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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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리더
  • 승인 2022.05.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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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52

야구 & 축구

야구는 투수놀음이고 축구는 감독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가 감독놀음이 아닌 단적인 사례는 2016년에 시카고 컵스(Cubs), 구단에 오래도록 드리워져 있던 108년 묵은 염소의 저주를 풀고 월드시리즈의 패권을 따냈을 때, 감독이던 조 매든(Joe Maddon)의 경우이다. 조 매든은 물론 MLB에서 명장으로 인정받고 있었지만 2016년의 월드시리즈에서, 팀의 마무리 투수였던 아롤디스 채프먼(Aroldis Chapman)의 혹사 논란과 적절치 않은 선수기용 등 감독으로서 여러 차례 실책을 범했다. 마치 매든 감독 자신은 시리즈에서 이기고 싶지 않다는 듯한 석연치 않은 결정들이었다. 하지만 컵스 선수들은 감독의 그런 잘못을 극복하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승리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중계를 꾸준하게 보았는데, 작년 후반기부터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1~2022 시즌 토트넘 홋스퍼 FC의 경기를 거의 빼먹지 않고 시청했다. 새벽 345분이나 4시 같이 깨어 있거나 자다가 일어나기 애매한 시간에도 눈이 떠졌다. 물론 이 팀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 덕분이다. 손흥민을 응원하면서 축구라는 경기에 예전과는 다른 관심이 생겼고, 빌드업 백3 전진압박 가짜9번 파이널써드 메짤라 같은 용어들을 함께 찾아보게 되면서, 축구를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산투 & 콘테

누누 산투(Nuno Espirito Santo) 감독을 새로 선임하고 20218월에 새 시즌을 의욕적으로 출발한 토트넘은, 시즌 개막전에서 앞선 시즌 리그챔피언인 맨체스터 시티 FC10으로 격파하고, 울버햄튼과 왓포드 경기까지 3연승을 거두면서 기세를 올렸다. 개막 3연승으로 토트넘을 리그 선두로 올린 산투 감독은 EPL 8월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10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30으로 패하면서 전적은 55패가 되었고 산투 감독은 경질되었다. 승점은 15점 리그 순위는 9위였다.

가라앉고 내려앉은 팀 분위기와 순위를 확실하게 끌어 올려줄 거란 기대를 안고 이탈리아 출신 안토니오 콘테(Antonio Conte) 감독이 부임했다. 그는 전 시즌에 이탈리아의 인테르(Football Club Internazionale Milano)를 맡고 세리에 A에서 우승한 후에, 2021526일 이사회와 이견으로 감독직의 계약을 해지하고, 마치 토트넘의 구세주가 되려는 듯이 다른 팀을 맡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콘테 감독은 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 선수 개개인과 팀으로서의 발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강조했다. 나는 처음에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인데 얼마나 더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그가 강조하여 말하는 선수 개인의 발전이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토트넘 선수들이 처한 상황과 팀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했고 매체를 통해서도 그에 관해서 가감 없이 피력했다. 자신의 생각과 전술 스타일에 맞지 않는 선수들은 다른 팀으로 임대를 보내거나 이적을 통해서 과감하게 정리했고 유벤투스로부터 두 명이 새롭게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겨울이적시장을 통해서 팀의 스쿼드(squad)는 더 얇아졌던 셈이다.

 

토트넘 & 아스널

지금 시점1)에서 보면 토트넘 구단이 콘테 감독을 선택한 것은 훌륭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누누 산투 감독은 55패를 남겼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37라운드까지 27경기에서 1656패로 승점 53점을 획득했다. 현재 리그 4위인 토트넘과 5위 아스널은 승점 2점 차이이고, 두 팀 모두 한 경기만을 남겨둔 채 시즌 마지막인 38라운드까지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2)

아스널이 뉴캐슬과의 37라운드 경기를 치르기 직전에, 미국 통계업체 파이브 서티 에이트(Five Thirty Eight)’가 예측한 UCL 진출 확률은 아스널이 57%이고 토트넘은 47%였다. 하지만 한국시간으로 517일 새벽에 열린 경기에서 홈팀 뉴캐슬이 아스널을 20으로 꺾었다. 경기 스코어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아스널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완벽하게 당했다.3) 경기가 끝난 후에 UCL 진출 확률은 토트넘이 96%이고 아스널은 4%로 완전히 역전되었다. EPL 20개 팀의 10경기가 같은 시간에 동시에 열리는 마지막 38라운드에서 토트넘은, 현재 20위로 이미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노리치와 비기기만 해도 아스널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리그 4위를 확정한다.

 

홀딩 & 아르테타

팀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아스널 측의 요청으로 경기가 미뤄져서, 513일에 열렸던 토트넘과 아스널의 22라운드 경기가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는 EPL에서 가장 뜨거운 라이벌 매치이다. 이 경기의 30 승부를 결정한 핵심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토트넘이 얻는 세 골에 모두 관여했고 한 골은 직접 넣었다. 경기에서 손흥민을 전담 마크했던 홀딩(Rob Holding)은 그가 경기장에 있었던 33분 동안 손흥민에게 네 번의 파울을 범했다. 그리고 그중에 두 번 경고 카드를 받았고 결국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그의 선수 경력 중에 네 번의 파울은 그가 기록한 프리미어리그 단일 경기 최다 파울이었다.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Mikel Arteta) 감독은 경기 후 심판 판정에 대해 불평을 했다. 내가 보건데 불평이란 경기 결과에 대한 일종의 책임 회피이기도 하다. 하지만 토트넘에 맞서 싸우면서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리고, 홀딩에게 손흥민을 마크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르테타 감독 자신이다. 라인을 올렸으니 수비 뒷공간은 넓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손흥민의 주특기 중 하나는 뒷공간 침투이다. 홀딩의 누적된 파울은 침투하려는 손흥민을 홀딩이 저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는 뜻이다.

 

Coach & Manager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축구감독이 있다. 나는 이번 시즌에 클롭, 과르디올라, 투헬, 랑닉, 안첼로티, 무리뉴, 포체티노 같은 감독들의 프로필을 찾아 본 적이 있다. 물론 콘테도 있고 그가 별로 표가 안 나는 아주 멋진 가발을 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스포츠에서 감독은 선수에게 기술 등을 훈련 지도하는 총책임자이다. 일반적으로는 코치 중에서 가장 높은 코치가 한국에서는 감독이란 용어로 불리며 영어로는 헤드 코치(Head coach)로 표기한다. 그런데 축구에서는 감독을 매니저(Manager)라고 표기한다. 매니저란 명칭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1986년부터 2013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감독을 맡아 전성기를 구가했던 알렉스 퍼거슨 경(Sir Alexander 'Alex' Chapman Ferguson)이 아닐까 생각한다. 퍼거슨을 떠올리면 축구가 감독놀음이라는 게 쉽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자신을 스스로 스페셜 원이라고 부르는 주제 무리뉴 감독도 퍼거슨은 전 세계 모든 감독들의 보스(BOSS)’라고 했다.

콘테 감독은 흔히 우승청부사로 불리는데, 구식전술이라고 치부되던 백3 수비전술을 세계 축구계가 다시 주목하도록 만든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또 자기주장이 아주 강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구단 수뇌부와의 마찰로 팀을 그만둔 적도 많다. 첼시에서도 그랬고, 지난해 인테르에서도 그렇다. 나는 지나간 그런 일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지금 토트넘에 있는 콘테 감독의 열정과 솔직함에 반했다. 나 뿐만 아니라 토트넘 선수들이 모두 감독에게 반한 것 같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고 싶어 했고, 토트넘의 주축 선수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 해리 케인(Harry Kane)은 다음 시즌 팀 잔류를 선언했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516일 케인이 토트넘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케인은 나는 콘테 감독이 토트넘에 부임한 이후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큰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2022~23시즌에 훌륭한 감독과 함께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콘테 감독이 온 이후로 정말 많이 배웠다. 나는 콘테 감독과 일하는 걸 즐기고 있다. 그의 열렬한 팬이다. 우리 관계는 정말 좋고 그가 계속 토트넘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콘테 감독은 빠른 시간에 토트넘 선수들을 장악했고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뚜렷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선수와 팀이 자신과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고,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굴복하거나 좌절하지 않겠다는 소위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를 심었다. 그리고 상황과 조건에 따라 자신의 말을 바꾸지 않았다.

 

東武 & 東湖

8체질의학의 창시자로서 권도원 선생의 업적은 위대하다. 체질침을 고안했으며, 체질맥을 발견했고, 체질의학을 체계화했다. 그런데 아주 아쉬운 대목이 있다. 권도원 선생은 1959426일자 동아일보, 동무 이제마 공의 123회 탄일을 맞아 기고한 사상의학의 창시자에서, “사상의학을 고찰하여 본다고 하면 먼저 이 의학은 체질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말할 때 가장 간명한 설명이 될 것이다. 체질의학이라는 명사는 우리 귀에 익은 듯도 하나 사실상 동서의학의 목록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땅에서 발상한 의학이다.”라고 분명하게 썼다.

그리고 50년이 지나고, 20091118일에 발간된 미래한국357호에 실린 모든 사람은 8가지 체질을 타고 난다에서, 8체질의학과 사상의학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사상의학은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사실 크게 다릅니다. 사상의학은 본래 체질론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동무 공의 사상의학은 1900년에도 1959년에도 2009년에도 지금도 조금도 변함없이 그대로이다. 다만 권도원 선생의 생각과 표현이 바뀌었다.

권도원의 8체질의학은 동무 공이 창안한 폐비간신의 길항구조 체계를 거저 쓰고 있다. 그리고 동무 공의 체계를 인정하고 존숭한다고 해서 자신이 가진 위대성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이제 권도원의 시대도 지나갔다. 과연 누가 새 시대의 리더가 될 것인가.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2022년 5월 19일
2) EPL 2020~2021 시즌 토트넘의 순위는 7위였다. 
3) 아스널의 아르테타 감독은 뉴캐슬 전 패배 이후에 이런 인터뷰를 남겼다. 
 “We know that in football anything is possible. You have to be there. Today we have to swallow all the poison that we can and tomorrow start again. (번역) 축구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오늘은 우리가 이 모든 독을 삼켜야 한다.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르테타 감독은 38라운드까지 반전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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