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오사카역 1번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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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오사카역 1번 플랫폼
  • 승인 2022.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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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51

오사카역

2012년에 한국의료생협연합회 주관으로, 1117일부터 21일까지 일본의 아마가사끼의료생협과 한신의료생협 등을 견학하기 위한 연수단의 일원으로 오사카(大阪)에서 묵으면서 일정을 수행했는데, 오사카역의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오사카역은 2011년에 재개발을 마친 뒤에 노스게이트 빌딩과 사우스게이트 빌딩 그리고 광장과 나머지 구내시설을 모두 합쳐서 오사카 스테이션 시티(OSAKA STATION CITY)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그림 [오사카역 운행계통도]에서 보이듯이 오사카역에서는 도카이도본선(東海道本線)JR고베선(神戶線)JR교토선(京都線) 그리고 후쿠치야마선(JR宝塚線), 오사카순환선(大阪環狀線), 한와선(阪和線), 야마토지선(大和路線), 사쿠라지마선(桜島線)이 시발하거나 지난다.

그래서 JR 서일본 오사카역, JR 서일본 키타신치역, 한큐 전철 오사카우메다역, 한신 전기철도 오사카우메다역, 오사카메트로 우메다역, 오사카메트로 히가시우메다역, 오사카메트로 니시우메다역, 이렇게 일곱 개의 역들이 이름만 다를 뿐이지 전부 같은 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오사카역은 611선 구조의 고가역으로 선로가 동서로 나란히 지나는 형태인데, 이 중에서 1, 2번 승강장은 오사카 순환선 열차의 승강장으로 순환선 열차와 오사카 순환선의 선로를 경유하는 오사카역 시발의 한와선, 간사이본선(關西本線)의 열차도 이 승강장에 정차한다.

 

 

일정 중의 어느 하루, 나는 오사카순환선을 타기 위해 플랫폼(platform)에 서 있었는데 다른 방면으로 향하는 여러 노선의 열차를 한 승강장을 이용해서 탈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침구보사요혈도

19409월에 고전연구회 창립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학술과 임상 활동을 했던 일본 침구 고전파가 축적한 자료를 정리하고 저술하는 작업을 담당한 인물은 혼마 쇼하쿠(本間祥白 1904~1962)이다. 혼마는 침구보사요혈도(鍼灸補瀉要穴圖)를 만들었고, 이를 해설한 책인 침구보사요혈지도 설명서1941년에 출간했다.

 

다름과 흐름

바람()은 공기의 흐름이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풀이나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이 있는 것을 안다. 바람은 기압의 차이에서 생긴다.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공기가 움직이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없다. 바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바람이 없다고 하는 것은 바보짓임을 우리는 안다.

우리 몸 안의 기 또한 흐름이다. ()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바람의 경우처럼 기의 흐름을 만드는 것도 우리 몸 안에 그 조건이 있다. 그 조건 역시 차이(差異), 센 것과 약한 것의 구별인데 그것은 바로 내장의 구조이다. 우리 몸에는 내장기관이 있고 그 내장기관들이 각각 세고 약한 구조로 조합되어 있다. 그렇게 조합된 구조가 체질이다.

내장기관이 세고 약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흐름이 발생할 것이다. 그 흐름이 바로 기다. 체질이란 구조가 바로 우리 몸에서 기의 흐름을 만드는 기본적인 조건인 셈이다. 그래서 내장기관은 자신의 기를 전송하는 각각의 길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경락(經絡)이다.

 

홀로와 서로

홀로면 외롭다. 외로운 홀로와 홀로가 만나면 서로가 된다. 이렇게 쌍방이 맺어진 것이 관계이다. 다름과 차이가 흐름을 만들고 관계를 형성한다. 양쪽의 준위(準位)가 동일하다면 흐름도 관계도 없다. 이 흐름은 바람의 경우처럼 보통은 세고 높은 곳에서 약하고 낮은 쪽으로 방향성을 갖는다.

서로라는 말에는 그 홀로와 홀로가 동일하지 않고 다르고, 그 홀로와 홀로가 준위의 차이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로라는 말을 쓸 때는 이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경락

경락이 우리의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공간을 점유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 쉽다. 그런데 인체의 어디에 그런 여유 공간이 있던가? 동인(銅人)에 경락의 노선이 표시되어 있다고 해서 사람의 몸에서 억지로 선을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형태와 공간을 점유하는 유형의 선이 없더라도 무선으로 파동과 전기에너지가 전달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을까.

 

송혈

맨홀(manhole)은 도시의 경혈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맨홀은 도시의 지하를 흐르는 관로의 점검이나 청소, 파이프의 연결이나 접합을 위해 사람이 출입하는 시설을 말한다. 관로에서는 맨홀을, 기점 합류점 관의 지름·방향·구배가 변하는 곳이라든가 긴 관로의 중간점 등에 설치한다.

경락에서 중요한 것은 선보다는 위치 즉 경혈이다. 그 중에서도 오수혈이라고 불리는 장부혈(臟腑穴)이다. 장부혈은 경락을 통해서 장부와 직접 연결되는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경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장부혈은 장부를 서로 잇는 에너지홀(energyhole)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것이 송혈(送穴)의 기능을 하는 장부혈이다.

나는 이 글을 위한 자료를 찾다가 오사카역의 운행계통도를 보고 혼마 쇼하쿠의 침구보사요혈도가 떠올랐다. 그리고 소부 대돈 태백 경거 음곡 같은 송혈들과 오사카역을 묶어서 같은 대상으로 두고서 생각해 보았다.

송혈은 자기 경락(自經)과 같은 오행 속성을 지니고 있다. 각 경락의 장부혈 다섯 혈 중에 송혈을 제외하고, 수혈(受穴)의 기능을 담당하는 네 혈은 소통하는 장부와 경락이 오직 하나씩이다. 하지만 송혈에서는 네 개의 노선이 나가고 들어온다. 그러니 송혈 하나하나는 오사카역의 1번 플랫폼 같은 것이다.

오사카역을 통해 교토(京都)로 고베(神戶)로 간사이공항(關西空港)으로 나라(奈良) 방면으로 갈 수 있듯이, 심경(心經)의 소부(少府)에 자침되는 순간 나머지 네 장기와 빛의 속도로 각각 영향력을 교환한다. 이 영향력을 교환하는 규율이 바로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이다. 서로 상()이니 오행의 생극(生剋) 규율에 의해서 영향력을 나누는 쌍방은 준위에 차이가 있고 고정된 방향성을 갖는다.

 

장부의 관계를 조절하는 장부방(臟腑方)은 기본적으로 송혈>수혈>송혈>수혈의 순서로 네 개의 장부혈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인체의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처방은 수혈과 수혈 두 개로 구성된다.

장부방과 자율신경조절방이 조합되는 체질침 처방은 체질론적인 치료 이론에 의해, 개인의 조건과 질병의 상황에 맞게 장부혈을 가장 효율적이고 적확한 순서와 회수로 조직하고 조합한 것인데, 이것은 마치 컴퓨터를 위한 코딩(coding)과 같다. 즉 체질침 처방은 인체의 내장구조와 면역시스템인 자율신경을 조절할 수 있도록 인체 외부에서 주입되는 프로그램으로, 스마트폰을 위해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듯이 체질침 처방은 인체를 위한 1회용 앱(app)인 셈이다.

 

참고문헌 및 자료

1) 本間祥白, 鍼灸補瀉要穴之圖 說明書(7) 醫道日本社 1959.

2) Dowon Gwon, 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1962. 9. 7.

3) 8체질을 압시다 빛과 소금113호 두란노서원 1994. 8.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https://stdict.korean.go.kr

5) 위키백과 : https://ko.wikipedia.org/wiki/오사카역

 

각주


1) 현재는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이다. hwsocoop.or.kr/

2) 위키백과 : https://ko.wikipedia.org/wiki/오사카역

3) “8체질이란 심장, 폐장, 췌장, 간장, 신장, 소장, 대장, 위, 담낭, 방광 그리고 자율신경의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의 12기관의 기능적인 강약배열의 8개 구조를 말한다.”   8체질을 압시다 『빛과 소금』 113호 두란노서원 1994. 8.

4) (1) Ching Lo, or Meridian, is the road for conveying the peculiarly influential power of each organ which gives the former one to the whole living body. Therefore, all of the organs have their own Ching Lo's.
   (번역) 경락이란 각 장기가 생체 전체에 전달하는 그 경락만이 갖는 고유한 영향력을 운반하는 길이다. 따라서 모든 장기는 고유의 경락을 갖는다. 
   Dowon Gwon, 「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 1962. 9. 7.

5)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

6) 짝을 이루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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