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16> - 『張簡齋經驗處方集』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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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16> - 『張簡齋經驗處方集』① 
  • 승인 2022.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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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사라진 명의들의 사적과 경험처방

  근래 비교적 시기가 가까운 근현대 의약서 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마주하는 임상처방집 하나를 접하게 되었기에 이 자리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서명은 ‘張簡齊經驗處方集’이라고 붙여져 있으니 ‘장간제’라 불리는 임상명의의 경험방을 모아놓은 처방집이라고 읽혀지지만 정작 책 어디에서도 저자에 대한 설명이 일절 보이지 않는다. 하물며 판권부에서 조차 ‘原著 王祖雄’이라고 밝혀져 있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 『장간재경험처방집』
 ◇ 『장간재경험처방집』

 석인본으로 미농지에 판심을 그려넣어 인쇄한 인면을 옛 방식을 좇아 반으로 접고 안쪽에 갈포지를 속지로 넣어 선장으로 제책한 것이 꽤 공력을 기울여 만든 책임에 분명하지만 어려웠던 시절을 반영하듯 산화된 종이는 누렇게 변색되었고 마분지로 덧댄 표지는 책장을 들출 때마다 균열이 가서 몇 차례 넘기다보니 저절로 파탄이 나고 말았다.

  원저 외에 李承雨라는 사람이 簡易編輯했다고 되어 있고 인쇄처가 동서의학연구소라는 곳으로 밝혀져 있으나 주소를 명기하지 않았기에 국내에서 출판된 것인지조차 불확실한 것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타이베이에 주소를 둔 臺灣南京書店이란 곳이 발행처로 되어 있으며, 그 다음 마지막 줄에 이르러서야 ‘定價 壹拾元整’, ‘特價 貳百五拾원整’이라고 두 가지 책값을 적은 문구를 보고서야 비로소 대만에서 출판한 책을 한국에 들여와서 다시 편집해 재차 발행한 책임을 알게 되었다.

  서문은 항주사람 沈仲圭라는 사람이 썼기에 沈序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중화민국 36년이라고 작성기기를 밝혀놓았으니 1947년경에 처음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 펴낸 책이라서인지 대륙에서 발행한 고전적 공구서에는 동일한 서명으로 검색되지 않는다.

  책의 서문에는 당시 중의계에서 통용되는 진단과 변증, 가감용약과 配方通變法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장황하게 논술하고 있을 뿐, 정작 이 책이 전해진 경위라든가 저자의 이력, 혹은 신상에 관한 어떠한 기술조차도 언급한 곳이 전혀 없어 의아스럽다.

  다만 서문의 말미에 장간재의 경험처방을 모아 책을 펴낸 인물로 여겨지는 王祖雄에 대해서만 일정 부분 지면을 할애하여 얘기하였다. “王兄 祖雄이 일찍이 상해중의학원에서 의학을 전공하였고 귀주중의연구소를 졸업하여 이름이 높았다. 다시 장간재 선생을 따라 다니며 학식과 경험을 익혀 날로 뛰어남을 보이더니 수년간 인명을 구한 것이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근래 陪都中醫院과 重慶中醫訓練所 두 곳에서 모두 봉직하는 여가에 책 하나를 모아 엮었는데, ‘명의장간재경험처방집’이라 이름붙이고 아울러 현대명의경험방을 가려서 붙여놓았다.”라고 하였다. 이로보아 서문을 쓴 심중규는 장간재의 경험처방을 모아 이 책을 엮은 왕조웅과는 배도중의원에서 함께 근무하며 지낸 처지로 경험방집 발행을 앞두고 서문을 부촉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서문을 통해 왕조웅이란 인물이 先師로 모시고 종유하던 장간재란 명의의 임상경험방을 모으고 여기에 여러 현대명의들의 경험처방을 다수 덧붙여 이 책을 내게 되었다는 경위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책에 담겨진 경험방의 주인공이자 원천저작자라 할 수 있는 장간재란 명의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중의인명사전을 뒤적였으나 여간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 특단의 조처로 남경이나 항주와 연고가 있을 법한 인물로 추정하고, 상해에서 출간한 인명사전에서 필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호와 별명색인까지 일일이 대조해본 끝에 연관인물이 2사람이 검색되었다. 이어 본명이 張簡齋(1881~1951)인 인물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지난 세기 활약했던 근현대 한의계 인사와 명의들의 사적을 조사하고 지난 과거의 역사로부터 귀감을 얻어야 할 시점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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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혁 2022-06-27 10:07:06
생몰연대는 1880~1950이며 남경사람으로 3대가 의업을 행하였고, 삼형제 중 2째로 삼형제 모두 의사였음. 17세에(광서6년) 과거를 통해 공생이 되었고, 이후 1941년 중국국의학회 이사장에 선임되었다. 이후 49년에 홍콩으로 이주하였으며 그곳에서 의업을 행하였으며 1950년 별세하였다. 주로 부인과와 소아과에 정통하였으며 2007년 중국 남경시에서 그의 의술을 남경시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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