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과 식품의 경계를 허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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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과 식품의 경계를 허물지 말라
  • 승인 2003.03.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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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의 음료 코너를 보면 동충하초, 자황, 영비천 등 많은 강장제 음료가 무수히 진열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약국에서는 감기약 등을 복용할 때 반드시 권하는 음료중의 하나다. 피로할 때, 약 먹을 때 한병 두병 먹는 음료는 그 소비량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얼핏 보면 음료수 같지만 단순한 음료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대부분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알고 먹기 마련이다. 현란한 광고문안, 신뢰가 가게끔 적혀있는 성분과 효과, 그리고 많은 경우 판매장소가 약국이어서 국민들은 건강식품과 의약품의 경계를 가르지 않고 그냥 관성적으로 먹고 있다.

더욱이 건강식품의 제조회사가 대부분 제약회사여서 국민이 일으키고 있다. 제조회사는 대부분 '○○제약 식품사업부'이라고 쓰여 있어 회사가 제약회사인지 식품회사인지 모호할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보건복지위 법안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안'은 사안을 호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할 수 없다(제16조)"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거꾸로 해석하면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없게 표시·광고하면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제품명, 효능·효과 등을 교묘하게 문안을 만들어 표시하거나 광고하면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의 우려는 여기서 비롯된다. 이렇듯 허술한 조항으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구별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구별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십전대보탕을 꼽을 수 있다. 십전대보탕은 누가 뭐래도 한방의료기관에서 쓰는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만성소모성질환에 쓰이는 약이다. 그런데 현실은 가관이다. 시중에서는 이들 약이 '십전대보초', '가미십전대보초', '삼십전대보초', '녹용십전대보초' 등으로 변용되어 유통된다. 이들 정부가 무슨 법적 근거로 이들 건강식품을 단속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정부는 팔짱만 낀 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사태가 이런데 어느 국회의원은 건강기능식품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누굴 위해 이 법을 만드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식품과 의약품의 중간영역으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유야 어디에 있던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식품의 영역에서도 유사의약품 같이 활개치는데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오면 의약품이나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리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건강기능식품이란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한의계는 김모 의원이 왜 이 법을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혹시 항간의 지적대로 제약업계와 양약사회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그러는지 속단할 수 없지만 만일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는 잘못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은 지금 건강기능식품이 없어서 건강이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닐텐데 그는 마치 법이 미비해서 국민의 건강이 증진되지 않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논리라면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 중간에 새로운 개념을 신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수 이해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본분은 아니다. 의료와 의약품의 질서를 보전해야 할 책임이 입법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한의계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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