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홍삼은 약입니까? 독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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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홍삼은 약입니까? 독입니까?
  • 승인 2022.03.25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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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내 몸은 내가 고친다

학창 시절 금오 선생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침 TV의 예능 채널에서 버섯전골의 달인이 나오고 있었다. 달인은 특별한 비법이 있다고 했다. 그 비밀은 육수를 만들 때 파 뿌리를 푹 삶아서 만드는 것에 있었다. “저런 쓰레기를 왜 넣지?”하고 필자는 혼잣말했다. “축축한 데서 자라는 버섯은 음적이고, 파의 뿌리는 양적이니 음식 궁합을 맞추려고 한 것이겠지!”라며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셨다.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요리 비법으로 버섯 요리의 달인이 된 것이었다.

김홍경 지음, 식물추장 출판

유명한 음식 레시피에는 음양관을 이용한 비법들이 등장한다. 달짝지근한 강정에 매콤한 생강 편, 느끼한 추어탕에 칼칼한 산초가루, 음적인 아귀찜에 양적인 콩나물, 찬 초밥에 따뜻한 고추냉이 등등...... 술을 마실 때도 음양을 이용하여 안주를 선택한다. 축축한 맥주에 건조한 먹태, 칼칼한 소주에 느끼한 삼겹살, 독한 양주에 시원한 과일 등등 음양의 조화를 맞추면 훌륭한 술상이 완성된다. 실생활에서 한의학의 원리를 무의식중에 응용하면서 살고 있다.

한문을 배우기로 작정하고 봉기종 선생 댁에서 사숙(私宿)한 적이 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끓인 된장찌개의 맛을 보시며 음식을 만드는 것도 음양의 조화를 맞추어야 맛이 나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담백한 된장찌개에 살짝 매콤한 청양고추를 약간 썰어 넣는 것도 좋다고 하시면서 이것이 한약에서 군신좌사(君臣佐使)의 원리라고 하셨다. 음양을 설명할 때는 식물과 동물이 반대라면서 식물은 정적이고 머리를 땅에 박고 있다면서 음적이고 동물은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양적이라고 하셨다.

금오 김홍경 선생이 2000년에 출판한 『내 몸은 내가 고친다』에서는 상대주의 음양 철학을 비롯한 한의학 건강상식이 수록되어 있다. 산수신산(酸收辛散), 두한족열(頭寒足熱) 등과 같은 한의학 건강원리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음양의 원리에 입각하여 내 몸을 조율하여 건강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흔히 알고 있는 절대적인 상식- 예를 들면 비타민C는 무조건 좋다. 아침에 공복에 냉수는 보약이다. 하루에 세 끼는 꼭 먹어야 한다. 숯가루는 무조건 약이 된다. 홍삼은 어떤 체질과 관계없이 좋다 등과 같은 절대주의 망상에서 벗어 날것을 강조하고 있다.

금오 선생은 평소 음양관을 비롯한 한의학을 한의학도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전파하려고 애썼다. EBS ‘김홍경이 말하는 동양의학’, 불교 티비 ‘김홍경의 마음의학’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의학의 원리와 철학을 강의하였다. 일반인을 위한 강좌를 요청이 들어오면 대중에게 한의학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강의하였다. 대중 강연을 통해 누누이 밝힌 음양 철학을 비롯한 한의학의 원리를 이 책에 모았다. 이 책을 읽으면 식사를 할 때나, 음악을 들을 때, 운동할 때도 내 체질에 맞는 것을 찾아서 할 수 있다. 『내 몸은 내가 고친다』라고 제목을 정한 것처럼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치료로 의사에게 무조건 맡기지 말고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눈이 열린다.

한의학 건강상식을 재미있고 쉽게 풀었다는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10만 권 이상 팔렸다. 이 책과 함께 『사암침법으로 푼 경락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후속 도서를 저술하여 한국의 전통침법인 사암침법의 원리를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였다. 『내 몸은 내가 고친다』가 총론이라면 『사암침법으로 푼 경락의 신비』는 각론 격으로 한의학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무려 20여 년 전 출판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깊은 내용으로 한의학에 대한 원리와 상식을 담고 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하고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면서 확진자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 현대 의학에 대한 한계점을 느끼고 한의학 치료에 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좋은 기회라고 기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 19 치료에 있어서 한의학은 소외되고 있다. 일선 한의원에서 코로나 환자들이 한약을 먹고 회복하고 침 치료를 받고 있지만, 항원 항체 검사와 재택 전화 진료조차 건강보험에서 한의 의료기관은 제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양방의료계의 한의학 폄하와 정부 정책을 이끄는 양의사들의 의도적인 한의사 배제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양방과 비교하여 차원이 다른 패러다임으로 치료하는 한의학에 코로나19처럼 양방에서 치료법이 없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해답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또한, 국민에게 한의학 원리와 철학에 대한 강좌나 콘텐츠를 제공하여 한의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정부의 정책이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삼은 약도 되고 독도 됩니다!’라고 강의하시던 선생님들의 빈자리가 크다.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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