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해(萆薢). 공정서 기원식물 수정하여야
상태바
[기고] 비해(萆薢). 공정서 기원식물 수정하여야
  • 승인 2022.09.29 0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종

이영종

mjmedi@mjmedi.com


이영종 가천한의대 명예교수
이영종
가천한의대 명예교수

■비해(萆薢)의 기원식물

비해(萆薢)는 마과(Dioscoreaceae)에 속하는 도코로마 Dioscorea tokoro Makino의 뿌리줄기이다. 중국 약전에는 우리와는 달리 분비해(粉萆薢)와 면비해(綿萆薢) 두가지가 수재되어 있는데, 분비해는 동속식물인 분배서여(粉背薯蕷) D. hypoglauca의 뿌리줄기를, 면비해는 동속식물인 면비해(綿萆薢) D. spongiosa 와 복주서여(福州薯蕷) D. futschauensis 의 뿌리줄기를 사용한다.

도코로마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 자생하며, 특히 일본에 많이 분포한다. 중국약전의 분비해와 면비해의 기원식물인 분배서여(粉背薯蕷), 면비해(綿萆薢), 복주서여(福州薯蕷)는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는다. 도코로마는 일본에 자생하고,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도코로마는 푸른마 Dioscorea coreana (Prain & Burkill) R.Knuth라는 학설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도코로마가 우리나라에 자생하기는 하나 한약재로는 생산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서 수입을 해야할 형편이다. 그런데 중국약전의 분비해와 면비해는 우리 공정서에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할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의 기원식물인 도코로마를 중국에서는 산비해(山萆薢)라고 부르기는 하나, 중국약전에 실려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유통은 거의 되지 않아 물건이 없어서 수입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도코로마
부채마

[사진: 남명자 제공]

 

■비해(萆薢)로 수입 유통되고 있는 것은 천산룡(穿山龍)

 

지난 10 년간 중국에서 수입한 비해의 수입실적은 표 1. 과 같다.

 

표 1. 비해 연도별 수입실적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자료)

 

연도

수량(kg)

금액(USD)

2012

3,066

7,867

2013

2,208

6,359

2014

3,030

7,958

2015

0

0

2016

2,400

6,720

2017

1,920

6,240

2018

3,000

9,810

2019

0

0

2020

0

0

2021

5,406

14,620

 

수입실적을 살펴보면 수량이 많지는 않아 수입실적이 없는 해도 있지만 거의 해마다 2,000에서 3,000 kg 정도 수입되었고, 2021년에는 가장 많은 5,406 kg 이 수입되었다. 앞서 중국에서 비해로 사용하고 있는 분비해와 면비해는 우리 공정서에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할 수 없고, 우리 공정서의 기원식물인 도코로마는 중국에서 유통이 거의 되지 않아 수입할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수입할 수 있었는지 의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중국에서 비해라고 하여 수입되는 것을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도코로마가 아닌 동속식물인 부채마 D. nipponica Makino의 뿌리줄기, 즉 천산룡(穿山龍)으로 밝혀졌다. 그러므로 지난 10 년 동안 비해라고 수입되어 유통된 것의 상당수는 도코로마 비해가 아니라 천산룡을 도코로마의 뿌리줄기인 것으로 잘 못 알고 수입해 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

 

■비해와 천산룡의 감별

비해(도코로마)와 천산룡(부채마)의 형태는 원기둥 모양이고 지름 크기도 비슷하여 다음 표 2. 와 같이 기술한 내용만으로는 쉽게 구별하기가 힘들지만, 약재 실물을 관찰할 때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바깥모양에서 비해는 수염뿌리가 붙어 있었던 흔적이 많은 데 비하여 천산룡은 세로로 가느다란 주름이 돋아 있고, 단면은 비해가 천산룡보다 가루성질이 더 많아 거의 산약(마)과 같은 수준의 가루성질이다. 작은 구멍 모양의 유관속은 비해보다 천산룡이 월등히 많다. 무엇보다 비해는 산약과 같이 담담하며 단 맛이 있는데 비하여 천산룡은 쓴 맛이 있으므로 구별할 수 있다.

 

표 2. 비해와 천산룡의 감별 요점

 

 

비해(도코로마)

천산룡(부채마)

전체 모양

원기둥 모양이고 분지가 있다.

원기둥 모양이고 분지가 있다.

지름

1.5 ∼ 2.0 cm

0.3 ∼ 1.5 cm

바깥면

회갈색 ∼ 갈색이며, 면이 고르지 않고 가는 뿌리가 붙어 있었던 흔적이 있다.

황백색 ∼ 황갈색이며 가느다란 세로로 주름과 돌기한 수염뿌리 흔적이 있다.

단면

황백색으로 평탄하며 가루성질이고 불규칙한 노란색의 꽃무늬가 보인다.

연한 황색이고 가루성질이며, 연한 갈색의 유관속이 많이 널려 있다.

달다

쓰고 떫다

 

비해(도코로마) 단면

 

천산룡(부채마)의 단면
천산룡(부채마)의 단면

 

■비해와 천산룡의 임상 효능

비해와 천산룡의 임상 효능은 차이가 있다. 비해의 효능은 크게 이습탁(利濕濁)과 거풍습(祛風濕)으로 구별할 수 있다. 첫째, 이수습(利水濕)과 소변 청탁(淸濁) 구별은, 하초습탁(下焦濕濁) 이 울체한 고림(膏淋)과 소변 백탁(白濁), 대하(帶下)에 쓰이며 이 때는 주로 석창포(石菖蒲)와 배합하여 사용한다. 신기부족(腎氣不足)으로 하초허한(下焦虛寒)하여 소변이 혼탁할 때는 익지인(益智仁), 오약(烏藥)과 배합하여 사용한다. 둘째, 비해(萆薢)라는 이름이 비해(痺解)와 통하는 것처럼 거풍습(祛風濕), 이관절(利關節)하여 비증(痺證)을 치료하는데, 습이 성한 경우에 더욱 좋다.

천산룡은 거풍제습(祛風除濕), 활혈통락(活血通絡), 지해(止咳)하는 효능이 있다. 풍습으로 인한 비증(痺症), 지체마목(肢體麻木), 흉비심통(胸痺心痛), 만성 기관지염 등에 사용한다.

 

■비해 대체할 약재로 토복령을 검토할 필요 있어

현재 공정서의 기준대로 한다면 비해(萆薢) 정품을 구할 수 없는 현실에서 당장 비해를 어떻게 처방할 수 있을까? 다음 몇가지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비해의 이명(異名)에 백발계(白菝葜)가 있는 것처럼 고대에는 비해의 기원식물로 토복령 속(Smilax) 식물을 포함하고 있었다. 토복령을 중국에서는 발계(菝葜)라고 한다. 그리고 현대에도 중국에서는 토복령 속 식물인 무자발계(無刺菝葜) Smilax mairei Levl. 등을 홍비해(紅萆薢)라 하고, 마전엽발계(馬錢葉菝葜) Smilax lunglingensis Wang et Tang을 백비해(白萆薢)라 하여 비해(萆薢)로 사용하고 있다. 토복령은 청열제습(淸熱除濕), 설탁해독(泄濁解毒), 통리관절(通利關節)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비해의 이습탁(利濕濁), 거풍습(祛風濕)하는 효능에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시중에서 비해 위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천산룡(穿山龍)을 사용하는 방안이다. 천산룡은 비해와 같은 동속식물로 형태 등에서 매우 유사한 약재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해와 천산룡의 효능은 일치하지 않는다. 굳이 사용한다면 풍습으로 인한 비증(痺症)에는 효능이 일치하므로 비해를 대체하여 천산룡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천산룡(穿山龍)도 앞으로는 관능검사에서 불합격되어 수입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사용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공정서에서 비해의 기원식물로 도코로마 만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도코로마 비해가 원칙적으로 수입 유통되기 힘들기 때문에 적절한 임상 활용을 위해서는 조속히 중국의 기원식물인 분비해(粉萆薢)와 면비해(綿萆薢)를 추가하는 등 공정서의 기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영종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