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18> - 『經驗雜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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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18> - 『經驗雜方』① 
  • 승인 2022.07.16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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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고려의학의 遺痕, 七疝치법 향약방

  『향약집성방』을 비롯한 여말선초 고유의학 경험이 담긴 향약경험방을 다수 채록한 필사본 의서 한 종을 소개한다. 사본류 경험방서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작성자나 출처, 내력이 별도로 표기되어 있지 않다. 서문이나 발문은 물론 목차조차도 붙어 있지 않아 본문 내용을 조문별로 나눠 일일이 대조해서 찾아가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 『경험잡방』

  표지나 제책방식이 단출하며, 지질이나 접지방식, 현존 상태로 보아 대략 200년 남짓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딱히 이를 근거할 명문은 남아있지 않다. 본문 첫머리에 ‘經驗雜方’이라 적은 書題가 보인다. 본문을 기록한 서체는 단정하고 능숙한 필치의 달필글씨인지라 脫抄를 하지 않아도 식별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판독하기 좋다.

  본문 앞뒤로 약간의 잡방과 필기가 붙어 있지만 이를 제외하곤, 크게 보아 전반부 疝氣와 후반부 積聚문으로 대별된다. 출전을 밝혀놓지 않아 대조하는데 애를 먹었으나 이리저리 살펴보니, 산기와 적취문의 요지는 대개 『의학입문』 해당 조문을 移書한 것이고 후반부 적취문 다음으로『향약집성방』권21 諸疝門에 수록된 해당 병증치법가운데 주요 골자만을 가려 뽑아 옮겨 적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내용은 산증과 적취에 대한 병인병기보다는 간단한 요점과 분류를 중심으로 방론과 처방수재에 주력하였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한 것은 후반부에 수재된 향약방 관련 내용이다. ‘鄕藥集成七疝’을 필두로 성혜방, 주후방, 득효방, 자생경, 천금방 등에서 관련 치법, 치방을 채록하고 이어 心疝과 陰㿗, 陰腫조를 차례로 기재해 놓았다. 다만 음종조의 침구법을 빼고 浮症의 十水證察容法을 채록한 것이 특징적이다.

 

  ‘鄕藥集成七疝’조에는 7가지 산증 종류가 차례로 열거되어 있는데, 瘚疝, 癥疝, 寒疝, 氣疝, 盤疝, 附疝, 狼疝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가장 먼저 궐산은 厥逆心痛이 있으면서, 다리가 차갑게 시리고 음식을 먹고 난 뒤 거슬러 토해내고 내려가지 않는 증상이 보인다. 징산은 복중에 그득한 기운이 있다가 사라지곤 하는데 오목가슴 아래로 뱃속이 온통 아프며, 팔뚝만한 氣積이 자리 잡아 있기에 癥疝이라고 불린다.

  한산의 증상은 차가운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옆구리 아래쪽과 뱃속이 온통 아픈 것이다. 기산은 뱃속이 그득하며 아프다가 홀연 가라앉는 증상이 반복된다. 반산은 배꼽 주변으로 뱃속이 아픈 것이며, 배꼽 아래쪽으로 아프며 적취가 자리 잡은 경우는 附疝이라고 부른다. 狼疝은 이름처럼 소장과 음낭이 서로 땅기면서 아프고 대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모두 혈기가 허약하고 음식의 寒溫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까닭에 이로 말미암아 생긴 것이라고 말하였다.

  오락가락하는 한산증으로 쥐어짜는듯한 통증을 다스리는 치료법으로 烏鷄를 활용한 식치법이 수재되어 있다. 방법은 오계 1마리를 음식처럼 다루어 생지황 7근을 합해 잘게 썬 다음, 시루에 넣고 뚜껑을 밀봉하고 쪄서 놋그릇에 담아 맑은 즙을 짜내서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모두 다 먹인다. 모든 寒癖을 없애는데, 白粥을 쑤어 천천히 먹인다. 오래 된 산증을 다스릴 경우에는 3제 정도까지 쓰면 좋다고 하였다.

  陰㿗조에는 『향약구급방』의 치료법도 보인다. 본문에 “桃仁炒合黃熱細硏酒如彈丸”이라고 적혀 있는데, 도무지 문리가 통하지 않아 해석되지 않는다. 도리 없이 현전 최자하 중간본 『향약구급방』을 찾아 대조해 보니 다행히 해당 구문이 들어 있어 확인할 수 있었다.

  중권 음퇴음창방에 理㿗方이란 조문이 있고 2번째 조항에서 다음 같은 구절을 찾았다. “又桃仁, 炒令黃熱, 入細末, 酒服, 如彈丸.” 문장 중간에 오탈자가 섞여 있어 해독이 어렵게 바뀌어 버린 것이다. 고전을 독해할 때, 반드시 善本을 갖추고 대조판본을 가능한 여럿 구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해결하기 위함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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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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