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열과 인체 그리고 한의학
상태바
[기고] 열과 인체 그리고 한의학
  • 승인 2022.06.17 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34)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자연과 인간

지금까지는 자연과 인간의 유사한 점을 통해서 한의학 이론을 설명해보았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열과 물이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불균등한 가열로 인해서 생기는 냉각과 가열이이고, 이로 인해서 생기는 압력의 차이다. 즉 압력이라는 요소이다. 열과 물과 압력으로 인해서 팽창과 수축, 상승과 하강 그리고 열순환이 생긴다. 이들을 설명하면서 온도, 습도, 압력 뿐 아니라 밀도, 비열, 열용량, 증발, 잠열 등등 다양한 물리적인 개념들을 동원하여 소개해보았다.

필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고대인들이 남긴 오행의 분류와 상생상극, 육기와 삼음삼양, 그리고 경락의 이름과 유주방향 등등은 실제 자연현상들과 너무 유사하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고대인들은 자연과 인체의 관찰을 통해서 그 유사성을 찾아나갔고 이를 인체를 이해하는 원리로 만들어낸 것이 한의학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소우주라고 표현한다.

 

한의학은 열의학이다?

자연과 인간을 연결 짓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두 가지를 꼽으라면 열과 물이지만 그 중에서도 단 하나만 고르라면 열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죽으면 온기는 없어지지만, 물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의 역할 역시도 열과 관련이 있다. 지나친 온도 변화를 억제해서 인체가 항온상태가 되도록 도우며, 그 과정에서 열에너지와 영양분을 운반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인간은 에너지를 이용해서 체온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를 대표하는 개념인 ‘열’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 역시 열에 관한 의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육기의 風寒熱濕燥火 중에서 寒, 熱, 火는 모두 熱에 관한 개념들이며, 風 역시 시작은 불균등한 가열이다. 五行 중에서는 火가 열을 의미하지만, 五行이 의미하는 사물의 성질 모두 열에너지의 성쇠와 유관함을 앞서 여러 번 소개하였다.

환자를 진찰하고 변증을 할 때도 寒證과 熱證으로 나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변증 기준들인 表裏, 虛實, 陰陽 모두 寒熱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寒熱이 나뉘고 나서 처방하는 한약재들도 마찬가지이다. 寒證은 주로 따뜻한 약재들을 이용해서 치료하며 熱證은 주로 차가운 약재들로 치료한다. 그래서 한약재들도 溫熱凉寒이라는 표현으로 약성을 분류하고 있다. 사상의학에서도 역시 溫熱凉寒이라는 열생산방식의 차이를 통해서 체질을 나누고 있다. 즉 한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열역학 제1법칙과 인체

‘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열역학 법칙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체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열역학 법칙들 역시 인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는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 없고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환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유기 분자의 분해 중 방출된 내부에너지(ΔE)는 열(H)로 나타나거나 일(W)을 수행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즉 음식물을 통해서 섭취한 에너지는 열과 일의 형태로 나뉘게 된다.

ΔE = H + W

물질대사를 통해 유기 분자로부터 방출되는 에너지의 약 60%가 즉시 열로 나타나며, 나머지는 일을 위해 사용된다. 일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먼저 ATP의 분자에 통합되어야 한다. ATP의 후속 분해는 일의 즉각적인 에너지원 역할을 한다. 신체는 열을 일로 전환시킬 수 없지만, 화합반응에서 방출되는 열은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

세포가 유기 영양소를 분해할 때 방출되는 총 에너지는 신체의 열로 변형되거나, 외적인 일을 할 때 사용될 수도 있고, 유기 분자의 형태로 체내에 저장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신체의 총 에너지 소비량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총 에너지 소비량 = 생산된 내부 열 + 수행한 외적인 일 + 저장된 에너지

간단하게 표현한다면 우리가 음식물에서 섭취한 에너지는 열과 일로 쓰여 지고 남으면 체중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 그리고 항온동물

인간은 온혈동물로, 자기 자신의 체열을 발생시키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햇빛의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다. 더욱이 인간은 주위 온도의 큰 변동에도 불구하고 매우 좁은 범위 내에서 체온을 유지하며, 따라서 항온동물이라고도 한다. 비교적 안정된 체온은 생화학적 반응을 외부 온도와 함께 변동하지 않도록 해준다. 안정된 체온을 유지한다는 것은 안정된 상태에서 열획득이 열손실과 같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있어 열에너지를 활용하고 안정된 체온을 유지한다는 것은 생명현상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할 목표일 것이다. 한의학 역시 열에 관한 내용이 중심이 되는 의학이기 때문에 한의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인체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는지 살펴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인체의 체온조절 기전들에 대해서 소개를 먼저 하고 이후에 한의학과의 관련성들을 소개해나가고자 한다.

----------------------------------------------------------------------

* 참고문헌) 라이프사이언스 편집팀 옮김, Vander's 인체생리학 15판, 라이프사이언스, 202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