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120) 제발 그냥 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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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120) 제발 그냥 해! 그냥!
  • 승인 2022.08.19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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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doodis@hanmail.net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김영호
한의사

프로야구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었다. ‘선수들은 열심히 연습하는데, 왜 성적이 개선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해왔을 것이고 누적된 경험과 연습량도 엄청날 텐데 프로무대에서 극명하게 성적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과 연봉이 낮은 선수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의문은 노력이 과연 성적과 비례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력과 결과는 다른 영역이다. ‘노력하면 할수록 좋은 결과가 온다.’는 것은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희망에 가깝다. 노력한 만큼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타고난 재능 덕에 노력보다 결과가 좋은 경우도 많다. 선천적인 조건을 무시하고 투입한 노력만큼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인간 중심적이고 기계적인 생각이다. 노력을 투입하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스스로 아쉽지 않기 위함일 뿐, 결과는 그저 하늘이 주신대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마음으로 기다려야지(待), 진인사구천명(盡人事求天命)의 마음으로 갈구하면 원치 않는 결과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간절한 기대는 몸과 마음을 경직시키고 실수의 주된 원인이 된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커지고 그저 한 번의 실패를 삶의 실패로 비약하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 스스로를 실패한 인생이라고 규정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사실로서의 실패’가 아닌 ‘해석으로서의 실패’다. 야구 뿐 아니라 많은 스포츠에서 한 번의 실패에 여러 가지 자의적 해석을 덧붙이는 선수와 그저 다음 도전으로 넘어가는 선수로 나뉘고, 이 차이는 큰 격차를 만든다.

노력은 노력이고 결과는 결과다. 노력은 인간의 영역, 성공은 신의 영역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인과의 법칙과 우주가 운영하는 인과의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우리의 기대처럼 원인과 결과가 즉각적으로 매칭 되지 않는다. 긴 시간에 걸쳐 체감하지 못 할 만큼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뜻밖의 시공간에서 갑자기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기도 한다.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부디 ‘이만큼 노력을 했으니 이 정도는 이루어 질 거야!’라는 기대를 말자.

노력과 결과를 따로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실패에 익숙해진다. 실패에 익숙해지면 그저 한 번의 실패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툭툭 털고 다음 도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실패에 익숙할수록 부자연스러운 힘이 빠지고 평소처럼 실전에 임하게 된다. 실패는 우리 마음의 힘을 쏙 빼준다. 실패 후의 무력감은 내 안의 불필요한 힘이 빠졌다는 반증이다. 성공에 연연하지 않게 되고 또 한 번의 실패가 두렵지 않게 된다. 그저 성공으로 가는 여러 번의 실패 중 하나라는 생각에 두려움과 긴장이 사라진다. 마음속에서 연습과 실전의 구분도 사라지기 시작한다.

우주의 인과법칙이 작동하는 때가 바로 이 순간이다. ‘나는 할 만큼 했다. 될 대로 되라~’ 는 마음이 들면서 ‘내 생각’의 힘이 빠지고 우주의 인과법칙에 진심으로 수긍하게 된다. 이렇게 마음을 비운 도전이 계속될 때, 불현듯 작은 성공이 나타나고 작은 성공은 점점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없다고 실망하거나 낙담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실망하거나 낙담하는 것은 성공과 멀어지는 길이다. 인간의 식견으로 우주의 인과질서를 이해하지 못할 뿐 우리의 노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주 어딘가에 반드시 남아 있다. 그 노력이 결실로 돌아오는 것은 신(神)만이 알 수 있는 큰 뜻이자 계획이다. 결실이 돌아오는 시점도, 그 결실의 크기도 예측할 수 없다. 인간은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자. 기대 또한 버려야할 내 생각일 뿐이다. 버려야할 생각이 많아질수록 결실의 시간은 지연된다.

“그냥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나이키의 슬로건처럼 <Just Do It>이 전부다. 기대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냥 해야 된다. 아무런 마음 없이 그냥 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마음에서 최고의 결과가 나온다. ‘그냥’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냥 하다보면 결국엔 이루어진다.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력의 가치가 가장 효율적으로 결과에 반영되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려면 ‘내 생각’이 사라져야 한다. 노력과 결과 사이를 왜곡시키는 그 수많은 ‘내 생각’이 사라져야 한다.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는 그곳엔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그렇게 텅 빈 마음으로 그냥 할 때, 우리는 최선의 결과와 만날 수 있다. ‘그냥’의 사전적 의미처럼 그 상태 그대로, 아무 조건 따위 없이 그렇게 해 나가자. 지금껏 잘 해왔으니 그냥 그렇게.

김영호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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