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세상 착한 사람들의 청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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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세상 착한 사람들의 청정한 이야기
  • 승인 2021.12.1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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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 싸나희 순정
감독 : 정병각출연 : 전석호, 박명훈, 김재화, 최대철
감독 : 정병각
출연 : 전석호, 박명훈, 김재화, 최대철

우리는 때때로 갑갑한 도시의 일상에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물론 그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싶어도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기에 사람들의 심적 고충이 더욱 더 심해지고 상황이다. 이럴 때 비슷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따뜻한 영화 한편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대리만족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도시를 떠나 마가리에 도착한 시인, 유씨(전석호)는 우연히 만난 원보(박명훈)의 집에 묵게 된다. 원보는 유씨를 보니 가슴이 자라고 있다며 만져보라 하거나 순정의 세계를 아냐는 둥, 동심의 세계를 아냐는 둥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유씨는 이러한 원보와 약간 거기를 두려고 하지만 서서히 그의 순수함에 빠져들게 되고 낯선 이를 반갑게 맞이해 준 마가리 주민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게 된다.

류근 시인의 스토리툰 <싸나희 순정>을 영화화한 작품인 <싸나희 순정>은 최근 보기 힘든 착한 영화이다. TV 드라마에서도 불륜이나 폭력, 살인 등의 자극적인 반사회적 소재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에서 이렇게 순수하고 착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싸나희 순정>은 악역 한 명 등장하지 않는 청정한 영화이다. 그로인해 강렬한 마라맛 같은 갈등 구조가 없는 관계로 관객에 따라 매우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석호와 박명훈의 티키타카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심심할 틈이 없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시골 사람들이 모두 순수하지는 않기에 비현실적인 요소도 없지 않아 있지만 각박한 도시를 떠나 다양한 컬러의 색이 존재하는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한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잠시 여행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의 심리적 위안을 주기에 충분하다.

남양주종합촬영소장 등을 역임한 정병각 감독이 1998년 <세븐틴> 이후로 23년 만에 연출을 한 작품이기도 한 <싸나희 순정>은 순진무구한 엉뚱발랄 어른이 원보와 지쳐버린 낭만주의자 어른애 유씨를 통해 현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하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깨끗한 동심의 마음을 선사해 주고 있다. <기생충>에서 반전의 캐릭터로 유명했던 박명훈이 <싸나희 순정>을 통해 따뜻하고 순수한 감성 소유자를 연기하며 그만의 매력을 맘껏 뽐내고 있으며, 여러 작품을 통해 친숙한 전석호와 김재화, 최대철 등의 연기자들이 마치 마가리 현지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작품 속에 녹아든 현실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만약 지금 답답한 현실을 박차고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우선 어른들을 위한 힐링 영화인 <싸나희 순정>을 감상한 후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갖고 있는 ‘싸나희 순정’을 꺼내 이 세상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잠시나마 낭만주의자가 되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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