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호계지건강탕 – 지연성 감염질환약에서 허약인의 심리상태 개선약으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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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호계지건강탕 – 지연성 감염질환약에서 허약인의 심리상태 개선약으로!②
  • 승인 2022.07.2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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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59)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CPG 속 시호계지건강탕의 모습은? (표 1 참조)

CPG 속 시호계지건강탕은 어떤 모습일까? 총 5가지 CPG에 시호계지건강탕이 등장한다. 원 처방의 창방의도였던 지연성 감염상태 보다는 정신신경계 문제로 여겨지는 영역에서의 활용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원 조문에 등장했던 증상 중 하나인 갈증(구강건조)에 대한 효과를 활용한 제안도 눈에 띈다.

먼저, 원 창방의도를 반영한 내용을 살펴보자. “임신 수유와 약 대응 기본 매뉴얼(개정판)”에서는 임신 시 감기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시호계지건강탕을 언급했다. 이 외, 향소산, 삼소음, 맥문동탕, 소시호탕, 시호계지탕, 소청룡탕, 갈근탕이 함께 임신 시 감기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호계지건강탕의 원 처방의도를 생각해보자면, 감기가 장기화되며 잔 기침과 같은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임산부에게 적절히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정신신경계 문제이다. “수면장애 대응과 치료가이드라인 제2판”에서는 신경증이나 갱년기장애에 유효한 것으로 알려진 한방처방의 경우, 자율신경계 활동과 기분 안정화를 통해 수면촉진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시호계지건강탕을 그 중 하나로 제안했다. 이 외에 대시호탕, 반하후박탕, 억간산, 귀비탕, 산조인탕, 온경탕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섬유근통에 대한 활용을 언급한 CPG도 있다. “섬유근통 진료가이드라인 2017”에서는 섬유근통에 유효한 것으로 보고된 한방처방을 증례보고 수준까지 총 망라하여 소개하였는데, 그 중 한 사례가 시호계지건강탕과 계지복령환을 함께 활용한 사례였다.

여성의학분야에서도 활용이 제안되었는데, 갱년기장애에 대한 활용이 제안된 것으로 어떻게 보면 ‘정신신경계’ 분야에 대한 활용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산부인과 진료 가이드라인-부인과 외래편 2017”에서는 갱년기장애에 활용을 고려할 수 있는 한방처방 중 하나로 시호계지건강탕을 언급했다. 이 외에도 당귀작약산, 가미소요산, 계지복령환, 온청음, 오적산, 통도산, 온경탕, 삼황사심탕 등이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은 ‘구강건조’에 대한 활용이다. “과민성방광 진료가이드라인 제2판”에서는 항콜린제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인 구강건조감에 다양한 한방처방을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는데, 그 중 한 처방이 시호계지건강탕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상한잡병론』조문에 등장한 체액소실의 결과로 나타난 ‘갈증’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다. 시호계지건강탕 외에도 백호가인삼탕, 자음강화탕, 오령산, 맥문동탕, 십전대보탕, 소시호탕, 팔미지황환, 당귀작약산, 시박탕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연재를 마치며

2019년 5월 “이제 내비게이션을 켤 시간!”이라며 한방약의 활용을 수록한 일본의 CPG를 소개하기 시작한지 벌써 3년 이상이 흘렀다. 시작할 때, 이제 곧 30개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이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이미 모두 출간되었다. 그동안 총 30개 처방의 출전부터 각종 의서의 기록, 그리고 CPG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소개했다. 30개 처방의 역사를 소개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몇몇 독자들께서는 마치 역사책을 쓰는 듯한 이러한 구성에 대해 의문을 표해 오기도 하셨다. 아무래도 이와 관련된 설명이 사전에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 오늘 이 연재를 마무리를 하며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구성의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특히 우리 한의사들이 하루하루 임상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약이라는 치료도구는 현재라는 세계에 툭! 하고 홀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거쳐온 역사를 모두 담고 있는 화석처럼 그 안에 첫 출발부터 이후의 발전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점을 우리 정부도 인정하기에 한의사가 예로부터 처방해 온 한약처방에 대해서는 제제개발 시 몇몇 면제조항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근거기반의학이라며 현대화된 번듯한 용어 만을 사용하다 보니, 몇몇 한의사들은 이 한약처방이라는 존재의 역사성을 잊게 되는 것 같아 본 연재에서는 그 균형을 맞추고자 했음을 독자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덧붙여 근거야 당연히 좋지만, 환자에게 어떤 처방을 투약할 때 이 역사성을 꼭 함께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중익기탕은 항생제 내성균인 VRE 집락상태 해제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있는 처방으로~”라고 복약지도를 시작하기 보다는, “중국의 금원대 명의 이동원이라는 사람이 전란시대에 극심한 영양불량, 체력결핍,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감염병에 걸렸을 때, 체력을 강화하는 처방으로 만든 이 보중익기탕은~”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소위 “스토리텔링”이 된다. 요즘 핫한 맛집이라는 곳을 보면 잘 갖추어진 ‘스토리’ 하나가 없는 곳은 찾기 어렵다. 다행히도 한약처방은 따로 스토리를 만들 필요도 없다. 이미 그 존재가 잘 갖춰진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한의사라는 한약치료 전문가의 입에서 그 스토리가 전달되기만 하면 된다.

연재를 이어 온 동안 몇몇 독자들께서는 내 글과 다른 의견이 있음을 보내주기도 하셨고, 몇몇 오류도 지적해 주셨다. 추후 본 원고를 토대로 후속작업을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무리하면서 그 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229-231.

3. Numata T, Gunfan S, Takayama S, Takahashi S, Monma Y, Kaneko S, Kuroda H, Tanaka J, Kanemura S, Nara M, Kagaya Y, Ishii T, Yaegashi N, Kohzuki M, Iwasaki K. Treatment of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using the traditional Japanese herbal medicine saikokeishikankyoto: a randomized, observer-blinded, controlled trial in survivors of the great East Japan earthquake and tsunami. 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14:68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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