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001> - 『詳譯東醫寶鑑』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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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001> - 『詳譯東醫寶鑑』①
  • 승인 2022.03.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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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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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다시 출발선상으로 돌아와서

  연재를 시작한지 이십 여 년 만에 다시 출발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여태 지켜왔던 입장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매주 고의서 한 편씩을 골라내, 필자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때로 저자의 시각에서, 때론 독자의 입장에 서서 오래된 책 한권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애써왔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대로 익지 않은 생각을 펼치진 않았는지 재삼 뒤돌아보게 된다.

 ◇ 『상역동의보감』

  새로운 출발을 자축하며, 민족의학의 성전이라 할 『동의보감』이 처음 간행되고 나서 무려 350년 만에야 비로소 한글로 풀어쓴 우리말 번역본 동의보감을 소개하기로 한다. 미리 준비했던 것도 아니고 몰랐던 책도 아니지만 마침 주말에 이따금 조우하는 책 벗이 내게 더 소중하게 쓰일 거라며, 자신이 수집한 이 책을 선사해 주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운명처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물론 원작을 그대로 옮긴 것이니 원문은 따로 더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요지는 번역인데, 역자는 지금은 세인들의 뇌리에서 다소 멀어졌지만 한국화단에서 명성을 날리던 분으로 한학에 조예가 깊었던 芸田 許珉(1911∼1967)이다. 그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영남의 巨儒 重齋 金榥에게 한학을 익혔다.

  19세에 상경하여 海岡 金圭鎭(1868~1933)에게 서예를 배웠고 3년 뒤 해강이 타계하자 순종의 어진을 그렸던 御容畫家 以堂 金殷鎬(1892~1979)로부터 화법을 사사받았다. 1932년부터 1944년까지 8회에 걸쳐 조선미술전람회(일명 鮮展)에서 입선할 정도로 널리 畵才를 인정받았으며, 서울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했다.

  1943년 진주에 정착한 이후부터는 주로 부산, 진주 지역에서 활동하였으며, 광복 후인 1946년 진주 의곡사 대흥루에서 진주 3.1동지회가 결성되었을 당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남기기도 하였다. 한국전쟁 직후 전북 익산으로 피란을 가서 한동안 화단 활동이 뜸하다가 1956년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사실 나중에 알려지게 되었지만 이 공백으로 남겨진 기간 동안 우연치 않은 계기로 지인의 권유를 받아 『동의보감』번역에 착수했던 것이다.

  1958년 부산에 첫 서예학원인 동명서화원을 개설하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하였으며, 박생광, 정현복을 비롯한 여러 화우들과 함께 교유하면서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을 기울임으로써 부산, 진주 지역의 미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1958, 1960, 1961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일명 國展)에서 입선하였다.

  1957년 미화랑 전시로부터 시작하여 1963년까지 부산, 진주, 마산, 통영을 중심으로 개인전을 열며 활동하였고 1966년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1963년 제1회 부산예술제 추진위원 및 심사위원을 지냈으며 지역신문사에서 주최한 경남미협전이나 예술제 등에서도 여러 차례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보통 웹상에서 제공되는 그의 인물정보에는 그가 『동의보감』을 완역하여 발간한 것이 1964년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동양종합통신대학에서 상·중·하 3책으로 발행한 것을 기준으로 안내한 것이고 정작 그의 번역본이 첫 선을 보인 것은 이보다 2년 앞선 1962년도로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 관해서는 다음 주에 넓은 지면을 할애하여 다시 상론하기로 한다. 그는 또한 1965년 『열하일기』를 완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가 한국학 분야와 한국문화 전반에 남긴 업적 역시 적지 않으며, 빠른 시일 안에 각계 분야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십 수 년 전부터 자료만 곁에 두고 착수하지 못해 마음 한 구석 채무의식으로 지냈음을 고백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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