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삼가 주석을 넘어 현대 주석까지, 완전한 사기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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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삼가 주석을 넘어 현대 주석까지, 완전한 사기를 읽는다!
  • 승인 2022.04.2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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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신주 사기(新註 史記) (1)오제본기

한의과 대학에 다니게 되면 가장 머리 아프고 어렵고 힘든 시간이 원전(原典)을 공부할 때다. 그중에 수천 년을 이어서 한의학의 고전으로 현재까지 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을 공부할 때는 여간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니다. 이해도 어려운 한문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외워야 하는 것은 차라리 고통에 가깝다. 이렇게 《황제내경》을 외워야 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의학의 모든 서적은 한문으로 쓰여 있고, 그 책들에 빠짐없이 인용되는 것이 《내경》의 문장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한의학의 세계를 이해하자면 《내경》의 내용은 외우고 있어야, 다른 역대 의서들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그 까닭이다. 조상의 슬기를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우리는 외우고 있다.

사마천 지음,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옮김·신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출간
사마천 지음,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옮김·신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출간

그러나 조상님들이 그랬다고 우리까지 그리 살아야 한다면, 우리는 그 조상님처럼 짚신을 신고 말이나 마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 남들은 전철을 타고 비행기를 타는 이 시대에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우리는 구태여 외우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잘 해석해 놓은 원전을 통해 조상의 지혜를 오늘에 되살리면 된다. 그것이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이자, 전통이자, 정통이다. 물론 원전에 흥미가 있는 전공자라면 많은 원전을 대하기 위해 《내경》을 외울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바르게 응용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바로 그 때에 원전에 의문이 가면 그 출전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말하자면 원전의 원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내경》은 “옛날에 황제가 있었으니, 나면서 신령했고(昔在黃帝, 生而神靈)…”라며 인물의 소개로 시작된다. 첫 문장부터 등장하는 이 ‘황제’를 왜 이렇게 추켜세우고 있는 것인지, 또한 전설적 인물인지 실재한 인물인지 궁금해진다. ‘황제’가 《황제내경》에 소개되는 것은 당대(唐代)의 왕빙(王冰)에 의해서다. 왜냐하면 왕빙 이전의 판본인 《황제내경태소(黃帝內經太素)》에는 ‘황제’에 대한 소개가 없기 때문이다. 《내경》외에도 훨씬 이전부터 ‘황제’는 다른 곳에서 언급되고 있다. 따라서 왕빙은 다른 곳에 언급된 ‘황제’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끌어다 《차주황제소문(次注黃帝素問)》에 실었고, 다시 송대(宋代)의 교정의서국(校正醫書局)에서 펴낸 것이 《중광보주황제내경(重光補注黃帝內經)》인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황제내경》이다.

《내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부딪치는 ‘황제’를 알아야 하는데, 그 ‘황제’에 대해 역사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최초의 역사서에 언급될 것이다. 그 최초의 역사서가 바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다. 그래서 ‘황제’를 알기 위해서는 《사기》를 읽어야 한다. ‘황제’에 대해 가장 상세히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기》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지만, 대개는 <열전(列傳)>에 관한 것일 뿐이었다. 즉, 《사기》를 온전히 번역해서 나온 서적으로는 이 책이 유일하며 최초이자 현재로서는 마지막이다. 물론 네이버 지식백과를 통해서도 읽을 수 있지만, 청대(淸代)의 오류된 판본을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헷갈린다.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도 있기 때문에 비교해 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김홍균 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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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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