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汗出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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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汗出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두 번째 이야기-
  • 승인 2022.09.23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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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40)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갱년기의 汗出

갱년기의 汗出은 혈관운동증상에 의해서 일어난다. 혈관운동증상과 같은 급성 증상이 나타나는 정확한 병태생리학적 기전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낮아진 에스트로겐에 의해 시상하부의 온도조절중추에 장애가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즉, 열성홍조를 경험하는 여성의 경우 낮아진 에스트로겐이 복잡한 신경내분비적인 기전(시상하부의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포함)을 유발하고 이것에 의해 기준체온점이 낮게 재조정(reset of thermostat)되며, 열성홍조 증상이 없는 여성에 비해 온열중성대(thermoneutral zone)가 좁아지게 되어 열성홍조가 잘 발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열성홍조의 60%에서 열성홍조 발생 15분 전에 중심체온이 약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같은 중심체온 증가가 열발산(heat dissipation) 기전을 자극하여 이에 의해 표피혈관확장 및 발한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시상하부의 온도조절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이다. 카테콜에스트로겐과 엔돌핀은 음성되먹임기전에 의해 시상하부의 노르에피네프린 생성을 억제하는데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이 음성되먹임기전이 소실되어 결과적으로 노르에피네프린이 상승하게 되며 이것이 시상하부의 세로토닌 수용체의 상향조절(up-regulation)을 일으켜 기준 체온점의 재조정을 초래하게 된다.

갱년기 汗出의 기전을 정리해보자면 낮아진 에스트로겐에 의해서 온열중성대가 좁아지고, 노르에피네프린이 상승하여 중심체온을 증가시켜서 생긴다고 할 수 있다.

갱년기 汗出은 낮아진 에스트로겐에 의해서 온열중성대가 좁아지고, 노르에피네프린이 상승하여 중심체온을 증가시켜서 생긴다

 

나이와 온열중성대

나이에 따른 온열중성대의 변화를 보면 조금 더 온열중성대가 좁아졌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신생아 시기에는 온열중성대가 오로지 출생시 체중에 의존한다. 1kg 애기들은 35.0℃부터 35.5℃사이이며, 2kg 애기들은 33.8℃부터 34.5℃ 사이이이다가 한달안으로 온열중성대가 32.0℃에서 34.0℃사이가 된다. 성인이 될 때까지 온열중성대는 조금씩 떨어지고 범위는 넓어져서 28.6℃에서 32.0℃사이가 된다.(다만 온열중성대의 범위는 자료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소개된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나이가 증가하면서 온열중성대는 점점 좁아지게 된다. 몇 가지 요인들이 체온조절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첫째 체성분에 따라서 살펴보면 연령이 증가하면서 제지방이 점점 줄어들게 되고, 반면에 지방은 증가하고 피하지방은 감소하게 된다. 둘째 나이가 들면 체온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게 되고, 혈관수축에 대한 신경지배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결국 나이가 증가하면 피부 혈액순환에 대한 통제기능이 떨어져서 젊을 때와 같은 범위에서 체온조절을 할 수 없게 된다. 젊을 때는 피부혈관의 수축과 팽창만으로도 충분히 체온을 조절할 수 있었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같은 외부 온도에서 피부혈관의 수축과 팽창만으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온열중성대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그림 1)

그림1. 나이와 온열중성대의 변화

 

 

핵심은 혈액순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온조절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혈액순환 기능(cardiovascular function)과 혈류량(intravascular volume)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혈액순환 기능과 혈류량이 충분하지 않게 되면 심부에서 생성되는 열을 체표로 운반해서 제거하는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그로 인해 노인이 되면 체온조절 장애로 인한 합병증 역시 증가하게 된다.

 

갱년기 장애와 한의학

앞서 갱년기 汗出은 에스트로겐의 감소로 인해서 온열중성대가 좁아지고, 노르에피네프린이 상승하여 중심체온을 증가시켜서 생긴다고 하였다. 그리고 온열중성대가 좁아지는 이유는 혈액순환 기능과 혈류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심부에서 생성된 열을 체표로 운반해서 제거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생긴다고 하였다. 특히 에스트로겐은 혈관확장을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면 혈관이 좁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체열의 제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온열중성대가 좁아질 수 있다. 또한 노르에피네프린이 상승해서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면 중심체온을 증가시키고, 이 역시도 혈관을 좁아지게 만들어서 온열중성대를 좁게 만드는데 관여하게 된다.

한의학에서 갱년기 장애에 쓰는 대표적인 처방인 가미소요산과 청리자감탕인 경우, 陰血을 보하는 약재+淸熱之劑로 구성되어 있다. 사물지제는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류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가미소요산의 시호, 목단피, 치자나 청리자감탕의 지모, 황백과 같은 청열지제의 경우 중심체온의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시호는 청열약은 아니지만 和解退熱하는 효능이 있다)

물론 淸熱하는 방법과 補陰血하는 방법은 환자의 체질이나 변증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처방이 서로 달라지겠지만, 갱년기 장애를 치료하는 일반적인 접근 방법이 ‘補陰血+淸熱’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좁아진 온열중성대 + 노르에피네프린으로 인한 중심체온 상승’이라는 갱년기 장애의 기전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표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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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대한 자문을 해준 아름다운여성한의원 김동환원장 (한방부인과 전문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유학영 과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참고문헌 1) 김정구, 폐경기 여성의 관리, 군자출판사, 2007. 2) Boris Kingma et al, The thermoneutral zone: implications for metabolic studies, Front Biosci(Elite Ed), 2012. 3) Eva V. Osilla et al, Physiology, Temperature Regulation, StatPearls Publishing, 2002. 4) R C Tostes et al, Effects of estrogen on the vascular system, Braz J Med Biol Res, 2003. 5) 대한한방부인과학회, 갱년기장애 및 폐경기후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한국한의약진흥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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