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시험 '법대로'가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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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시험 '법대로'가 능사 아니다
  • 승인 2003.03.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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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전문의제 시험을 둘러싸고 올해안 시험을 강행하려는 보건복지부와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기 전에는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한의계 간에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이 문제로 갈등을 빚은 한의계는 진이 다 빠질 지경이지만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제반 움직임들에 신경이 예민해지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전문의시험은 법에 규정된 대로 복지부가 올해 안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견되었지만 한의계가 피부로 느낀 시점은 엉뚱하게 대한한의학회가 전문의시험 시행기관으로 지정받는 조건으로 학회 독립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독립하려는 계기가 정부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전문의시험을 둘러싼 갈등은 시작되었다. 그것도 한의협과 복지부간의 대립을 넘어 학회, 병원, 개원의의 이해관계가 중첩되어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개원의의 입장은 더욱 복잡하다. 시기상조론을 주장하는 개원의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찬성반대를 떠나 전문의제가 시행된다면 개원의에게도 시험응시자격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의사가 적지 않게 분포하고 있어 이대로 시험을 치러도 걱정, 안 치러도 걱정이다. 이 상황에서 현명한 대처방안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인가?

물론 법대로를 외치면서 금년안 시험을 주장하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행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법의 규정대로 주어진 기한내에 시험을 치르는 것은 법집행당국으로서 당연히 취할 자세다. 더욱이 올해 수련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시험의 연기로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그 결과가 수련생이 소속한 한의계의 분열과 대립으로 귀결된다면 한번쯤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우려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소수의 전문가 때문에 기성한의사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비전문가로 전락한다면 전문가의 출현을 누가 반기겠는가?

그렇다고 기성한의사들이 꽉 막힌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최소한 일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전문의를 표방할 수 없는 조항을 만든 다음에 시험을 보게 하자는 주장을 탓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것은 전문의제 본래의 취지와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한의계가 전문의관련 법 제정을 동의해줄 때의 기본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비록 올해안 시행이 법적 타당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상호 긴밀한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변병같기도 하지만 한 가지 덧붙인다면 법의 통과과정에서 한의계의 자율적 의지보다는 상황논리에 밀려 부득이 동의해준 일면이 있다는 사실도 감안하면 법집행을 유연하게 하자는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법에 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현실을 감안하는 게 일반적인 행정관행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백번 이해해서 꼭 시험을 봐야 한다면 의료법 개정 이전이라도 실질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문의 표방금지가 실현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개개인의 권리 보호도 좋지만 다수의 이익 보호도 중요하다. 이런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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