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아버지의 최선
상태바
[영화읽기] 아버지의 최선
  • 승인 2022.09.23 0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효원

배효원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아이를 위한 아이
감독: 이승환출연: 현우석, 박상훈, 정웅인
감독: 이승환
출연: 현우석, 박상훈, 정웅인

아동 보호 시설에서 보살펴지는 아동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되어 자립하게 된다. 보호 종료 아동은 자립지원금, 자립 수당을 받지만 혼자 살아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라 금세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또 사회생활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기에는 어린 나이기에 사기를 당하기도 쉽고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 간혹 뉴스나 기사를 통해 보호 종료 아동의 현실을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던 터라 본 영화의 소개 글이 눈길을 끌었다.

보호 종료를 한 달 앞둔 도윤은 앞으로 살아갈 방향성에 대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그간 연락 한번 없던 아버지란 사람이 보육원을 찾아온다. 이제 와서 갑자기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도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생각보다 돈을 모으기가 어렵고 자꾸 찾아오는 아버지를 뿌리치기도 쉽지 않아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새어머니는 예전에 돌아가셨고 아버지의 집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동생이 있다.

처음에는 삐딱하게 나가던 도윤도 아버지의 정성 어린 마음과 동생에 대한 형제애를 느끼며 점차 가족이 되어간다. 그렇게 마음을 열기 시작할 무렵, 황당하고도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동생에 대한 책임감은 더욱 커져 자신의 계획을 수정하며 동생을 지키는 도윤. 아버지의 보험금을 노리고 찾아온 이모를 떨쳐 내기 위해 이곳저곳 알아보고 다니던 도윤은 아버지에 대한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인생 최대의 혼란을 맞게 된다.

전반부는 조금 진부한 내용으로 전개되는 듯하지만, 점차 예상치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후반부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은 신선하다. 감정적으로는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성적으로는 이해되고, 결론적으로는 나쁜 것이 없다는 아이러니한 감정이 드는 결말. 그래서 이 영화에 배신자는 많지만, 악역은 중간에 등장하는 이모 가족뿐이다. 이모의 행태가 정말 꼴불견인데 생각보다 현실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라 씁쓸하다. 영화는 이모를 통해 과연 혈연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관계의 혈연들이 존재하는데 남보다 못한 이들도 많고, 일촌이든 사촌이든 혈연의 거리와 관계가 비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혈연을 무기로 내세울 수 있는 많은 제도와 법이 있다. 아직까지는 혈연의 의미가 꽤 크기에 대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답답한 경우도 많다. 긍정적인 방향은 아니지만, 갈수록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영화는 보호 아동들의 생활과 현실에 대해 너무 암울하게도 미화시키지도 않으면서 객관적 현실을 조망하고 사회제도의 강화를 촉구한다. 결국 이 이야기의 시작은 보호 종료 제도의 제도적 한계에 기인하고 있다. 보호 종료에 놓인 청소년들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선택의 기회가 별로 없고,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도 해결해 줄 방법이 마땅치 않다. 다행히 정부에서 문제 인식을 가져 2022년 3월 13일 국무회의를 통해 보호가 종료되는 나이가 현행 만 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24세까지 연장되었고, 자립 수당 지급 기간 기존 3년에서 최대 5년으로 확대, 자립지원금의 증액 예정 등이 결정되었다.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무겁지 않고, 신인에 가까운 현우석 배우의 연기가 날 것에 가까워서 더 매력 있다. 청소년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배효원 / 제주경희미르애한의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