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박탕 – 호흡기질환 스테로이드제 대체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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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박탕 – 호흡기질환 스테로이드제 대체자①
  • 승인 2022.05.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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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56)
권승원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시박탕(柴朴湯)이다. 시박탕은 소시호탕 합 반하후박탕으로 일본의 경험방이다. 다른 처방들과 달리 등장시기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경험을 토대로 전승된 처방이다. 기록을 살펴보면, 주로 소시호탕증과 반하후박탕증이 병존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는데, 이후 임상사용실적이 누적되면서 소시호탕의 항염증 및 항우울효과와 반하후박탕의 거담 및 항우울효과를 이용하여 비발작기 천식 환자의 체질개선 및 반복되는 천식발작에 따른 신경증을 조절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게 되었다.

 

시박탕 개요

구성약물: 시호, 반하, 생강, 황금, 대조, 인삼, 감초, 복령, 후박, 소엽

효능효과: 기분이 불편하며, 인후 및 식도부에 이물감이 있으며 가슴 두근거림, 어지럼, 구역 등을 동반하는 다음 증상: 소아천식, 기관지천식, 기침, 불안신경증 (일본 내 허가사항)

 

시박탕 활용의 발전사

시박탕은 소시호탕과 반하후박탕의 합방이다. 소시호탕의 가감방 또는 반하후박탕의 가감방으로 볼 수 있겠다. 현재는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매우 널리 활용되는 합방이지만, 그 첫 시도는 일본에서 경험적으로 전승된 것으로 보인다. 유모토 큐신(1876-1941)이 저술한 『황한의학(皇漢醫學)』에는 시박탕이라는 처방명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소시호탕과 반하후박탕을 함께 사용하는 처방법이 등장한다. 먼저, 소시호탕 관련 해설에서 “갑자기 이명이 생기고 머리가 갑갑하며 무거운 것은 대부분 울노(鬱怒)에 의한 것이다. 향소산을 함께 쓰면 백발백중…. 기존의 병독(病毒), 울노로 인해 종종 유발되는 증상에는 소시호탕에 반하후박탕을 함께 쓰면 효과가 좋다”고 언급하여 울노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다양한 신경증에 소시호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반하후박탕을 합방하여 사용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이어 반하후박탕 관련 해설에서는 “감기로 계지탕증이면서 담음(痰飮) 즉, 오심구토, 해수천급(咳嗽喘急), 목소리 쉼 등이 있을 때 본방(반하후박탕)을 함께 사용하여 계지탕 합 반하후박탕으로 처방하는 것이 좋다…. 꼭 계지탕 뿐 아니라 반하후박탕증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갈근탕과도, 소시호탕과도 모두 합방 가능하다.”고 언급하여 반하후박탕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 소시호탕의 적응증에 해당하는 병태가 병존할 경우 소시호탕과 반하후박탕을 함께 활용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와 같은 두 처방해설을 살펴보면, 시박탕은 소시호탕이나 반하후박탕 어느 한 쪽에 치중된 처방이 아니라 두 처방이 동등한 지위에서 결합된 처방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박탕의 기원을 딱 『황한의학』이라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 위에 소개한 반하후박탕 관련 해설의 말미에서 “이는 내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닌, 실제 경험을 토대로 내려온 방법이다”라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박탕은 『황한의학』이 출간되던 시기 이미 일본 내에서 흔히 활용되던 합방 방법이었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후 일본 내에서 시박탕은 비발작기 소아천식, 특히 반복되는 발작으로 신경증 경향을 보이는 아이의 체질개선을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었으며, 이와 관련된 종설, 증례보고 등이 『한방의 임상(漢方の臨床)』, 『일본동양의학회지』와 같은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소개되었다. 그 결과, 현재 시박탕은 일본에서 보험적용이 가능한 한방약 엑스제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으며, “소아천식, 기관지천식, 기침, 불안신경증”을 주요 적응증으로 부여받게 되었다.

참고로 1602년 왕긍당(王肯堂)이 저술한 『증치준승(證治準繩)』에는 시박탕과 동명이방(同名異方)에 해당하는 처방이 있다. “한열문(寒熱門) 학(瘧)”에 “열이 많고 비기(脾氣)가 무력해진 경우는 시박탕…”이라는 언급이 등장하는데, 여기서의 시박탕은 ‘시호, 독활, 전호, 황금, 창출, 후박, 진피, 반하, 백복령, 곽향, 감초’로 구성되어 현재 널리 활용되고 있는 소시호탕 + 반하후박탕에 해당하는 시박탕과는 그 구성내역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임상현장에서 이 내용을 활용할 때는 두 처방의 차이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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