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읽기] 식물을 사랑하는 우리들의 자연스러운 생활
상태바
[드라마읽기] 식물을 사랑하는 우리들의 자연스러운 생활
  • 승인 2022.05.27 0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드라마읽기┃식물생활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웹툰작가의 길을 걷기로 한 하나는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방에서 다육식물(일명 다육이)을 기른다. 희미하게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이나마 작은 화분에게 양보하고, 때마다 물을 주고 정성을 들여 길렀다. 하나가 식물을 기르는 이유는 자신의 지친 일상을 얼마나 잘 돌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다.

감독: 백승화출연: 윤혜리, 권은수, 장햇살 등
감독: 백승화
출연: 윤혜리, 권은수, 장햇살 등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나처럼 젊은 여자(설정상 아마도 최대 30대 중반을 넘지 않을 것 같다)가 식물을 기르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지금도 대중적인 취미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 이후 원예에 취미가 생긴 사람들이 많아져, 이제는 드라마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제까지 없었던 독특한 설정에 호기심이 생겨 이 웹드라마 ‘식물생활’을 틀어보았다. 이 작품은 한 편당 6분을 넘기지 않는 7편의 짧은 드라마다. 식물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짤막하게 들려주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식물도 비단 관엽식물이나 꽃에 국한되지 않고,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장아찌에 얽힌 엇나간 사랑이야기, 옥상으로 다육이를 던지는 할머니 이야기 등 때로는 유쾌하고 또 감성적인 이야기도 많이 있다.

이 드라마가 ‘진짜’ 식물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만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첫 번째 에피소드였다. 반지하방에서 다육이를 키웠다는 하나의 이야기를 듣자 나는 ‘반지하방처럼 해가 약한 곳이라면 최소 길게 웃자라거나 과습이 와서 오래 키우기 힘들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예쁘게 자라있는 다육화분을 보며 ‘역시 드라마적 허용인가’했는데 이게 웬걸 빵 터지는 반전이 있었다. 그래서 의외로 이 드라마가 고증이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원작 웹툰이 따로 있었다. 웹툰은 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원예를 취미로 하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일상툰이니 과연 사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이 작품은 식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공감해볼 만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 하나는 반지하방살이를 청산하고 옥상이 있는 옥탑방으로 이사를 온다. 옥탑방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낭만만을 위해 살기는 어려운 곳이다. 그러나 식물을 기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무도 올라오지 않고, 충분한 빛과 바람이 있는 옥상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옥탑방은 상당히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넓고 빛이 잘 드는 공간만 있으면 식물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반려식물 집사에게는 약간은 부러운 집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또 주목할 만 한 점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복장이다. 웹툰작가 지망생인 하나는 편안한 반팔티셔츠에 통이 넓은 바지를 선호한다. 하나의 친구 홍이는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운동복을 즐겨 입고, 사무직인 경화는 안경을 쓴 채 단색 블라우스와 슬랙스바지를 입고 있다. 각자의 직업에 어울리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주위에서 가장 익숙하게 보이는 복장이다.

3년째 웹툰작가 지망생인 하나가 명품 브랜드를 들고 있다거나 그림을 그리는데 불편하게 소매가 치렁치렁한 옷을 입었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광고가 엮여 있다 보니 배우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가난한 주인공이 실은 엄청나게 비싼 옷을 입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웹드라마라는 특성덕분인지 각자의 배역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옷을 입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더 식물‘생활’이라는 제목과 어울리는 편안함을 얻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짧은 드라마이고,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루는 소소한 작품이다. 대단히 심오한 철학이 담겼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주변의 가장 흔히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담고 있는 드라마다. 이런 자연스러운 ‘생활감’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박숙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