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차적응을 위한 침? 자오유주 침법의 현대적 이해와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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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차적응을 위한 침? 자오유주 침법의 현대적 이해와 응용
  • 승인 2022.01.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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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이승민

mjmedi@mjmedi.com


‘이개국어? 이개의어(醫語)!’로 설명하는 한의학(12)
이승민
한의사

Q. 현재 한의과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오장육부 및 해당 경락마다 활성화되는 특정 시간대가 있다고 배웠고, 그 시간대에 따라 치료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심지어 침구 수기법의 보사법 중에 오전에는 오른쪽으로 침을 돌리는 것이 보법이 되지만 오후에는 왼쪽으로 돌리는 것이 보법이 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같은 시간대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환자는 어떻게 치료해야 되는 건지 오히려 의문이 생기고,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현대에는 이런 이론을 어떻게 쓸 수 있나요?

 

A. 자오유주침법, 그리고 특정 보사법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자오유주침법은 천간과 지지를 몸의 오장육부 및 경락과 결부시키고, 그 십이경맥의 기혈이 왕성하게 흐르는 시간대를 선택해서 침으로 허실성쇠를 조절하고 신체 내 음양화평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1] 실제로 장부경맥별로 왕성한 시간대를 두 시간 단위로 쪼개서 새벽 1시-3시까지 간, 새벽 3시-5시까지 폐, 5시-오전 7시까지 대장, 오전 7시-9시까지 위, 오전 9시-11시까지 비, 오전 11시-오후1시까지 심, 오후 1시-3시까지 소장, 오후 3시-5시까지 방광, 오후 5시-저녁 7시까지 신, 저녁 7시-9시까지 삼초, 저녁 9시-11시까지 삼초, 그리고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라고 하고 있죠. 그리고 치료하고자 하는 경맥은 그 경맥이 실해지기 바로 전 시간대나 그 해당시간대에 치료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치료 방법을 모든 병증에 끼워 맞추려고 하면 이해가 안 되지만, 신체주기(circadian rhythm)와 연결된 질환들에 국한시켜 보면 신기하게도 많은 부분이 설명이 됩니다.

 

현대의학에서는 특정시간대에 몸의 생리와 병리가 달라지는 것을 시간생물학(chronobiology)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밝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연구들을 바탕으로 생체리듬치료(chrono-therapy), 그리고 시간영양학(chrono-nutrition)에서는 특정시간대에 약물이나 음식을 복용해야 체내에서 흡수, 분포 및 배출이 더욱 잘되고 해당 질환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2] 예를 들어, 한의학에서 새벽 3시-5시까지는 폐의 시간대로 분류가 되고, 실제로 폐와 관련된 증상이 잘 나타나는 시간대입니다. 현대 알레르기나 천식 환자들의 기관지 증상은 특히 이 시간대에 많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한의학적 이론에 의하면) 폐와 관련이 있는 아토피와 같은 피부 질환도 새벽 시간에 더욱 악화되어 환자분들이 힘들어 하는데요. 유독 밤이 되면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가 기도를 이완시키는 코티솔과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의 수치가 떨어지고, 염증과 가려움을 악화시키는 히스타민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천식 약물은 자기 전에 복용해야 혈중 약물 농도치가 밤에 높아져서 새벽에 악화되는 증상을 막을 수 있다고 하고, 비슷한 원리로 침 치료도 오전보다는 당연히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해야 하고, 오히려 약물보다 체내 작용이 더 빠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폐의 경맥이 가장 왕성한 시간대에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2,3]

최근 10년 사이에 활발하게 연구된 또 다른 분야로는 대장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새벽 5시에서 오전 7시 사이가 대장이 가장 왕성한 시간대로 분류가 되는데요. 밝혀진 바에 의하면 장에 있는 생체 시계는 기상 후 1시간 안에 장에 신호를 보내서 연동운동을 세 배 더 활발하게 하고, 아침 식사 전에 변을 배출시켜서 비워낼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변활동도 오후나 저녁보다는 아침 기상 후 하는 게 더 건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4]

자오유주침법은 과거 이론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 21세기에 들어와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응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시차적응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최근에 꽤 인기 있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이동하려는 곳의 시간에 맞춰서 미리 해당 장부경맥의 혈자리를 두 시간 마다 자극해 줘서 신체 기능을 새로운 지역의 시간에 맞춰준다는 이론인데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뉴욕으로 가려고 하는데, 인천은 저녁 10시이면 뉴욕은 오전 8시입니다. 그럼 오히려 인천 공항에서 저녁 10시에 대기하고 있을 때 현지 시각인 오전 8시에 왕성해야 할 위경맥의 수혈을 자극하여 활발하게 만들어 주고, 두 시간마다 그 다음 경맥의 수혈을 자극하여 현지 시간에 몸을 맞춰준다는 이론입니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시차 적응을 해야 하는 현지 시각에 따라 미리 자극을 통해 생체리듬을 조절해 보고자 한다는 의도에서는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렇듯 시간생물학(Chronobiology) 연구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이해하는 자오유주(子午流注)침법은 앞으로도 계속 연구가 활발하게 되어야 할 중요한 분야이고, 얼토당토 않는 얘기는 그냥 넘어가면 되지만, 그 속에서 혹시 현대과학으로 재해석할 만한 내용은 없는지 한 번 정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1] 안창법, 이윤호. 자오유주침법 (子午流注鍼法) 에 대한 문헌적 고찰. J Acupunct Res. 1986;3(1):61-82.

[2] Smolensky, M.H., A. Reinberg and G. Labrecque. Twenty-four hour pattern in symptomintensity of viral and allergic rhinitis: Treatment implications. J. Allergy Clin. Immunol. 95:1084-1096, 1995.

[3] Sajan J. Chronotherapeutics and chronotherapeutic drug delivery system.《Tropical Journal of Pharmaceutical Research》 2009;8(5):467-475.

[4] Hoogerwerf WA. Role of clock genes in gastrointestinal motility. Am J Physiol Gastrointest Liver Physiol. 2010 Sep;299(3):G549-55.

[5] Smolensky MH, Portaluppi F, Manfredini R, Hermida RC, Tiseo R, Sackett-Lundeen LL, Haus EL. Diurnal and twenty-four hour patterning of human diseases: cardiac, vascular, and respiratory diseases, conditions, and syndromes. Sleep Med Rev. 2015 Jun;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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