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93> - 『朝鮮女俗考』②
상태바
<고의서산책/ 993> - 『朝鮮女俗考』②
  • 승인 2022.01.01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삼신에게 바치는 흰쌀밥과 미역국

  이 책의 전체 내용 가운데서도 가장 의약과 관계 깊은 것은 아무래도 제16장 朝鮮婦女産育雜俗이 될 것이다. 이 장은 다시 1) 朝鮮人之嗣續觀念, 2) 懷胎說夢, 3) 胎中占驗, 4) 産婦必食白飯藿湯, 三碗飯羹先祭胎神, 5) 儉繩懸扉, 6) 止兒啼法 등 6절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 『조선여속고』
 ◇ 『조선여속고』

  그 첫 문장은 남아선호 풍습에 관한 것으로 자못 개탄스러운 것이다. “我朝鮮人은 不重生女고 而重生男니 男而無子者는 爲不孝라 故多畜妾而亂家道者有之고 ……”라 했으니 조선 사람은 딸보다 사내아이를 귀중하게 여기며, 사내로서 자식을 두지 못하면 불효라 여기므로 첩실을 두어 집안 살림을 어지럽히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또한 “여자로서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경우에는 병이 있다고 하여, 심지어는 七去之惡 가운데 하나로 삼으니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후사를 잇고자 하는 관념이 가장 강력하기로는 우리 조선 사람만 같은 경우가 없다고 하였다.(……女之無子者는 謂之病. 而甚至爲七出之一條件니 世界之中에 嗣續觀念之最强者는 無有如我朝鮮人者也로다.”)

  여기서 우리 민족의 祈子 습속으로는 『삼국사기』고구려본기에 부여왕 해부루가 늙어서도 자식이 없자 산천에 제를 지내 후사를 구하였다 하였고 『고려사』에서도 태자가 후사를 두지 못해 사신을 백마산으로 보내 禳祭를 지냈다고 적었으니 오래된 풍속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여자 불임의 경우, 의학적인 이유와 그 기본적인 치법을 기재하였다. 즉, “婦女不能生産은 醫云血分不足所致, 而用四物湯. 香附丸七製者等漢方藥야 以補血氣. 而調月經야 由是得效者頗有之라.”라 하여 사물탕 가감방이나 칠제향부환 등의 한약제로 기혈을 보충하고 월경을 조절하여 효험을 거둔 사례가 많았음을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까지도 조선의 양반집 규수나 처자들은 외부사람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는지라 병이 생겼을 때, 팔목에 끈을 묶어 매달고 의원을 맞이해 집안으로 들이되, 방 밖에 앉혀두고 실을 집어 진맥하고 음부나 자궁에 이르러서는 의원이 그 병든 곳을 살펴보는 일이 없다며, 믿지 못할 조선풍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한탄해 마지않았다.

  나아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조선의 부녀자들이 차츰차츰 開放하게 될 서광이 비추어서 다시 예전처럼 문을 걸어 닫고 부끄럽게만 여기던 시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므로 부녀자에게 자궁병이 있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 醫院에 입원하여 수술받기를 요청한 뒤에 사내아이도 낳고 딸아이도 낳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하였다.

  다른 한편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산부에게 미역국을 먹이는 풍습이다. 제4절의 ‘産婦必食白飯藿湯, ……’조에 이 습속에 대한 기술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여기서 “藿是海苔니 其性이 破血야 適於産婦故也라 家有孕婦야 將近滿月면 則備置藁席糞布, 及米藿以待之라가 及分娩洗兒後에 卽進白飯藿羹 ……”라 하여 미역에 파혈하는 약성이 있어 산부에게 적합하다며 긍정적으로 이해하였다.

  글 가운데, 잘못 알려진 産俗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혀놓기도 하였다. 세속에서 護産神이 셋이어서 三神이라 부른다 하나 내(愚案: 저자 자신을 지칭.)가 생각하건대, 우리말에 태를 삼이라 부르니, 이른바 三神이란 곧 胎神을 말하는 것이거늘 속인들이 三자를 숫자로 인지하여 이 같은 오해가 빚어진 것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아 해설했다.

  또한 耳溪 洪良浩(1724~1802)가 지은『孔州風土記』에 북쪽 지방 풍속에 태아가 몸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물동이(水盆)에 넣고 피를 씻어주는데, 이는 태열을 없애주는 것(去胎熱)이라고 말한다. 여기 등장하는 ‘공주풍토기’는 그가 남긴 지리지,『北塞記略』첫머리에 실려 있는 것인데, 홍양호가 경흥부사를 지내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동북방 국경지대의 풍물과 사적을 밝혀놓은 귀중한 민속자료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