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97> - 『本草要覽』①
상태바
<고의서산책/ 997> - 『本草要覽』①
  • 승인 2022.01.29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臨病投劑에 앞선 本草藥性의 중요성

  오랜만에 본초약물에 관한 전문서를 살펴보려고 이 책을 집어 들었으나 내용을 살피다보니, 순수 본초서라기보다는 본초방서에 해당될 듯하다. 표지 겉면에는 ‘萬病回春方’이란 표제가 적혀있고 ‘辛酉年 正月十一日’이라 적은 연기가 보인다. 표지 다음에 이제면에는 ‘本草要覽’이라는 제목과 함께 ‘乙未仲秋上浣’이라고 적은 등사시기가 밝혀져 있으니, 아마도 1800년대 후반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 『본초요람』

  목차는 따로 붙어있지 않으나 다행히 서문이 남아있어 저술동기를 살펴볼 수 있다. 대강 요지를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의서를 읽는 방법에 있어 본초와 더불어 병증은 처음부터 경중을 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만약 그 선후와 긴절하고 덜한 것을 구별하자면 본초가 먼저이고 긴절한 것이니 왜 그런가? 약성에 밝으면 臨病投劑에 정확하고 상세하게 살필 수 있으나 약성에 밝지 못하면 비록 병증에 대해 충분히 알게 됐다할지라도 어떻게 치료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나아가 의원의 용약법에 대해, “비유컨대 장수의 용병술과 같으니 비록 적의 세력을 자세히 모른다할지라도 장차 병졸들이 心服한다면 오히려 烏合之卒이라도 쓸 수가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비록 적진의 세력을 꿰뚫어 알고 있다 할지라도 패하지 않을 자가 거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의약을 논하는 자리에서 매번 약성을 가지고 조심해서 반드시 먼저 살펴야한다고 한 것이 바로 이런 까닭이다.”라고 했다.

  또한 “金君 敎淵을 알고 지낸지가 여러 해 되었는데, 그가 본초서를 읽는데 족히 힘을 썼다고 말할 수 있다. 책을 숙독하고 연마를 거듭한 처방을 모아 한 책으로 엮어서 이름을 ‘본초요람’이라고 붙였다. 내게 책머리에 붙일 서문을 요청했는데, 그 독실한 뜻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하며, 이 책에 서문을 짓게 된 경위를 밝히고 있다.

  아울러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일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대개 이 책은 읽어보기에 편리하고 이해하기에 쉬우니, 정수를 읽고 요점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어리석은 견해와 더불어 기약하지 않아도 저절로 합치될 것이므로 이렇게 적는다.”고 추천하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서문을 지은이는 성명이 남아있지 않으나 책 가운데 어디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저자의 이름이 서문에 드러난 점은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다. 문투로 보아 저자는 서문의 작자보다는 연하로 여겨지며, 金敎淵이라는 이름이 분명한데 그 인물정보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연안김씨족보에 동명의 김교연이란 인물이 보이긴 하지만 저자와 동일인인지 여부는 아직 확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서문에 이어 본문을 살펴보면, 먼저 病本, 脈法, 相反藥, 瘟黃日 등 개설부가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가 본격적인 본초경험방서의 치료각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먼저 瘇瘡部로부터 시작해서 痘疫部, 瘰癧部, 咽喉內治部, 婦瘧兼瘧部, 傷寒兼痰積部, 설사겸이질부, 해수겸대소변부, 滯症兼蛔逆部, 황달부, 부인제병부, 鍼灸別穴部, 靈龜法, 通天通神經驗部 등 14부류의 병증문별로 구성되어 있다.

  대체로 본문 구성은 병증에 대한 설명이 없이 유효방제만을 열거한 형식을 띠고 있으며, 주로 창양이나 나력, 종창 등 외과질환을 앞세우고 있다. 또 두창과 같은 역병이나 학질, 상한병과 같은 전염성질환, 그리고 침법이나 경험방을 강조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나력이나 종창을 위주로 외과치료에 능했던 외치의가 남긴 경험방서로 보인다.

  이 책은 대체로 형식적인 면에서 완결성이 부족하고 傳本도 불명확해서 상세히 논하기 어려우나 조선 후기 임상의가 자신의 치료경험을 살려 유효처방과 침법만을 남긴 실천적인 경험의서로 보인다. 이와 유사한 이사본에 본문이 가결로 되어 있고 권말에 瘇藥神方篇, 相反藥이 별도 기재되어 있어, 善本확보와 후속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