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에 한의사 無…“한의학이야 말로 잠재력 높은 연구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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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학자 양성에 한의사 無…“한의학이야 말로 잠재력 높은 연구 분야”
  • 승인 2022.02.25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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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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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내부에서라도 연구 활동 지원해 한의사 과학자 양성에 힘써야”

“한의사, 기초의학·의과학 및 이공계열 학문 전공하며 전문연구요원 복무하기도”

본지는 한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과 육성 위한 지원 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취재해보았다. 먼저 이번호에는 <한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한 이유>를 보도한다.

1.한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 이유

2.한의사과학자 육성 위한 지원 정책은 무엇인가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지난해 10월 정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범부처협의체’를 발족했지만 협의체 구성원 및 양성 대상에 한의사는 빠져있다. 이와 관련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한의사들은 “한의학이야 말로 잠재력이 높은 연구분야이며 한의계 내부에서라도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데 지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 A씨는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의 대부분 공고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 한의사, 치과의사 등의 타 의료 직군은 배제돼 있다”며 “이미 임상 지식을 갖추고 의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한의사, 치과의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의사 면허를 취득한 자만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료인을 위한 정책 및 제도에 관한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다. 이공계 병역특례라고도 불리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기초의학 연구자를 위한 조항을 2007년에 신설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개정을 통해 병역법 제37조(전문연구요원 편입 대상)에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군전공의수련기관에서 정해진 과정을 마치고 자연계대학원에서 박사학위과정을 수료한 사람’이라는 조항이 추가됐으며, 현재 병무청에서도 한의학·의학·치의학의 기초분야 모두를 ‘기초의학’으로 정하고 있다”며 “많은 한의사가 한의학을 포함한 기초의학·의과학 및 이공계열 학문을 전공하면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데, 새로 일련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임상 지식을 갖춘 의사를 대상으로 의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하지 않는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의사과학자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장동엽 한의사는 “한의사과학자야말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한 육성이 필요하다. 서양의학은 다른 과학기술분야와 같은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있으며 인력의 교류 또한 상대적으로 활발하다”며 “반면 한의학과 현대 과학기술은 각각의 학문이 기초하고 있는 패러다임의 차이로 인해 융합적 연구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실용화 단계 이전의 기초의학 수준의 융합 연구부터 차근차근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의 융합적 연구와 그 결과물은 잠재력이 높지만 아직 성숙하지는 않아, 공공 차원에서 한의사과학자를 육성하여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호 하버드 의과대학 병원 박사후연구원은 “이미 발족한 ‘의사과학자 양성 범부처협의체’는 의과대학, 의학회, 의과병원 등이 어떻게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것인지를 정부와 공조하여 논의하는 협의체로 생각된다”며 “한의계 내부적으로도 한의사 과학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들을 양성하고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직까지 한의사 과학자 양성은 연구에 관심이 있는 한의사들이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개인적 차원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본초학을 전공 중인 박사과정 B씨는 “협의체에서 한의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한의학을 단지 신규 의료기술의 개발을 위한 보고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의계는 이와 관련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한의사과학자 육성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한의약 및 한의술기에 대한 권한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의사과학자는 앞으로 한의계에서 한의학 고유의 패러다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동엽 씨는 “현재 의학계는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등을 바탕으로 임상 수준에서의 지식의 지평을 넓혀나갈 뿐 아니라 새로운 진단 및 치료방법을 개발하여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한의사과학자 역시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한의학은 다른 기초과학과의 패러다임의 차이로 인해 한의학의 범위를 넓혀나가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한의사과학자는 이러한 차이를 줄여나가면서 한의학이 다른 학문과 연결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의학 및 한의임상을 현대과학의 언어를 통해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의학에 기반하는 새로운 진단방법 및 치료방법을 제안하여 한의계에 경제적인 가치들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예방 의학(Preventive medicine), 예측 의학(Predictive medicine), 맞춤 의학(Personalized medicine), 참여 의학(Participatory medicine)의 4P로 대표되는 의료의 혁신에 발맞추어 한의계 역시 의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고 한의학의 발전적 계승을 도모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의사 사회 내부의 변화가 의료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면 오늘날 의료 변화는 의학만이 아닌 다른 분야와의 융합에 기인하는 학제적 성격이 크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한의사과학자는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며, 때로는 한의계에 비전을 제시하는 융합형 리더의 역할을, 때로는 실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실무자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명호 씨는 “한의사 과학자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실용적 가치를 입증하여 대중을 설득하고, 한의학 고유의 패러다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의학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활용되게 하고자 한다면 한의학에 대한 문화적 맥락이 없는 상황에서 과학적 연구를 통한 소통이 더욱 중요합니다. 따라서, 한의사 과학자는 한의학의 대중화, 한의학 관련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씨는 “한의학적 치료 도구인 침구, 한약에 대해 과학적 도구를 활용해 연구함으로써 객관적 근거를 도출할 수 있다. 내가 진행하는 연구인 한약제제를 예를 들면 기존의 탕제 형태의 한약 성분분포를 HPLC, LC-MS 등의 분석 장비를 통해 탕제를 구성하는 개별 약재 전탕액과 혼합 전탕액, 개별 전탕 혼합액에 대하여 프로파일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혼합전탕액과 개별 전탕 혼합액의 차이를 파악하여 혼합 전탕액에 근접하는 개별 전탕 혼합제제 설계를 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보험제제인 단미 엑스 혼합제의 제제설계를 개선해 임상의 보험제제 품질 개선에 대한 요구를 충족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확보된 성분 정보를 기반으로 기존 한약제제의 새로운 적응증 확대 적용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신규 수가 산정 근거를 도출하고 임상 일선에서 한약제제의 활용 폭을 넓히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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