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08> - 『六經標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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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08> - 『六經標本』
  • 승인 2022.04.3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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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6가지 형증으로 변이하는 상한병

  이번 호에서는 급성열병의 대명사 상한병을 육경표본으로 나누고 이에 따라 대표처방을 중심으로 가감 변용하는 용약법을 다룬 책자 1종을 살펴보기로 한다. 저자에 대한 인적사항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으며, 작성 시기는 대략 일제강점기 이후로 보인다.

 ◇ 『육경표본』

  단권으로 묶여진 묵서 필사본으로 겉표지도 미처 입히지 못하고 종이못(紙釘)을 꼬아서 질끈 동여맨 형태로만 전해진 것으로 보아 미처 완성하지 못한 원고 상태임을 추정할 수 있다. 아울러 전체분량도 10여장에 불과하며, 본문 앞뒤로 서문이나 발문, 혹은 목차도 구비되어 있지 않은 채 남겨진 未定稿本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본문 첫 머리 六經標本이라 적은 제목 아래 상단에 태양, 양명, 소양, 태음, 소음, 궐음 육경 명칭으로 구분하고 아래 단에 오장육부별로 표본을 나누어 배열했는데, 방광, 위, 삼초상화, 비, 심, 간경이 본이 되고 소장, 대장, 간, 폐, 신, 심포락으로 표를 삼아 도해식으로 간결하고 명료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 특징적이다.

  맨 아랫단에는 육경형 아래 각각 ‘病’자를 적고 태양경병에 두통, 신열, 척강, 양명경병에 목동, 비건, 불면, 소양경병에 이롱, 협통, 한열, 嘔而口苦, 태음경병에 복만, 자리, 尺寸沉而津不到咽, 소음경병에 설건, 口燥, 궐음경병에 번만, 낭축이라 적어 놓았다.    이것은 상한병을 육경형별로 구분하고 육경병증에 해당하는 각각의 대표적인 병증을 기술한 것인데, 『동의보감』한문에서 육경표본을 설명하고 곧이어 태양형증용약으로부터 육경형별로 나누어 형증용약을 한꺼번에 거론한 것과 달리 육경형증을 간략하게 도해화하여 앞머리에 제시해 놓고 뒤이어 용약부를 구체적으로 확대하여 和劑식으로 구성함으로써 임상에서 적용하기에 편리하도록 고안한 것이 기술 방식상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라 하겠다.

  태양증에 적용하는 대표방제로는 마황계지탕, 구미강활탕, 오령산, 계지탕, 마황탕, 대청룡탕, 계비각반탕, 계마각반탕, 저당탕 등을 차례로 열거하였기에 『동의보감』한문에서 제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본문의 조문과 처방마다 인용한 문헌근거를 표시한 출전주기가 모두 그대로 달려있어 주요 내용 가운데 대부분이 『동의보감』에서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구성상 특색 외에 간혹 처방의 구성과 가감운용에 대한 견해를 담아 方解를 기재한 점이 가장 독특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구미강활탕 아래 ‘按此方’이라 擡頭하고 “羌活, 治太陽肢節痛, 乃撥亂反正之主也. 防風, 治一身盡痛, 聽軍將命令而行. 蒼朮, 雄壯上行之氣, 能除濕氣, 下安太陰, ……”이란 구절이 들어 있다.

  본방을 구성한 9가지 약재별로 효능과 특성을 잘 설명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구성상 각각의 구성약재마다 1줄씩 배정하여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재배치해 놓은 것일 뿐 방해 자체는 『동의보감』구미강활탕조 한쪽 구석에 놓여있어 눈에 잘 띄지 않던 ‘正傳’유래 처방 분석 구절을 끄집어내 특기한 것일 뿐이다.

  이와 유사한 성격으로 아래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곧 대청룡탕을 설명하는 조문에 들어 있는 것인데, “仲景治傷寒, 一則桂枝, 二則麻黃, 三則靑龍. 桂枝, 治傷風, 麻黃, 治傷寒, 靑龍, 治傷風見寒脈, 傷寒見風脈, 三者如鼎立. ……”라고 한 글귀이다. 태양병 상풍, 상한증을 다스리는 계지탕과 마황탕, 그리고 청룡탕, 이 3가지 대표방을 사용하는 기준점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사실 이 글귀의 요점은 증상과 맥후가 서로 상반되게 나타나는 증상, 곧 상풍증에 한맥이 보이거나 상한증에 풍맥이 나타나 이반되는 맥증에 청룡탕을 적용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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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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