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고결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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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고결한 방식
  • 승인 2022.09.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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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희

서주희

mjmedi@mjmedi.com


도서비평┃개로 길러진 아이

정인이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를 방임, 학대하여 끝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여 사회적 공분을 샀던 사건입니다. 양모에게는 살인죄를 인정해 징역 35년 형을, 양부에게는 징역 5년을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무거운 죗값을 치르더라도 아무 죄가 없었던 정인이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브루스 D 페리‧마이아 살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민음인 출간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합니다(규제「아동복지법」 제3조제7호). 직접적으로 신체에 가해지는 행위나, 도구를 사용하거나 완력을 사용하는 것 등이 신체학대이고, 언어적 모욕이나 정서적 위협, 버리겠다고 위협하는 행위 등은 정서학대에 해당합니다. 성학대는 자신의 성적 충족을 목적으로 아동에게 행하는 모든 성적 행위를 말합니다.

이런 것들은 아동의 발달 과정에게 없어야 할 것들이 가해진 경우입니다.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중 간과되기 쉬웠던 것 중에 방임이 있습니다. “방임”이란 보호자가 아동에게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하거나 아동에게 필요한 의식주, 의무교육, 의료적 조치 등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말하며, 유기란 보호자가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버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는 아동의 발달 과정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경우이며, 이 또한 폭력 못지않게, 혹은 폭력으로 인한 것보다 더 아동에게 치명적으로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동학대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고 2020년에는 3만 건이 넘어 2014년 10,027건보다 세배 증가한 현실입니다. 학대 건수가 늘었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전보다 높아지면서 신고건수가 늘은 게 아닐까 합니다. 최근 들어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직접 112에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신체적 폭력 외에 정서적 학대로 인정받는 추세라고 합니다.

인간의 발달 과정상 가장 취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이러한 트라우마에 노출될 경우 나타나는 것이 발달 트라우마입니다. 생애 초기에는 안전하고 보호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관계 형성을 통해 세상에 대한 믿음의 도식을 형성하고 뇌 발달을 돕고 신체적 정서조절의 큰 틀을 마련하게 됩니다. 일관성 있게 안정애착을 통해 양육된 아이들은 자기 조절력이 뛰어난 아이로 자라게 되지만, 일관되지 않은 양육방식과 학대와 방치 경험이 많은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과민한 과각성 반응이 있거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있고 멍해지거나 정신을 놓는 듯한 해리 상태가 되기도 하고 공격적이거나 행동 및 정서조절이 되지 않아 ADHD, 적대적 반항장애, 파괴적 기분 조절 장애, 우울장애, 경계선성격장애 등 일반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으로는 발달 트라우마 장애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이러한 것들로 진단되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브루스 페리 박사는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의 정신의학과 교수로, 아동 트라우마 아카데미(ChildTrauma Academy)에서 30년간 아동 정신 건강 및 신경 과학 분야에서 활동한 권위자로 수많은 지역 및 정부 기관에서 아동 트라우마 관련 사건에 대해 자문을 맡고 있을 뿐더러 최근에는 오프라 윈프리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는 책을 출간하여 대중들에게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치유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요, 본 지에 소개하고 있는 『개로 길러진 아이』 이 책은 실제 페리박사의 학대 아동 상담 사례를 토대로 쓰여졌으며, 여기에는 최악의 비극과 최선의 희망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AI의 최첨단으로 살고 있는 급속도로 발전한 현대 사회에, 원시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믿을 수 없는 아동들의 생존 사례를 보면서 그 간극 때문에 때로 메스꺼움이 느껴졌을 정도였으니깐요.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 결과와 회복을 기도하며 손에 땀을 쥐기도 했습니다.

결국 아이가 트라우마와 방임에서 회복된다는 것은 신뢰를 회복하고 자신감을 되찾으며 안정감을 돌려주고 사랑의 감정을 다시 연결해주는 과정이었습니다, 즉 치유는 관계 속에서 일어납니다. 아무리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약물과 치료법을 동원하더라도 타인과의 지속적이고 배려심 많은 관계없이는 치유와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페리 박사는 진정한 사람이 되려면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트라우마 입은 아이들에게는 소속되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풍요로운 사회적 환경과 건강한 공동체가 동반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 현대사회는 사람의 정신건강에 꼭 필요한 수많은 기본 요소들을 포기한 생물학적으로 보면 정말 형편없는 세상이라고까지 했으니깐요.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신체접촉이 꼭 필요하며.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서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맺어야 하므로 공동체를 강화하여 아이들의 요구를 존중하는 방법으로 보호하며 아이의 생물학적 요구에 맞게 존중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한다고 사회적인 함의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ACE(Adverse childhood experience)라는 아동기 부정적 경험 연구를 통해서 나온 데이터를 보면 아동기 정신적 외상에 관련된 부정적 경험이 만성 폐쇄성 폐질환, 심장병, 간질환, 암발생률, 폐기종 등 성인기의 심각한 신체질환과 연관이 있어 아동폭력과 발달트라우마는 공중보건의 차원에서 중대한 문제라고 하였습니다. 미국 공중보건에서 아동학대로 인하여 발생하는 질환에 대한 비용을 계산해보았을 때 이게 가장 거대하고 고비용이 든 문제라는 것입니다.

아동학대의 단절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고결한 방식일 것입니다.

대물림되는 트라우마를 단절하고자 하는 숙명과 의지를 지닌 세대에서부터 승리와 번영의 역사는 다시 쓰일 것입니다.

 

서주희 /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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