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연결을 통한 한의학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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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연결을 통한 한의학의 확산
  • 승인 2022.07.2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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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mjmedi@mjmedi.com


김현호 한의사㈜7일 대표
김현호 한의사
㈜7일 대표

정보통신기술(ICT)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1991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개발된 월드와이드웹은 전세계적 규모의 데이터 흐름을 최초로 구현해내었다. 정보의 보관 장소인 노드(node)와 노드를 잇는 무형의 연결(connection)이 만들어진 것이다. 연결은 노드의 제곱으로 성장한다. 노드가 많아질 수록 그 연결은 더욱 더 복잡해지고, 그 안에서 비선형적인 형태들이 관찰되며 예상외의 가치가 만들어진다. 창발을 위해서는 노드의 수가 많아져야 한다. 

2007년 아이폰의 출시와 함께 시작된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모든 개인을 노드로 만들었고, 연결은 문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식하였다. 2008년 가트너 그룹(The Gartner Group)은 이러한 트렌드를 '초연결hyper-connection' 이라는 개념화를 통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그리고 2020년 시작된 COVID-19의 확산은 인류의 연결 양식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는 그간 인류가 구축해놓은 유형의 연결망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었으며, 세계 구석구석까지 닿을 수 있는 비단길은 문화와 유통의 채널에서 역병의 확산로로 역할이 바뀌었다.

인류는 이 연결망을 당분간 닫을 수 밖에 없게 되었고, 노출 여부와 정도에 따라 병원, 가정, 기관 등 각자의 피신처에 자의, 타의로 격리되었다. 전시에도 지속되었던 학교와 종교시설이 문을 닫고, 하늘길은 막혔으며, 모든 사회활동은 느려지거나 정지되었다.  

그러나, 인류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무형의 연결에게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유형의 재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모든 사회활동은 ICT가 대체하였고, 유무선의 통신선을 따라 다양한 정보가 초고속으로 전달,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과 IT 스타트업들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겨났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을 몇 번 클릭하는 것으로 공산품, 식자재를 비롯한 거의 모든 상품을 문 앞까지 가져오게 할 수 있다. 세탁물을 내어놓으면 다음날 새벽 깨끗한 옷을 받을 수 있으며, 각종 건강상태를 입력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제공받을수도 있다. 

일시적이지만 원격진료도 허용되었고, 거의 모든 관공서의 업무도 원격으로 가능하다. 문 밖에 누가 있나 살펴보고 재빨리 물건을 문 안으로 들여놓는 것이 유일한 실체적 접촉이 된 현재, 마음만 먹으면 사람과의 직접 접촉 없이 아주 오랜 시간을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교육’과 ‘지식전달’ 역시 초연결의 대상이 되었다. COVID-19 상황하에서 학생들은 2년이 넘는 기간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학교라는 전통적인 공간에 대해 다른 인식을 가지게 되었으며, 유명 학원의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입시를 치러 온 대학생들은 이제 전문지식조차도 온라인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기존 아카데미아의 권위를 위협하는 형태로 MOOC의 개념이 주목받은 이후, 이제는 정말 바야흐로 시공간을 넘어서는 지식 흐름의 시대가 열렸다.

ICT를 통한 지식 콘텐츠의 확산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확산이 일어난다. 실시간 콘텐츠가 아닌 경우 장점은 더욱 극대화된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생산할 수 있고, 소비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바이럴로 확산되는 순간,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인적 네트워크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네트워크 이론에 따라 노드를 거듭할 수록 확산의 정도는 기하급수로 증가하며, 실체를 가지는 물질이 아니니 총량의 제한도 없다. 제한이 없다는 것은 제어도 어렵다는 뜻이다. 실물 재화는 통제가 가능하나, 지식 콘텐츠는 변형, 복제가 쉬운 만큼 통제가 어렵다. 기존 오프라인 기반으로 이미 헤게모니를 장악한 거인과도 한번 겨뤄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전지구적 역병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맞이한 비대면 문화였지만, 이를 겪은 인류는 그 안에서 장점과 효율과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엔데믹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다시 오프라인 문화가 찾아오고 있지만, 모든 것이 COVID-19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전 세계는 점점 더 연결될 것이고, 네트워크의 게이트 키핑은 점점 더 무의미해 질 것이다. 게다가 무형의 연결이 유형의 연결을 촉발할 수 있음을 우리는 매일같이 목격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안에서 기회를 발견해야 한다. 

한의학은 전세계 전통의학을 다양한 측면에서 리드할 수 있다. 학술적 깊이와 전문가의 실력, 현대 과학과의 융합, 그리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열하게 생존하고 있는 임상의의 실력과 통찰은 세계 제일이다. 국내에서 자행되는 근거없는 비난은 국경을 넘는 순간 의미가 없어진다. 온라인의 세계에서는 전통의학 강대국의 실력행사도 희석이 가능하다. 

열역학 이론에 따르면 농도 경사를 이용하는 확산에는 외부 에너지가 필요 없다. 한국의 전통의학 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짙다. 이제 확산될 수 있는 연결만 구축하면 된다. 한의학과 ICT의 융합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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