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水와 濕에 관한 小考-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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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水와 濕에 관한 小考-첫 번째 이야기-
  • 승인 2022.03.18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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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29)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고대인들은 왜 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까?

일반적으로 濕하다고 하면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이 포함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생리•병리적 상태를 의미하는 용어로 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분명히 물을 의미하는 水라는 단어도 있지만, 濕이라는 용어를 水라는 용어와 구별해서 따로 사용하고 있다. 사용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흔하게 사용된다. 脾主濕, 太陰濕土, 濕痰, 濕熱, 風濕, 寒濕, 利水滲濕, 芳香化濕, 祛風除濕, 淸熱燥濕 등등 생리, 병리, 치법에 걸쳐 濕이라는 용어는 너무나 흔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등장하는 濕이라는 용어는 수증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결국 물과 관련된 특정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데, 고대인들은 어떤 경우에는 水라는 표현을 쓰고 어떤 경우에는 濕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가 아마도 濕과 관련된 개념들이 아닐까 싶다. 고대인들은 왜 水와 별도로 濕이라는 용어를 썼을까? 왜 濕과 長夏를 오행 중에서 土에 배속시켰을까? 土는 火와 金 사이에 위치하는 것일까 아니면 중앙에 위치하는 것일까? 등등 수많은 질문들이 생겨난다.

이 글에서는 濕과 관련된 모든 질문들에 대해서 답을 하려는 것은 아니며, 水와 구별되는 濕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생각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濕이라는 것은 분명히 물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물의 특성부터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물과 수소결합

물의 특성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단어는 역시 ‘수소결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소결합은 원자 간의 화학결합이 아니라 분자 사이에 존재하는 인력을 말하는데(그림 1), 다른 극성 인력에 비해서 훨씬 강하기 때문에 수소결합이라고 부른다.

특히 물 분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수소결합력은 다른 극성 분자들의 결합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강하기 때문에 물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을 끊기 위해서는 비교적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물은 다른 물질들에 비해서 끓는점과 어는점이 높으며, 비열과 열용량이 커진다. 물과 비슷한 분자량을 가진 분자들은 대부분 기체인데 반해 물은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의 양면성

물은 아주 단단한 수소결합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에게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열에너지에 의한 온도변화가 작다는 것이고, 둘째는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둘은 물의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은 높은 비열을 가짐으로써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고, 높은 기화열을 가짐으로써 수증기로 바뀌는 것을 억제함과 동시에 훌륭한 냉각제 역할을 한다. 이런 점들은 열에너지에 의한 온도변화가 작아서 생기는 현상들이다. 같은 이유로 인해서 물은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열용량이 크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물은 따뜻한 저위도에서 태양에너지를 저장하고 차가운 고위도로 태양에너지를 운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열에너지에 의한 온도변화가 작고 냉각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고대인들은 오행에서 차가운 성질의 대표주자로서 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반면에 습한 날씨란 공기 중에 수증기가 가득 찬 날씨를 의미하며 이는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저장한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육기 중의 濕이라는 단어는 열에너지를 가득 저장한 습한 날씨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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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의 내용을 검토해준 정재호한의원 정재호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유학영 과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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