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체질침 高段方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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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체질침 高段方에 관하여
  • 승인 2022.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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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54

체질침 처방(formula)은 각 체질의 내장구조를 기반으로 추출된 장부방(臟腑方)과 자화(自火)와 상화(相火)를 조절하는 자율신경조절방으로 나뉜다1). 장부방은, 해당 체질의 내장구조에서 중간장부는 제외하므로 각 체질에서 장부방은 여덟 개가 있다. 자율신경조절방은 8체질을 크게 교감신경긴장형과 부교감신경긴장형으로 나누고, 자화와 상화의 관계를 조절하는 처방인데, 자화는 심방(')과 소장방('), 상화는 심포방(")과 삼초방(")을 통한다.

이런 개별적인 처방 중에서 장부방을 단독으로 사용2)하거나, 두 개 이상으로 여러 개의 개별처방을 일정한 원리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연결하여 조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처방이 있다. 두 개를 조합하면 2단방, 세 개면 3단방, 네 개는 4단방, 다섯 개의 조합은 5단방이다. 3단방 이상에서는 처방 중에 반드시 자율신경조절방이 포함된다. 5단방 이상에서는 6단과 8단은 없고 7단방과 9단방으로 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개별적인 처방을 조합하는 방식이, 장부허실보사 원리를 응용한 침법 중에서 체질침3)이 가진 독보적인 특징이다.

체질침 처방을 말하면서 그동안 고단방 고단방 하며 많이 써먹었다. 그런데 고단방을 글감으로 정하고 보니 이제껏 별다른 고민과 궁리 없이 이 용어를 사용해 왔다는 반성이 생긴다. 그저 막연하게 체질침 처방 중에서도 단계가 높은 처방이라는 생각만 했던 것이다.

 

고단방

생소한 용어가 나오거나 개념이 애매하면 사전을 찾아보면 된다. 하지만 8체질의학에서는 용어사전 같은 정리 작업이 아직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자료를 이리저리 뒤져야 한다. ! 그런데 고단방에 대한 정의가 없다. 이제 보니 지금까지 고단방의 정의에 대해서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당신 무슨 멍청한 말인가. 당신이 책에 쓰지 않았던가. 분명 이렇게 따질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렇다. 맞다. 뒤돌아보니 체질침 고단방은 3단방 일부와 4단방 5단방을 말한다.”4) 이렇게 책에 썼다. 이것은 아마도 권우준 씨가 쓴 것을 인용한 것 같다. 그런데 출처가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다. 아마도 2000년대 초중반에 그분과 E메일로 왕래가 있던 시절에 알게 되었던 내용인 듯싶다.

하지만 이것은 고단방이란 처방의 범위를 말한 것이니 고단방에 대한 규정과 정의로서는 좀 부족하다. 권우준 씨는 이렇게도 말했다. 고단방에서는 1단과 2단방에서 유지되던 기본방의 의미는 사라진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고단방에 대한 정보의 전부이다. 물론 내가 수집하지 못한, 내가 모르는 내용이 있을 수가 있다. 권우준 씨와 사적으로 만날 수 있는 그룹에서는 이야기가 좀 더 자유롭다고 하니 말이다.

권우준 씨가 고단방의 정체에 대하여 조금 말하기는 했지만 고단방을 온전하게 정의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이런 내용이 나온 시절로부터도 이미 많은 시간이 경과했으므로 권우준 씨의 생각과 개념이 변경되었거나 더 발전되고 구체화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나와 그분의 연락선은 오래 전에 단절되었으므로 현 시점에서 나의 한계는 이렇다. 2005년 정도에 시점을 고정해두고 다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밖에는 없다.

8체질의학 임상의들이 고단방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그러면 고단방에 대한 정의는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나. 그건 권도원 선생이 고단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단방은 미지의 세계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알려지고 드러난 자료로부터 단서를 찾고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권우준 씨의 위 두 언급에 고단방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숨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2단방

권도원 선생은 19739월에 중앙의학에 발표한 2차 논문5)을 통해서 체질침 2단방의 체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8체질의 장방(場方)과 부방(副方)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최강기능을 가진 장방을 기본방으로 하고, 나머지 장방을 배합하여 2단으로 구성된 치료처방을 성립시켰다. 즉 논문에는 2단방인 장계염증방, 부계염증방, 활력방, 살균방, 정신방, (마비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체질침 2단방의 원리는 기본방과 부방이 배합되어 각각 다른 치료의 목표가 설정되는 계통성을 갖고 있다.

사실 체질침은 196297일에 탈고된 첫 논문인 62 논문에서부터 2단방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62 논문의 치료처방은 주증치료처방과 부증치료처방의 두 체계를 갖추고 있었는데, 이때 부증치료처방은 심방 소장방 심포방 삼초방으로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목표를 갖는다. 그러니 이 부증치료처방의 개념이 2차 논문에서 정신부방으로 발전했던 것이다. 체질침의 역사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2단방은 정신방인 셈이다.

체질침 처방의 구조에 관한 공식적인 발표는 1973년에 2차 논문의 내용이 끝이다. 그리고 이후에 체질침 체계에 대한 추가적인 논문 발표가 없었다.

 

3단방

2000115일을 출발점으로 신기회(新紀會)가 전국적으로 조직되고 권우준 씨가 서울과 부산 대구 등지에서 강의를 하였다. 그러다가 당시에 신기회를 실질적으로 이끌던 조재의 씨의 요청을 받은 권도원 선생이, 200133일과 4일에 제선한의원에서 신기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였다.

강의 첫날에는 기본방과 2단방에 대하여 설명하였고, 둘째날에 14가지로 3단방을 운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말했다. 이것은 어떤 정리된 문서를 통해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권도원 선생이 직접 공개적으로 3단방에 대해서 말한 유일한 것이다. 하지만 14가지 3단방 처방의 치료 대상을 각각 소개했을 뿐 이 3단방의 구성원리를 말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중에 좀 색다른 처방이 있었다. 바로 oo".이다. 알파벳 표기로는 ZFP이다.

나는 권도원 선생이 공식적으로 행하는 모든 언급과 기고에는 항상 숨은 의도가 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왜 이날 권도원 선생이 이 처방을 언급했는지 혼자 짐작해 보지만 답을 얻기는 어렵다. 자상한 분은 아니지만 고단방에 대한 정보를 조금 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3단방만 가지고는 부족할 수 있다.’고 단서를 붙여서 설명했던 것은 해당하는 질환에는 본디 4단방이거나 5단방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해당하는 고단방을 알려줄 수는 없으니 그렇게 얼버무린 것이다.

 

기준 5단방

나는 20131월에 한의계의 매체인 한의신문민족의학신문체질침 고단방의 구조와 구성원리에 관한 특강을 하겠다는 광고를 냈다. 제선한의원의 부원장을 통해서 광고 내용을 보고 받은 권도원 선생은 곧장 변호사를 불렀고, 변호사는 내게 권도원 선생이 요청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권도원 선생의 강력한 요구는 특강의 중지였다. 그때 내게 보낸 문건에 고단방이 등장한다.

권박사님은 과거 발표된 네 편의 논문을 통해서 체질침 2단방의 세계를 열어 보였고, 그 후 체질침의 체계는 고단방으로 변화하고 발전되어 현재까지도 숱한 난치병의 영역에 적용되고 있으나, 19741월 이후로는 체질침 고단방의 운용체계나 구성원리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고 있으며, ~ 현재까지도 비공개로 연구를 진행 ~”

돌이켜보면 특강을 강행하는 용기까지 냈던, 201212월에 얻었던 나의 깨달음은 그렇게 획기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 내용을 중심으로 책을 엮기도 했지만 말이다. 다만 20131월에내가 권도원 선생을 놀라게 했던 것은, 내가 기준 5단방이라고 이름을 붙인 5단방의 구조와 체계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5단방이 권도원 선생이 말하는 중환자 치료처방의 기본방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권도원 선생의 설명을 보면 2단방 체계와 고단방 사이에 이 있음을 알 수 있다. 3단방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다. 권도원 선생은 왜 3단방의 구성원리에 대해서 발표하지 않았던 것일까. 자 이제 권우준 씨의 언급으로 돌아가 보자. 고단방에 포함되는 ‘3단방 일부는 무엇인가. ‘고단방에서는 1단과 2단방에서 유지되던 기본방의 의미는 사라진다고 했다. 그것은 위에 나왔던 oo". 처방 같은 것이다. 2단방에서는 기본방(K)의 자리가 고정되어 있고, 2단방의 계통성을 계승한 초기의 3단방들도 그렇다. 관절염증방(KZP), 활력응용방(KVP), 부계염증응용방(KFP), 살균응용방(KBP) 같은 것 말이다.

체질침 2단방 체계를 받치고 있는 원리는 병근(病根) 이론이다. 이 병근을 조절하는 것이 체질치료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체질침에서 기본방의 역할이다. 그런데 3단방에서 1단인 K의 자리에 DD'가 오는 것은 계통성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지만 병근 이론에서는 벗어난다. 그리고 1단에 ZV 혹은 FB가 온다면 상황은 아주 달라진다. 체질침 3단방 내부에서 처방의 구성 원리에 일관성이 허물어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ZFP BVP FZP 같은 처방 형식이다.

 

과제

충분하지는 않지만 여기까지의 논의를 통해서 고단방의 감춰진 면이 조금 드러났다.

2단방과 2단방의 계통성을 확장한 3단방까지 유지되던 처방의 틀과 계통성은 기본적으로 병근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것이 기존의 2단방 세계였다. 그런데 고단방은 새로운 원리와 운용 개념이 적용된 처방 체계이다. 즉 이것은 더 이상 병근과 계통성에 구애받지 않는다. 병근은 8체질 성립의 기반이었고 체질침의 계통성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고단방 체계가 되면서 병근이 차지하던 위상은 희석되고 새로운 원리가 제시되었던 것이다. 그 원리를 탐구하는 것이 내게 남은 향후의 과제이다.

 

각주

1) 장부방은 송혈>수혈>송혈>수혈의 순서로 네 개의 장부혈로 조직되어 있다. 
심경.소장경.삼초경.심포경의 장부혈로 구성되는 자율신경조절방은 두 개의 송혈이 빠진 상태로 두 개의 수혈로만 구성되어 있다.

2)  이것은 1단방으로, 단독으로 쓸 때는 각 체질의 기본방을 사용하는데, 소아병(小兒病) 염좌 지혈(止血)에 각각 수리(數理)를 달리 해서 쓰는 방법이 있다.   

3)  체질침은 우선적으로 내장구조의 차이 즉 체질이란 개념이 기본이다.  

4)  이강재, 『학습 8체질의학 Ⅱ』 행림서원 2013. 10. 5. p.53

5)  Dowon Kuan, 「Studies on Constitution-Acupuncture Therapy」 『中央醫學』 1973. 9.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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