혈자리도 반복되더라고요. 밥을 급하게 먹어서 소화가 안되었을 때도 무릎 밑에 있는 족삼리에 놓으시고, 무릎이 아파서 갔을 때에도 또 족삼리를 쓰시던데요. 피로가 심해서 오신 할머니 분도 족삼리에 침이 꽂혀 있더라고요. 이쯤 되니 저도 침 놓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이게 과연 맞는 건가요?

 

A. 한의원을 애용 하시는군요! 한의원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아마 족삼리와 합곡혈 정도는 다 아실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질환에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는 혈자리이죠. 하지만 모든 한약에 감초가 들어간다고 해서 환자분들이 한약 처방을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많은 질환의 치료에 있어서 족삼리 혈이 자주 들어간다고 해도 자극시점, 자극 깊이와 방법, 다른 혈자리와의 조합 등에 따라서도 족삼리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족삼리가 같은 족삼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즉, 똑같이 찌른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족삼리는 足陽明胃經의 혈자리로 ①調理脾胃, 和腸消滯, ②調氣血, 通調經絡氣血, ③扶正倍元, 祛邪防病 하는 성질이 있다고 하여 소화기 질환, 하부 운동기 질환과 통증, 면역력 개선 등 매우 다양한 질환에 쓸 수 있다고 나옵니다.[1] 적응증이 실로 넓어서 족삼리혈이 ‘만병통치’ 혈자리라는 말은 송나라 시절 문헌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현대에 들어와서 침구의학 분야 동물 및 임상 연구에서도 혈자리 중에서 제일 많이 쓰이고 연구된 혈자리 1, 2위를 다툽니다.[2] 만성피로증후군 연구에서도 가장 많이 쓰인 혈자리 1위 (Figure 1), 슬관절염 관절 질환에서도 가장 많이 쓰인 혈자리 1위, 그리고 69명의 한의사 대상으로 모의 기능성소화불량 환자의 치료에 선혈 분석에서도 중완, 합곡, 태충, 내관과 함께 탑 5위에 드는 것을 보면 그 쓰임이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3-5]

[Figure 1. 만성피로증후군 연구에서 가장 많이 쓰인 혈자리 순위]

그나마 혈자리 중에서는 가장 다양한 질환에,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가 되었기 때문에 현대 한의사들의 임상 적용 및 기전 이해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족삼리는 자극 시점, 깊이나 방법, 그리고 다른 혈자리와 조합에 따라 나타나는 임상 효과가 다릅니다. 제일 최근에 네이처지에 발표되었던 연구에서도 족삼리 혈자리는 천자 및 강자가 아닌, PROKR2 발현 뉴런 무리가 많이 위치한 뒷다리의 깊은 근막에서 0.5mA의 (매우 살짝 느껴지는 정도) 약한 자극의 전침 치료를 시행했을 때 항염증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같은 족삼리에 자침하더라도 강한 자극에는 그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쑤시개로 찌를 때에는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6-7]

소화기 연구에서도 족삼리는 위배출능을 향상시키고 위의 gastrin 농도를 감소시켜서 스트레스로 인한 궤양 발생을 억제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항염증 논문들과는 다르게 1cm정도의 천자로도 효과가 나타나고, 같은 근육 부위에 있는 비경혈점이나 3cm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는 양릉천 혈자리에 자극했을 때에는 효과가 족삼리만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8-9]

이렇게 작용 범위가 넓은 족삼리는 임상에서 같이 사용되는 혈자리와의 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치료의 방향성이 생기게 됩니다. 족삼리와 내관 혈자리를 조합하면 위장관복합운동을 향상시키고, 족삼리와 배수혈을 조합하면 면역 기능 개선 등을 위한 만성질환 치료에 쓰이고, 족삼리와 음/양릉천, 독비, 내/외슬안은 슬관절염 치료에 다용됩니다. 최근에는 족삼리와 풍지 조합이 섬유근통, 과민성 대장 증후군, 만성 피로 증후군, 원발성 불면증, 그리고 강박장애 등과 같은 심신증 혹은 정신과적 증상을 앓고 있는 환자의 BDI 점수를 개선시키는 것으로 밝혀졌고, 두뇌내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는데요.[10] 이렇듯, 족삼리는 같은 족삼리더라도 자침 깊이, 방법, 조합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를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한의사에게 맞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참고문헌

[1] 전국한의과대학 침구경혈학 교실 편저. 침구학. 서울, 집문당

[2] Li F, He T, Xu Q, et al. What is the acupoint? A preliminary review of acupoints. Pain Medicine. 2015;16(10):1905-1915.

[3] Wang T, Xu C, Pan K, Xiong H. Acupuncture and moxibustion for chronic fatigue syndrome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Complement Altern Med. 2017;17(1):163.

[4] Kawakita K, Jang JH, Takahashi N, Shichidou T, Itoh K, Sumiya E, Furuya E, Yamashita H, Tsukayama H, Hahn SK, Park HJ, Lee SD, Kim YS. Report of the 3rdJapan-KoreaworkshoponacupunctureandDBM-protocoldevelopmentfortheacupuncturetrialontheosteoarthritisoftheknee.JapAcupuntMox,2007;391;12-25.

[5] Kim SY, Hong SH, Park JW, Lee H, Kim J, Kim Y, Baik YS, Ko SJ, Kim SK, Lee IS, Chae Y, Park HJ. Analysis of diagnostic decision in acupuncture from the actual functional dyspepsia patient's clinical information. Integr Med Res. 2020;9(4):100419.

[6] Liu S, Wang Z, Su Y, et al. A neuroanatomical basis for electroacupuncture to drive the vagal-adrenal axis. Nature Published Online First: 13 October 2021. doi:10.1038/s41586-021-04001-4

[7] Torres-Rosas R, Yehia G, Peña G, Mishra P, del Rocio Thompson-Bonilla M, Moreno-Eutimio MA, Arriaga-Pizano LA, Isibasi A, Ulloa L. Dopamine mediates vagal modulation of the immune system by electroacupuncture. Nat Med. 2014;20(3):291-5.

[8] 하나연, 박재우, 김진성. 족삼리 전침 자극이 초음파로 측정된 위배출능에 미치는 영향: 건강인 대상 예비연구. 대한한방내과학회지. 2018;39(3):426-442.

[9] Jang KH, Kim MD, Yu YC. Effects of Long Term Stimulated Acupuncture at ST 36 on the Serum Gastrin Level in Rats. Korean J of Oriental Physiology & Pathology 2003;17(3):672-6.

[10] Chen A. An introduction to sequential electric acupuncture (SEA) in the treatment of stress related physical and mental disorders. Acupunct Electrother Res. 1992, 17: 273-283.

 

이승민 /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컬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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