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23> - 『散藥秘方』①
상태바
<고의서산책/ 1023> - 『散藥秘方』①
  • 승인 2022.08.27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내 주위에 산재한 유용약재

  오늘은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온갖 질환증상에 쓰이는 갖가지 散劑 처방을 모아둔 특별한 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책이름이 『산약비방』으로 되어 있기에 산제처방만을 나열해 둔 것쯤으로 짐작하기 쉬우나 딱히 그런 것은 아니다. 주로 외과질환이나 위급증에 쓰이는 가루약을 중심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방문을 기재해 놓은 방서인데, 주문은 대부분 한글로 기록했기에 더더욱 의미가 깊다.

 허름한 필사본에 불과하기에 외양은 다소 볼품이 없어 보이지만 목록만 3면에 달할 정도로 각종 병증을 망라하고 있다. 다른 단방경험방에 비해 각과 분류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한글경험방에서 흔히 나타나듯 병증상을 소항목 삼아 한자로 기재하고 이하 본문에 해당하는 치법과 처방, 약물 등은 한글로 기재하였기에 한눈에 찾아보기 좋다.

 ◇ 『산약비방』
 ◇ 『산약비방』

  목록에 기재된 것만을 기준하더라도 소아경풍, 태독, 胎丹으로부터 시작하여, 각종 식육체와 중독증상에 이르기까지 200여 항목을 상회하는 병증항목이 올라있다. 이 가운데, 火丹, 重舌, 乳積, 疳瘡, 濕癬  등 주로 외과질환이 가장 많고 雀目, 眼生白點, 眼疾赤爛, 飛沙入眼 등 안과질환, 이농, 이명, 耳入芒刺, 耳入諸蟲, 鼻塞, 鼻中瘡, 濁涕不止, 구건, 순종, 후병, 쌍아, 단아 등 이비인후과 질환이 뒤를 잇는다.

 또 항강, 탈함, 실음, 두풍, 편두통, 치통 등 외형 증상은 말할 것도 없고 현훈, 船暈, 醉痛, 흉복통, 어혈, 담천, 해수 등 내과 증상도 두루 망라되어 있다. 특히 중풍불어, 전신불수, 담궐, 기궐 등 중풍증이나 輪感咳嗽, 담천, 상한범열, 중한, 중서 등 외감 상풍한 증상, 그리고 은진이나 浮脹, 滿身浮症, 漆瘡 등 전신피부증상도 다루고 있다.

  게다가 장창, 타박절상, 파상풍, 파상습, 제창출혈, 낙상어혈 등 타박손상에 쓰이는 용법이 열거되어 있고 압사, 타사, 액사, 익사, 동사, 낙마사, 入井死와 같이 구급질환에 쓰이는 처치법까지 상세하다. 끄트머리에는 芒牟入陰陽穴, 獸骨掛喉, 稻麥芒, 誤吐金鐵 등 제상질환과 牛馬肉毒, 肝毒, 膾毒, 행인독, 桃毒, 瓜毒, 채소독, 천초독, 豆泡毒까지 각종 음식상으로 인한 중독증상, 그리고 虎咬를 비롯해 말, 개, 뱀, 거미, 지네 같은 독충에 물린 교상에 대한 처치방법이 들어있다.

  그러나 산제가 반드시 물에 타먹거나 상처에 바르는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경풍이 든 소아는 온돌 위에 황토를 많이 깔아놓고 그 위에 눕혀두고 약을 먹이라 했고 각궁반장증에는 메밀짚 태운 재를 미지근한 물에 타서 목욕을 시킨 다음 땀을 내게 하면 좋다고 하였다.

  

*고어가 있어 부득이하게 파일로 대체합니다

  이상 필자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띄어쓰기를 하였으나 그래도 쉽게 읽히지 않을 것을 대비해 위의 문장을 좀 더 풀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소아야제증 곧 아이가 밤에 심하게 우는 증상에는 등심을 태워 소존성하여 엄마 젖에 발라 아이로 하여금 빨게 한다고 하였으며, 또 인후의 雙蛾나 單蛾증에는 백반을 곱게 갈아 烏鷄 달걀의 흰자에 타서 먹이고 또 가재즙에 굼벵이즙(蠐螬汁)을 타 먹으라고 적어 놓았다.

  여기에 제시되어있는 약제들은 드물게 기성 환산제를 응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민가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초재나 곤충류, 동물, 광물류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어떤 것들은 희귀동식물이나 보호종으로 분류되어 구할 수 없거나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어 이제는 함부로 쓸 수 없게 된 것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이라 적극 활용해 봄직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