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90>수양과 절제를 통한 延年益壽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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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90>수양과 절제를 통한 延年益壽의 길
  • 승인 2021.1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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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鍊形要訣』② 

이 책의 본문은 ‘新刊居家必用事類卷之七’이란 권수제로부터 시작하기에 명대 간본 『居家必用事類全集』제7권과 대조해 보았으나 차서와 수록내용이 서로 다르다. 여기서는 맨 먼저 請蓬萊仙衆降箕法이란 선도비술에 대한 내용이 다른 것보다 앞서 실려 있다.

 ◇ 『연형요결』
 ◇ 『연형요결』

이어 ‘삼원참찬연수서’란 소제가 붙어 있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10권으로 편찬한 명간본 『居家必用事類全集』에서는 癸集에 실려 있는 부분이다. ‘삼원참찬연수서’란 흔히 ‘삼원연수서’ 혹은 그냥 ‘연수서’라고 통칭되는 수양서로 저자는 도가술사가 아닌 원나라 때 안휘성 사람 李鵬飛로 일찍부터 의학을 공부한 儒醫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개가하여 집을 떠난 생모를 찾아 방방곡곡을 떠돌다가, 3년 만에야 늙은 어미를 만나게 되자 모시고 돌아와 일평생 극진하게 봉양했다고 전한다. 또한 그 어미가 죽은 뒤에도 가솔들을 모두 이끌고 시묘살이를 지내는 등 효성을 다하였기에 『元史』‧ 孝友傳에 올라있을 정도로 이름난 효자였다.

연수서는 명대 胡文煥이 엮은『壽養叢書』에 들어 있으며 『道藏』에도 포함되어 있기에 양생가들에게 널리 읽혀지게 되었다. 여기서 ‘三元’이란 이른바 ‘天壽’라고 부르며,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한정된 운명이라는 다분히 숙명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 조화를 구하고 음식섭취를 절제함으로써 주어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능동적인 수양법을 상징적으로 대표하고 있다.

결국 삼원연수서에서 주장하는 양생의 3대 원칙은 『황제내경소문』‧ 상고천진론에서 말한 ‘飮食有節, 起居有常, 不侫作勞’라는 구절을 한층 더 발전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天元(精氣不耗), 地元(起居有常), 그리고 人元(飮食有度)으로 대분되어 있고 神仙救世却老還童眞訣과 神仙警世를 덧붙여 구성하였다.
 
좀 더 부연하자면 첫째는 건전한 성생활, 둘째는 정서적인 안정과 편안하고 쾌적한 주거 생활, 셋째는 적절한 음식과 섭생 수칙의 준수를 말하는데, 여기서 인용한 부분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각 주제별 이론으로부터 구체적인 섭생법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천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精’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欲不可絶, 欲不可早, 欲不可從, 欲不可强, 欲有所忌’ 등으로 상세하게 조목을 나눠 분석을 전개하였다.

일찍이 삼원연수서의 작자 이붕비는 自序에서 “양생이란 爐鼎訣(연단술)이나 吐納術(호흡법)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하면서 현묘하고 허황된 일에 힘쓰지 말라는 유가의 기본입장을 견지하였다. 특히 服石과 煉丹으로부터 대표되는 도가식 불로장생법과 광물성 금석제제 복용에서 야기된 폐단을 막고 일상위생과 건강수칙을 준수함으로써 건강수명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후대 양생의학과 유가 수양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책판목록에 세종 20년(1438) 전주에서 중간한 조선간본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에 도입된 이후 비교적 널리 읽혀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의방유취』인용제서에는 약서명인 ‘延壽書’로 등재되어 있는데, 사대부의 수양서이자 의가들의 양생전문서로 여러 차례 인쇄하여 보급할 정도로 폭넓게 애호를 받았다.

한편『동의보감』역대의방에는 이 책의 서명이 올라있지는 않지만 신형문 ‘學道無早晩’ 조에 들어있는 인용문은 바로 삼원연수서 제4권 神仙救世却老還童眞訣에서 차용한 것이어서 그 영향력이 조선 중기에 이르기까지 널리 미쳐졌음을 알 수 있다. 이상 내용을 감안해 보면, 이 책 역시 환단복석 같은 방술을 버리고 건전한 일상과 자기수양을 통한 건강수명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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