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분야 보다 보수적인 한의학 교육…인적자원 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치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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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분야 보다 보수적인 한의학 교육…인적자원 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치 많아”
  • 승인 2022.09.0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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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이사람: 홍지성 원광한의대 연구교수

​​​​​​​교수공학 전공 후 미국 교수설계자 근무…한의계 입문 후 한의사국시개선연구 등 수행

원광대서 해외 의료인 대상 교육프로그램 개발…학습자 니즈 충족하는 온라인 콘텐츠 만들 것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의계에서 한의학교육과정과 교육평가 개선을 연구해온 홍지성 원광한의대 교수. 그는 교수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교수설계자로 근무하던 중 한의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교육학 전문가로서 바라본 한의학 교육은 어떤 모습일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의학 교육 분야를 주로 연구해왔는데, 그 중에서도 어떤 연구를 수행해왔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한의사 역량 모델 개발 연구를 시작으로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역량중심 한의학교육 및 평가 현안에 대한 정책연구에 참여해왔다. 또한 해외 보건의료체계와 전통의약분야 교육 및 면허제도 조사를 통해 한의계에 시사하는 바를 고찰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이전에는 교육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과 미국에서 교수설계자로 일했다. 교육공학에서 교수설계(Instructional Design)는 핵심 역량이며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특정한 학습 내용과 학습자가 주어졌을 때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교수방법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주로 개별 단위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미시적인 연구를 수행해 오다가, 한의계에서는 교육과정과 평가 큰 틀 개선에 대한 거시적 연구를 하게 되었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의계로 와서 한의학 교육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 한의학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의학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한의계로 오게 된 배경은 긴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교육공학 전공자들은 학문의 특성상 효과적인 교수-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처방을 내리는 교수설계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타 분야 내용전문가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실제로 선‧후배들이 의학계열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있다. 미국으로 건너가 전공을 살려 일하면서 교수설계자로서 타 분야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일하는 것이 매력이 있기도 했지만, 전문분야의 경우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 이론적으로 이상적인 해결책을 제공해야 해서 아쉬운 때도 있었다. 이에 내가 가진 핵심콘텐츠가 무엇인지, 내용전문가이면서 그간 체득한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교수자로서의 전문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 판단했다.

나는 적지 않은 나이에 미국에 갔기 때문에 영어실력 향상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 내가 그간 경험해왔던 분야와 가장 관련이 적은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에 주변 Community College의 Health Technology 전공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의대, 간호대 등 보건의료계 교육과 연계되는 기초의과학 과정을 이수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보건의료계열로 진입하는 정보를 얻게 되었고, MD계열부터 의료기사가 되는 교육과정까지 모두 리뷰한 후 현실적으로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중의학 과정을 선택하였다.

4년 반 정도 학교에 다니고 면허시험을 준비하면서 한국인으로서 더 알고 싶은 한의학적 지식을 얻기 위해 한국에서 한의대 교재들을 배송 받아 보기도 하고 관련 한의학 DB를 통해 논문들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한계가 많았다. 그러던 중 잠시 한국에 방문했을 때 원광대 강연석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당시 본인이 수행하던 ‘역량중심 한의사 국가시험 개선방안 연구’와 ‘한의사 미국진출 가이드북 개발을 위한 제도조사 연구’ 참여와 원광대 한의학 박사과정을 제안해주었고, 이를 수락해 한국으로 돌아와 한의학 교육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원광대에서는 한의학국제협력교육센터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나.

크게 두 가지로 해외 의료전문가 대상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재외동포 한국역사문화 교육프로그램 지원이라 할 수 있다.

해외 의료전문가 대상 교육은 그간 원광대 한의대에서 수행해 왔던 국제교류 및 교육사업을 체계화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혹은 둘을 병행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학습자들은 해외 전통의약 전문가들이 주가 되지만 의사, 의대생, 의과대학 교수, 간호대생, 물리치료사 등 직군은 다양하다.

원광대 한의학국제협력교육센터는 2021년 설립되어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고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주관하는 ‘한의약 해외연수·교육 지원 사업(21~23년)’을 수행하고 있다. 2021년은 100% 온라인 교육으로 진행되었고, 기술력과 안정성이 확보된 ㈜7일의 하베스트 플랫폼에 런칭하여, 11개국에서 200여명이 수강하였다. 지속적으로 원광대 교수진의 교육콘텐츠를 개발해 해외에 협약을 맺은 대학, 기관, 개인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연수는 그간 원광대 한의대에서 개별 교수들의 노력과 봉사로 이어져 오던 해외 대학과의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조금 더 체계화해 나가는 중이다. 해외에서 요청이 오면 그들의 학습 요구와 선수 학습 수준, 임상직무 범위 등을 고려하되 원광대 각 교수자가 가진 핵심 콘텐츠들을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교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한다.

지난 7월과 8월에는 코로나19로 지난 몇 년간 중단되었던 해외연수팀 한의대 방문 연수와 원광대 교수진 해외 파견 연수를 진행하였는데, 한의대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학교의 지원을 통해 뜻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태국 마히돌 의과대학, 베트남 하노이 전통의약대학, 미주선학대학교대학원, 프랑스 FLETC 침구학교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예정이다.

또, 한의약을 소재로 재외동포 한국어, 한국 역사, 문화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에 설립된 원불교 교당과 연계하여 한의학, 한국어와 역사문화 교육, 몸과 마음의 치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교육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콘텐츠 개발은 오프라인에서 하던 강의를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한 질 관리 문제가 대두된다. 해외 학습자 니즈에 부합하는 양질의 온라인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원광대 교수진들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해외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해외에서 방문연수를 희망하는 학습자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요구에 따른 교육과 우리의 강점을 적절히 조합하여 전달하고,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교수는 해당 국가의 교육 및 면허 제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효과적인 강의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의대 교수학습환경 분석, 관련 교육프로그램 설계개발연구, 교수학습개발을 위한 마이크로티칭의 실행과 효과성 분석과 같은 처방적, 체계적 특성을 살린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한국과 미국의 교사, 평생교육사, 의료통역사이며, 캘리포니아주 침구사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그들의 기대를 익히 들었다. 최근 10여 년간 중의학, 한의학 분야에서 공부했지만, 나는 여전히 교육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한의학 교육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교육시스템의 발전이 더디고 보수적인 편이지만 훌륭한 인적자원을 포함한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치가 매우 크다. 특히 한의학 내용전문가인 한의대 교수와 임상가의 지식, 술기, 태도의 총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교육 콘텐츠는 그 가치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

의학, 의료, 의술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이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소재로 국내외 다양한 학습자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언어, 제도, 문화적 차이는 질 높은 콘텐츠로 보완할 수 있다. 이미 한의계에도 다국어 번역이 가능한 전문가 pool이 형성되고 있고, 점점 더 해외의 의료제도와 문화에 익숙한 한의사들이 많아질 것이다.

한의학이 그 자체로 얼마나 가치가 있고 해외의 많은 전통의학 전문가들이 얼마나 한의학을 간절히 배우고 싶어 하는 지, 궁금해 하는 지 그 가치를 스스로 알고 한의약 세계화라는 외적 동인을 통해 한의학의 내적 역량이 강화되기를 바란다.

사상, 사암, 동의보감과 같은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해외에 방문하여 일회성으로 진행하는 개론식 특강을 지양하고 세계 전통의학 교육을 리딩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분석하고 전달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이에 대한 지원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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