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보건사업]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을 시작한다면 같이 읽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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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보건사업]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을 시작한다면 같이 읽어 볼까요 
  • 승인 2022.03.0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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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한은경

mjmedi@mjmedi.com


여러분은 건강증진(health promotion)이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대표적으로 건강한 식생활이나 규칙적인 운동, 금연 같은 것들이 있겠습니다. 초기 건강증진 이론에 따른 프로그램들은 개인의 행동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한때 개인 행동의 변화는 의사의 역할과는 별개라고 이해되었던 적도 있죠.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으며, 건강증진은 의료인을 포함해 많은 보건의료 인력에 의한 연구와 실천을 통해 체계화되고 있는 기술적인 분야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인정되는 여러 요인에는 개인의 행동뿐 아니라 공동체의 사회적인 지지, 주거상태 및 지역사회 환경, 법과 제도를 비롯한 정책까지도 포함되고 있습니다. 또한 건강증진은 공공예산을 사용하는 분야뿐만이 아니라 크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비롯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하는 일을 주로 하든, 그렇지 않든, 오늘날 한의사의 중요한 역량은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근거를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환자에게 최선의 유익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을 내리는 데 필요한 근거와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다루는 의료인으로서, 한의사의 관점에 의해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편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기대 속에, 한의계 안팎에서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에 대한 관심도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사업이 수행되고, 사업 수행을 뒷받침하는 조례도 제정되고 있지요. 

현재 사용되는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이란 단어는 행정적으로는 정부주도 통합건강증진사업의 한 부문을 이르며, 좀 더 일반적으로는 공공부문의 예산을 일정비율 소요하며 한의사가 직간접적으로 결부된 형태인 보건사업을 지칭하는 것으로도 쓰입니다만, 최근의 동향과 앞으로 수년간의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건강증진이라는 좀 더 넓은 분야의 지형에 대해서 한 번쯤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건강’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부터 함께 짚고 넘어가 볼까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는 건강이란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일 뿐 아니라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보듯, 신체적으로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것뿐 아니라 정신건강 그리고 사회적 건강의 결정인자들도 건강증진 사업의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일단 건강을 정의 내린 다음에는,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한 나라의 건강수준을 측정하는 방법 중에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건강수명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0년 기준 기대수명이 83.5세, 건강수명이 66.3세입니다. 각각의 개념은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기대수명은 0세의 출생아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생존연수이고, 건강수명은 기대수명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은 기간(이 글에서 인용된 자료에서는 약 17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한 기간을 의미합니다. 아프게 살아가는 17년을 상상해 보면 상당히 길지요. 건강수명은 각 국가간 건강수준 비교를 가능하게 하고, 한 나라의 건강증진 사업 수행의 목표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만, 건강수명의 변화를 관찰하려면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사업결과가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주관적 건강(인지)상태도 널리 쓰이는 건강 측정 도구 중 하나입니다. 주관적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은데요, 조사대상자에게 ‘평소 당신의 건강 상태는 어떠합니까?’라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보통 5점 척도로 응답을 구분하며, 특히 이 중 양호(좋음, 매우 좋음)하다고 응답한 비율을 OECD 국가간에 비교하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주관적 관점에 의존하므로, 문화적 차이나 평소의 주관적 신념에 상대적으로 좌우될 수 있기는 하지만 측정이 간편하고 널리 쓰이는 지표입니다. 몇 개월 가량의 비교적 짧은 사업결과를 통해서도 변화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고, 아마 기존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이 지표를 사용해 보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건강증진사업을 함으로서 대상자들이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건강상태의 호전여부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에서 가장 유명한 건강증진 지표라고 하면 국민건강증진계획 지표가 될 것입니다. 2022년 현재,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30, 2021-2030)은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수립된 것이며 범정부적 종합계획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 공공보건 사업의 근간이 됩니다. 사업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대표지표 중에서,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의 주요 대상자 중 하나인 노인인구에 해당되는 대표지표를 살펴볼까요. 남녀별로 각각 ‘노인의 주관적 건강인지율’을 측정합니다. 위에서 알아본 바로 그 도구입니다. 

한편, 형평성 지표를 통해 ‘노인의 주관적 건강인지율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의 노인이건,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의 노인이건 주관적으로 자신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너무 차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각 지역 보건소에서 건강증진사업 결과를 공유할 때에도 이러한 국가적인 실천 지표에 얼마나 부합하였나를 관심있게 봅니다. 따라서 신규 노인 사업을 기획할 때는 이러한 지표를 포함하는 것을 생각해 봄직합니다. 

이제, 건강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측정 도구들이 있고, 이 도구들을 사용해서 실제로 건강을 증진(promote)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그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 바로 건강증진사업이 되는 것이죠. 최근에는 신종감염병 장기화와 통합돌봄사업으로의 이행이라는 중요한 변수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곧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신종감염병 대응은 앞으로 주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사업의 내용상으로는 감염병 예방뿐 아니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며, 수행 방식에 있어서는 비대면 사업에 대한 요구도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취약계층에게 의료서비스와 사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통합돌봄사업’, 일명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안에서 한의사에 의한 건강증진 역할도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케어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 보건의료 현장에서 드러난 수요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 실천되고 있으며 특히 고령화 시대에 향후 수년간 이어지는 중요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변수를 잘 고려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의 각국 건강증진사업 동향을 함께 알아보고, 이와 함께 우리나라 지역사회에서 커뮤니티 케어라는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의 수행 전략에 대해서 조금 더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한은경/ 채영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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