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98> - 『本草要覽』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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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98> - 『本草要覽』②
  • 승인 2022.0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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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향약경험이 배어있는 실전 本草方書

  전호에서 이미 살펴보았다시피, 이 책은 본초약물에 관한 전문서가 아니라 자생 향약본초에 어울리는 경험의방을 한데 모아 편집한 본초방서에 해당한다. 조선의학에서 본초약물에 관한 전문서라고 부를 만한 책으로는 『향약집성방』에 들어있는 향약본초와 『동의보감』탕액편(일명 탕액본초), 그리고 『본초정화』와 『의종손익부여』와 같이 의학전서 안에 포함된 것이 대종이어서,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본초요람』

 삼국시대 이래 고려말 향약본초를 개발한 이후로부터 시작하여도 고유의약 경험이 결코 적지 않고 한반도를 비롯한 강역 안에 자라나는 독특한 약종이 수 없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랜 한의약 역사에 비해 본격적인 본초약물학 책이 많지 않은 것은 다소 의아할 정도이다.

  이에 반해 본초방서는 흔한 편이어서, 주로 단방약제나 서너 가지 본초약재로만 구성한 향약단방 처방을 다룬 방서가 주종을 이룬다. 현존 최고의 향약의서인 『향약구급방』을 위시하여 『비예백요방』,『삼화자향약방』같은 향약의서는 말한 것도 없이,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구급방』,『구급간이방』,『촌가구급방』같은 구급간이의서, 그리고 『동의보감』병증문마다 붙어 있는 단방들도 이에 해당한다.

  또한 조선중기 『사의경험방』을 필두로 『주촌신방』,『단곡경험방』,『인서문견록』같은 경험방서도 본초방서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급유방』13권에 실려 있는 ‘본초발명’과『광제비급』4권에 실려 있는 ‘향약단방치험’ 등은 본초지식의 심도를 높여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약초의 새로운 효능을 탐구하고 폭 넓게 활용법을 확장해 나간 본초연구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층 더 본격적인 본초방서로는 조선 후기 정조대에 어의로 활약한 玄在德이 편집한 『本草類函』이나 黃度淵이 1855년에 펴낸 『附方便覽』같은 책을 들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책들은 일반에 널리 보급되지 않았기에 알고 있는 연구자도 많지 않은 편이다. 더욱이 초사된 원고본 상태로 남아 있기에 脫抄가 선행되어야 하며, 원문판독이 용이하지 않아 여전히 관련 연구가 미진한 답보 상태로 남아있다.

  비교적 가독성이 좋은 활판 인본을 대상으로 평이한 기초연구나 단순 번역에만 매달려 단기 성과위주의 방어적인 연구방식을 선택하다보니 기초문헌 연구 성과는 여타 분야에 비해 초라해 보이기 일쑤이다. 공력이 많이 들고 시간이 다소 걸린다할지라도 미래지향적으로 현시대에 남겨진 의미 있는 작업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서 지난 호에서 살펴본 것처럼, 病本, 脈法, 相反藥을 비롯한 짤막한 개설이 앞쪽에 놓인 것을 제외하곤 치료편 각론에서는 瘇瘡이나 瘰癧 같은 외과질환과 痘疫, 학질, 傷寒, 이질과 같은 감염성 질환이 위주이고 여기에 곁들여 내상, 痰積, 설사, 해수, 대소변, 滯症, 황달 같은 내과질환, 제반 부인병 등을 대상으로 다루고 있어, 임상에서 매우 실용적인 내용으로 구성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鍼灸와 別穴部, 靈龜法 등 간이하고 신속한 효능 위주의 침구치료법을 수재한 것으로 보아 아주 임상경험이 다분한 의원이 편집한 임상경험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 하나 이 방서에는 병증문이 소략하게 나뉘어져 있기는 하지만 병증별로 상세한 세분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방제별 적응증 마저 친절하게 적혀있지 않은 채 단순히 짤막한 병증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이는 곧 편자가 기준방서를 통해 기본적인 처방용법을 숙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초방제 지식을 토대로 가감활용을 능숙하게 구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권미에 다시 외치에 필요한 각종 환산제가 열거되어 있는데, 간혹 치루, 蛇頭瘡, 담종, 焚藥法, 十味薰治唐瘡, 後産, 回骨症처럼 미처 방제명을 얻지 못한 치방도 더러 보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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