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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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디자인
  • 승인 2022.03.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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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48

나는 1963년생이고 2022년 올해에 세는나이로 예순이 되었다. 그리고 8체질의학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26년째이다. 만약 지금 내가 암 선고를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우선 나는 무척 심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20년 넘게 체질식을 엄격하게 지켜왔고 근래에는 내 관심의 여러 방면에서 욕심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만들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해왔는데, 왜 나인가. 왜 내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한동안 몹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삶 전체를 장악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환자인 내가 스스로 치료하는 주체라면 상황은 다를 것이다. 8체질의학에 입문한 후 줄곧 나는 체질침으로 나를 다스려 왔다. 설혹 암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다른 방법은 없다. 나는 체질침을 택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

1976년에 스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과 함께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잡스(1955 ~ 2011)는 2003년 10월에, 신장결석 문제로 알게 된 비뇨기과 전문의의 권고로 신장 계통에 CT 검사를 받던 중 췌장의 음영을 발견한다. 생검을 한 결과 그것은 암종이었다. 그는 평소에 극단적인 채식주의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암 진단 후에도 수술을 거부하고 채식 식단을 고수하면서 대체의학적인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하였다. 종양은 더 커졌고 주위의 강권으로 2004년 7월 31일에 췌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중에 간으로 전이된 것이 확인되었다. 수술 후에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했다.

그는 섭식 장애로 체중이 감소했지만 10대 초반부터 유지해 온 제한적인 식이요법과 주기적인 금식을 유지했다. 또 화학요법은 부작용이 심각했다. 그러다 스위스와 네덜란드에서 실험적인 방사선 치료를 받기도 했다. 2009년 3월 21일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젊은 남성의 간을 이식받았다. 그런데 수술 중에 복막과 몸의 여러 다른 곳으로 암종이 퍼진 징후가 포착되었다. 간 이식 덕분인지 2010년에 기력이 회복되었다가 2011년에 암 증상이 재발했다. 식욕이 떨어지고 온몸에 통증이 심해졌다. 통증 때문에 투여한 모르핀과 다른 진통제가 식욕을 더 떨어뜨렸다. 2011년 7월에는 암이 뼈에도 퍼졌다. 10월 5일에 사망했다.

 

상악동 상피세포암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의 권준 교수는 권도원 선생의 큰아들이다. 1960년생이니 제때 대학에 들어갔다면 79학번이라고 추정한다. 1985년에 대학을 졸업했고 1987년에 석사 과정을 마쳤다. 아들이 의대에 다니던 때에 권도원 선생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다. 상악동 상피세포암(maxillary sinus squamous cell ca.)이었다. 병원에서 수술과 항암치료를 권고했지만 선생은 거부했다고 전한다.

권도원 선생은 1921년생이고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1980년대 초반이니 60살 전후 무렵이다. 그리고 선생이 일반 환자는 보지 않고 암 치료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초중반이다. 자신이 암 진단을 받은 때로부터 10년에서 15년 정도 지난 시기인 것이다. 이것은 나의 추측인데, 나는 이 기간 10년에서 15년 동안에 선생이 스스로 암종을 해결했다고 짐작한다.

자신의 암종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는 무척 좌절했겠지만, 암을 이겨낸 후엔 암을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자신이 창안한 체질침 체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원대한 희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암 치료법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선생은 비교맥진에서 힌트를 얻어서 여덟 가지로 구분한 체질맥도를 미리 구상했다. 1964년말에 체질맥을 발견하기 전이다. 그리고 1973년에는 「2차 논문」을 통해 발표한 것처럼, 체질침을 통한 질병치료법의 체계를 디자인했다. 이것은 일명 계통치료법이라고도 불린다. 디자인은 구상(構想)과 설계일 뿐 완성은 아니다. 권도원 선생은 2002년 10월에 암의 치료 처방에 대한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서 밝혔던 것인데, 나는 이것을 ‘마침내 권도원 선생이 암 치료법의 체계를 세웠다’고 믿어버렸던 것이다.

 

계통치료

초보운전일 때는 시야가 좁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점차 경험이 늘면 비로소 사이드미러도 보이고 룸미러도 보이게 된다. 세상일이 그렇다. 초보가 노련한 경우는 거의 없다. 새로운 학문의 탄생과 발전도 대개는 그렇다.

권도원 선생이 체질침을 처음으로 정리한 「62 논문」에는 주증(主證 main syndrom)과 부증(副證 dependent syndrom)을 치료하는 체계가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부증 치료처방은 해당하는 증상이 있을 때 주증 처방과 함께 적용된다. 여기에서 부증 치료법은 심경.소장경.심포경.삼초경을 이용하는 일종의 자율신경조절법으로, 이후에 「2차 논문」을 통해서 제시되는 정신방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체질침은 출발에서부터 독립적인 두 종류의 처방을 조합하는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었다.

「1차 논문」에서는 금상인, 토상인, 목상인, 수상인을 각각 장질(臟質)과 부질(腑質)로 나누었고 병리는 8병형(病型)이 되었는데, 「2차 논문」에 와서 장질은 양체질(陽體質)이 되고 부질은 음체질(陰體質)이 된다.

「2차 논문」을 통해 권도원 선생은 인체의 질병을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그것은 카테고리별 치료법으로 이것은 후에 계통치료법이라고 알려지게 된다. 사람의 질병은 염증(炎症)이 기본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8체질의학의 병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병근(病根)을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처방이 기본방이다. 그리고 병근이 되는 장기와 대척점에 선 길항장기를 함께 조절하는 처방의 조합이 염증 처방이다. 병근장기가 장(臟)인 장질 즉 양체질은 양쪽 길항장기를 조절하는 처방이 장계염증방이다. 그리고 병근장기가 부(腑)인 부질 즉 음체질은 양쪽 길항장기를 조절하는 처방이 부계염증방이다. 병근 개념이 중시되었고, 내부장기의 부조화로 염증이 발생한다는 8체질의학의 독창적인 원리와 개념이 등장했던 것이다.

장계염증방과 부계염증방 두 염증 카테고리가 완성되고, 그 다음은 활력방, 살균방, 마비방, 정신방 카테고리가 제시된다. 장염방은 장계의 모든 염증과 관절염 등에, 부염방은 부계의 모든 염증과 피부병, 순환기병, 부인병, 이비인후병, 간질에, 활력방은 무병한 노인성 변화, 저혈압, 무력증, 신경통에, 살균방은 결핵이나 장티푸스 등 모든 세균성 질환에, 마비방은 뇌졸중, 안면신경마비, 소아마비 등 마비성질환에, 정신방은 간질을 제외한 정신질환과 자율신경 이상에 적용된다고 하였다. 알레르기성 질환, 자가면역성 질환, 암종이 누락되었을 뿐 질병의 전 영역이 망라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권도원 선생의 8체질의학은 사람의 질병 영역을 이렇게 나누었고, 그에 따른 치료방법을 계통별로 제시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헌데 이것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치료법의 완성이 아니라 디자인이었다. 적응증의 영역과 치료처방 명칭을 연결한 카테고리를 구성하는 치료법의 실제 내용이 이후에 계속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768처방 & 512처방

권도원 선생은 2002년에 남긴 글에서, 암의 치료에서 고려할 요소로서 아래의 7가지를 언급했다. 1.체질 2.암의 종류(Carcinoma or Sarcoma) 3.장부(臟 or 腑) 4.발생 부위(藏visceral or 體soma) 5.발생 위치(上.中.下) 6.전이 여부(원발암 or 전이암) 7.수술 여부이다.

이런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768처방으로 나누어진다고 했고, 이 중에서 환자의 상황에 적합한 하나의 처방을 먼저 찾은 후에 암 치료에 착수할 수 있다고 했다. 위의 7가지 요소를 조건 별로 보면 체질은 8, 암의 종류는 2, 장과 부 2, 장과 체 2, 발생 위치는 3, 전이 여부 2, 수술 여부 2이다. 그래서 각각의 조건을 조합하여 나누어진 처방은, 8×2×2×2×3×2×2로 768개가 된다. 2002년 이전에 1999년 6월 10일에 상지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772개의 처방을 언급했는데, 772는 일단 8로 완전히 나누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 숫자는 아마도 잘못 도출되었거나 강연 중에 실수로 숫자를 잘못 말했던 것이라고 짐작한다.

 권도원 선생은 또, 한 체질에 64처방과 512처방을 말했다. 64×8은 512가 되니 한 체질에 64개의 처방 형식이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내가 ‘기준 5단방’이라고 이름을 붙인 처방 그룹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한다. 권도원 선생은 2013년 3월 7일에 나온 『민족의학신문』 제892호에 기고한 ‘8체질 치료에 관하여’에서 이것을 ‘중환자 치료처방의 기본방’이라고 했다. 기준 5단방은 한 체질에 장방(臟方) 4개와 부방(腑方) 4개로 8개 형식의 처방이 있다. ‘중환자 치료처방의 임상방’은 이 8개 형식의 기본방에서 변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5단방에서 1단 2단과 4단 5단에 오는 처방을 개별적으로 반복하는 방법으로 세부적으로 8가지의 처방 형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8×8에 64처방이 되고 8체질이니 512처방이 나오게 된다.

 

권도원 선생은 체질침 처방이, 장기의 영향력을 억제하기도 하고 보충하기도 하는 장부혈을 이용하여 병리를 계산하여 도출한 것이고 그 계산이 아주 복잡하다고 자주 반복하여 강조하였다. 계산을 하려면 체질침 처방을 구성하는 경락 및 장부 장부혈 부호 모든 요소가 숫자로 환원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것들은 이미 숫자로 표기되고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상대적(相對的)인 상징일 뿐 계량적(計量的)인 수(數)는 아니다.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계산을 한다는 것인가. 권도원 선생은 비교를 용납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체계가 아주 특별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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