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002> - 『詳譯東醫寶鑑』②
상태바
<고의서산책/1002> - 『詳譯東醫寶鑑』②
  • 승인 2022.03.1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杏林界의 숙원, 민족문화의 상징

  무엇보다 먼저 첫머리에 실린 譯刊辭를 통해 번역에 임했던 역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나 같은 淺學菲才가 평일에 蘊蓄한 刀圭의 篤工과 折肱의 경험도 없이 감히 醫宗의 성서인 『동의보감』을 번역한다는 것은 마치 모기가 산을 지고 바다를 건느는 것과 같은 외람되기 짝이 없는 일인 줄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너무나 힘에 벅차고 분에 넘친 일은 …… 10년 전에 뜻했던 이 譯稿의 집필을 일시 중단하고 다만 어느 누구의 손으로든지 盡善美한 역서가 하로 빨리 이 세상에 나오기를 矯首企待하였다.(운운)”

◇『상역동의보감』
◇『상역동의보감』

  또한 역자 서문을 통해 이 일과 관련한 저간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는 말이 이어져 있다. “아닌게아니라 그 동안에 여러 기관에서 혹은 여러 老師, 숙학들이 이 거창한 사업을 한번 이룩해 보려고 가진 노력과 심혈을 경주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종종 들려오곤 하였다. 그러나 우리, 행림계의 숙원이요 민족문화의 상징인 이 거대한 사업은 좀처럼 우리의 눈앞에 실현되지 않고 모두가 다 중간에 좌절 또는 중지되고 말았다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알고 본즉 혹은 各人의 단편적으로 강의한 원고를 수집하여서 完稿를 작성해보려 하였으나 所期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혹은 발췌 정도로 탈고를 진행하다가 집필자가 중도에 작고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他務로 전업하여서 중단되고 마랐다는……”(필자 윤문)

  나아가 한동안 중단되었던 이 번역 사업이 다시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준다. “鄭景相 선생이 동병상련적인 심정으로 나를 격려하여 이 巨業에 就役할 것을 力勸하고 뒤에서 무한히 鼓舞, 편달해 주었다. …… 萎靡不振하는 한의학계가 역시 서세동점의 대세에 휩쓸려서 자칫하면 退轉의 비운을 면하기 어려운 차제에 졸렬하고 소루하나마 정성을 다하여 此書를 번역해 내기만 한다면 …… 蠻勇에 가까운 집필의 결심을 해본 것이다.”라고 하여 자신이 이에 끝까지 번역을 하게 된 과정을 소상하게 밝혀놓았다.

  이 번역본에서 방식상 가장 큰 특색은 무엇보다 한자 혼용이라 할 수 있는데, 역자도 국문맞춤법이나 문체 구사와 함께 이 점에 대해 깊이 고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요즘 시각으로선 한자말이 가득한 난삽한 번역문이라 현세대에게 읽히기 어려운 실정이라 여기겠지만 당시로선 이마저도 대단한 진전이었을 것이다.

  “너무나 우리 국문법을 주장하면 原意상실의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해서 古態依然한 과거의 의서 飜譯文套식으로 쓸 수도 없고 해서 그 중간노선을 밟아서 쓰려니 예의 한자문구가 너무 많아짐을 면할 수 없었다.”라며 번역방식 선택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얘기도 담겨져 있다. “隣邦 일본에서는 이 珍書를 일찍부터 역하여서 벌서 30여 판이 나왔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로서는 좀 부끄러운 일이지마는 그것을 얻어서 참고로 보지 못한 것이 퍽 유감이 된다.” 위의 언급에서 일본에서 여러 차례 나온 건 사실이나 판행한 수는 중국판을 오인하지 않았나싶다.

  또 “香港에서 영국의 모 출판사가 오랜 시일을 소비하여서 此書를 영문으로 번역하고 있는 중이라 하고 독일에서는 벌써 십 수 년 전에 번역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침구학이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는데, 홍콩에선 단지 학술지에 일부만 영역된 사실이 전해져 있을 뿐이고 독일 번역판은 금시초문인 얘기인지라 사실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글 말미에는 “사계의 권위 김영훈, 김장헌, 우길룡, 정원희 제선생의 校閱해 주신 노고와 정경상선생의 後助의 眷意에 대하여 충심으로 頂禮를 올려 마지않는 바이다.”라고 감사를 표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