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99> - 『동의보감졔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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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99> - 『동의보감졔닐니라』
  • 승인 2022.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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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동의보감제일이라’, 한글로 옮긴 東醫學

  1999년부터 연재해 온 이 코너가 어언 1000호를 목전에 맞이하게 되었다. 당시 동아시아 3국 즉,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의 전통의학 문헌을 공동 조사한 적이 있었다. 보고서를 살펴보니, 중국과 일본에 많은 의서가 전해지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서로 올린 것은 고작 120~130종 정도 뿐이었다. 이에 발분하여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고의서를 찾아내어 소개함으로써 어떻게 해서라도 단절된 한의학사를 복원하고 우리 의학의 전통을 잊고자 연재요청에 부응했었던 것이다.

 ◇ 『동의보감졔닐니라』

  20여년 세월, 무엇보다도 변함없이 지면을 할애해준 민족의학신문사 편집부에 고맙거니와 부족한 글을 꾸준히 찾아준 애독자 여러분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그동안 성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일일이 인사드리긴 어렵지만 흥미로운 자료 하나라도 더 찾아내 보여드리는 게 소박하나마 작은 성의라고 여겨 새로 찾은 한글의서를 등재한다.

  표지에는 그저 흔하게 붙여쓰는 ‘萬病回春’이란 표제가 붙여져 있으나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고 龔廷賢이 지은 중국의서와도 무관하다. 또 이제면에도 萬病回春 혹은 濟衆記란 서명을 사용했으나 이 역시 특색이 없는 서제라서 대표서명으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본문을 열어보니 ‘동의보감제닐니라’라고 적은 명문이 보인다. 이것이 동의보감 제1권을 옮긴 것이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동의보감 내용을 가려 뽑아 옮겨 적은 초사본의 제1장이라는 뜻으로 적은 것인지, 편자의 의도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권수에 한글로 적힌 이 제목이 전체 내용을 대변하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여겨 원문에 적힌 그대로 제목으로 삼아 소개하기로 작정하였다.

  2005년부터 십 수 년에 걸쳐 동의보감 기념사업을 수행해 오며,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홍보활용 사업까지 전개하고 있는 필자에게 이 서명이 그저 ‘동의보감이 제일이다’라는 글귀로 읽히는 것은 혼자만의 착시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적은 작자에게도 분명 이와 유사한 의식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본문에 한글로 옮겨져 있는 각종 방제와 기재 내용을 일견해 보니 대략 동의보감에서 유래한 것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똑같지 않을 뿐더러 그대로 옮긴 것이 많지 않다. 또한 수록차서나 분류도 그대로 적용한 부분이 거의 없으므로 작자의 독자적인 기술방식으로 꾸민 한글의서라고 성격을 규정지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이 일반적인 언해의서니 한글처방서와 다른 특징으로 전문을 빠짐없이 한글로 기재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구급방이나 한글의서에 한문으로 된 원문과 언해를 대역하거나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글로 기재한다 해도 병명이나 분류, 혹은 원문을 적당히 옮겨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처음부터 한글로만 작성한 책은 오히려 보기 드문 경우에 속한다.

(한글고어가 있어 부득이하게 본문 일부를 사진으로 대체-편집자 주-)

 

  첫머리 구사방에는 신방최잉환과 더불어 난궁둉사환, 가미익모환 등 3가지만 적혀 있고 이어 유주나력을 치료하는 화긔됴경산, 독부산 같이 붙이는 외용고약이 수재되어 있다. 순한글로만 적은 이 책을 단지 한글전용 의서로만 주목해선 안 된다. 한글로 적는 것이 손쉬울 정도로 의약이 대중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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