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쉽게 풀어 쓴 『동의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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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쉽게 풀어 쓴 『동의보감』
  • 승인 2022.10.0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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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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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쉽게 풀어 쓴 선조들의 질병 치료법

코로나 19가 잠잠한 상황에서 마음을 너무 놓았던 탓일까? 여름 휴가를 다녀와서 가족들이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한 명씩 증상이 발현될 때마다 치료는 나의 몫이었다. 바이러스로 인한 한증(寒症) 위주의 가래나 기침, 고열, 인후통 등이 있었기에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처방대로 사기(邪氣)를 내보낼 수 있는 한약을 먹이고 침 치료를 하였다. 대부분 하루 이틀 사이에 열이 떨어졌고, 며칠 더 지나자 대부분 증상이 소실되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후각 미각이 마비되는 후유증도 거의 없었다. 양약을 전혀 쓰지 않고서도 치료할 수 있었다.

정지훈 지음, 은행나무 출간
정지훈 지음, 은행나무 출간

『동의보감』에는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온역문(溫疫門)」도 있고 날의 변화에 따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천지운기문(天地運氣門)」도 있다. 어떤 감염병이 와도 치료할 수 있는 한의학 이론이 무궁무진하다. 정지훈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가 『동의보감』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의 지식을 엮어서 『쉽게 풀어 쓴 선조들의 질병 치료법』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에서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동의보감』의 의학관을 쉽게 풀어 적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내경편(內景編)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병’이란 제목으로 이 책에서 1장으로 하였고, 외형편(外形編)을 ‘겉으로 드러나는 병’이라고 하여 2장의 제목으로 삼았다. 또한 잡병편(雜病編)을 ‘여러 가지 병’이라고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어 3장으로 엮었다. 1장에서는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양성금기(養性禁忌)’, 마음을 다스리는 중화탕(中和湯), 화기환(和氣丸) 그리고 기체병(氣滯病), 광증(狂症), 담병(痰病), 간병(肝病), 심병(心病), 충병(蟲病) 등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문제로 많이 드러나고 있는 우울증, 조현병, 정신분열, 불안증, 공황장애, 강박증 등과 같은 정신 질환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2장에서는 얼굴, 눈, 복부, 허리, 무릎 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 흔한 질병에 대한 예방법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중풍, 더위 먹음, 화병, 종양, 소아병 등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동의보감』뿐만 아니라 동양의 고서에서 등장하는 일화와 함께 설명하여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한, 『동의보감』의 내용과 현재의 사회, 정치, 경제 등의 상황을 연결하여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한의학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싸우고 자기주장만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설사시키는 대승기탕(大承氣湯)을 줘서 양기가 치성한 것을 내리자는 것이나 간 건강을 위해 좀 대충 살자고 주장한다. 또한, 비데가 필요 없는 바나나 똥을 보기 위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할 수 있는 무청이나 열무를 먹자고 하고, 눈 건강을 위해 잠시 휴대폰을 멀리하고 손바닥을 열이 나게 비벼 눈을 문지르는 양생법도 제시한다. 인조가 피난하며 오금 저린 오금동의 유래와 함께, 오금까지 저리면서 허리가 아플 땐 오금에 뜸을 뜨는 『동의보감』의 치료법도 소개하고 있다. 한의학의 대표 의서인 『동의보감』의 건강 지식을 소개하여 신선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의학 서적을 보게 되어 반갑다.

한의학의 고전 의서에는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에 대한 해법이 있다. 예전에도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기승을 부렸던 시기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한 고을의 백성들이 역병으로 몰살당했다는 기록이 종종 등장한다. 조상들은 한의학으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여 전파되는 것을 막아 피해를 최소화하였다. 지금 한의사도 본인이나 가족이 코로나에 걸리면 한의학으로 치료한다. 그리고 코로나로 내원하는 환자도 한약과 침으로 치료하여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에서는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조차도 인정하지 않는다. 한의사가 코로나 환자를 비대면이나 대면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지만, 코로나 환자를 등록할 수 있는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사이트에 한의사의 접근을 막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제11조에서는 엄연히 ‘한의사는 보건소장에게 감염병 환자를 정보시스템 또는 팩스를 이용하여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과 배치되는 행정을 하고 있다.

한의학이 국민에게 인정받고 행정 당국에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책처럼 한의학을 쉽게 소개하는 콘텐츠가 절실하다. 이 책이 신호탄이 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한의학 서적이 많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을 시작으로 부인병, 소아병, 눈병, 피부병, 감염병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 『동의보감』과 같은 한의학의 의서를 바탕으로 하는 한의학 대중 서적이 필요하다. 앞으로 코로나19처럼 처음 보는 질병이 등장해도 당황하지 않고 한의학에서 질병의 해답을 찾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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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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