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지식 바탕으로 한의학 저변 넓히는데 보탬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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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지식 바탕으로 한의학 저변 넓히는데 보탬되고 싶어”
  • 승인 2022.09.01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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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인터뷰: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 재학 중인 박성민 한의사
“임상 능력만으로는 한의사에 대한 열악한 사회적 인식 개선 한계”

한의사 면허 취득 후 4년간 진료를 해오면서 한의사에 대한 열악한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박성민 한의사.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의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 진학했다는 그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경희한의대를 2018년에 졸업한 뒤, 임상만 지속하다가 올해 7월부터 존스홉킨스에서 보건학 석사과정을 시작한 박성민이다. 

▶한의대에 입학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한의사라는 직업에 끌렸기 때문이다. 과거 고려대 영문학과 2학년 재학 중 허리가 좋지 않아 한의원에 다녔는데, 그때 치료 외적으로도 한의사 선배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이때 한의학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게 돼 한의대에 진학하게 됐다.

▶면허 취득 후 어떤 활동을 했었나.
졸업할 당시에 병역을 이미 완료한 상태였기 때문에, 면허 취득 후 바로 임상에 뛰어들게 됐다. 처음에는 한방병원에서 병동 환자들을 보며 한의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응급 환자들을 경험했다. 이후 여러 한의원을 거치며 다양한 환자를 진료했는데, 하루에 많게는 70명 이상의 환자를 보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게 됐고, 이로 인해 술기를 다듬고자 척추신경추나의학회와 면역약침학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임상 강의를 꾸준히 수강했다.

▶존스홉킨스에서 공중보건학 석사과정을 밟는다.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만 4년간 진료를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 사회가 한의사에게 씌운 굴레가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한의사들이 다양한 임상적 술기를 연마해서 많은 환자를 치료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보여주더라도, 현재는 그 이상으로 한의사에 대한 수많은 공격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뛰어난 임상 능력만으로는 한의사에 대한 열악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에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진료 외적인 부분에서 한의학 영역을 확장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또한 보건대학원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이곳에서 다루는 영역들이 한의학에서 비교적 소외되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상데이터, 비용-경제성 연구,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그 외 보건학에서 다루는 다양한 연구파트들은 한의학과 관련된 부분이 많으면서도 정작 실제로 연구된 분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보건대학원에 진학해 얻게 된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소외된 한의학의 저변을 넓히는데 미약하게라도 보탬이 되고자 한다.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미국에서 보건학 석사를 취득하는 그 자체만으로는 의학 학사가 이미 있는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제게 어떠한 시너지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계속 유학 준비를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들고 버거운 일이었다.

또한 영어의 경우,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던 과목이기도 했고, 당시 GRE 및 TOEFL 시험 준비를 한의원 근무와 병행했기 때문에 매우 부담이 됐다. 하지만 당시 근무하던 한의원의 최솔 대표 원장님께서 근무 일정을 조정해주시고, 추천서도 작성해주시는 등 많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비의 경우,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2년간 타 학문을 공부하고 군 복무를 마친 후 한의대를 입학, 졸업, 4년간 임상을 하다보니 33살의 나이에 유학을 결정한 관계로 여러 장학재단에 장학금을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올해 기준 장학재단의 경우 석사 과정은 대체로 93~95년생 이후 출생자부터 지원이 가능하다. 이에 학비 마련을 위해 존스홉킨스 오리엔테이션 기준 4일 전까지 일을 했지만 무엇보다 내 뜻을 응원해준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의 큰 도움을 받고 이곳에 올 수 있었다.

▶해외에서 학위를 밟으려고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할 점이 있다면. 
가장 필요한 것은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 학교 다닐 때 굉장히 존재감 없이 다녔던 편이라, 추천서를 받기 위해 학교 교수님들께 갑작스레 연락드리는 것이 엄청난 숙제였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급작스러운 요청에도 불구하고, 교수님들께서는 유학 관련 추천서 작성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이처럼 잠깐의 어색함을 참고 특히 주변 교수님들께 용기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SOP 및 자기소개서를 잘 작성해야 한다. 보통 대학원 지원 마감일은 12월 1일인데, 나는 잘못된 판단 및 지속된 근무로 인해 관련 서류 작성을 10월 말부터 시작한 편으로 다른 사람보다 작성 시기가 많이 늦은 편이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더 오래 공들여 씀으로써 더 경쟁력 있는 SOP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지 후회가 된다. 
미국 대학원 입시에서 TOEFL의 경우 일정 점수 이상이면 되고, 최근에는 대학원들이 GRE 점수를 면제해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 유학을 결정했다면 수험 점수보다 최대한 일찍부터 SOP, CV 등의 서류 작성에 집중할 것을 추천한다.

▶MPH과정을 마친 후 계획을 말해달라.
아직 한 학기밖에 수강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별다른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내가 잘 할 수 있고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분야를 고민해서 결정하고, 또 더 멀리 진출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렇게 고민하게 된 이유는, 현재 내가 다니는 과정의 경우 동기들 중 52%가 의사(의대생 포함, 치과의사, 한의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컨설팅, NGO, 헬스케어 산업, 국제기구 등 병원 밖의 다양한 진로를 선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들처럼 다양한 진로에 대해 열린 시야를 가지고 고민을 지속하여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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