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양자경의 멀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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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양자경의 멀티버스
  • 승인 2022.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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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독 :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출연 :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감독 :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매우 친숙해졌다. 가상현실이라는 뜻답게 메타버스는 주로 SF 영화 속 소재로 다뤄졌었는데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앱들을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이자 놀이 문화가 되어 버렸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양자경)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키 호이 콴)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스테파니 수)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매우 현실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메타버스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영화 제목을 부제로 나누어 1부 Everything과 2부 Everywhere, 3부 All At Once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는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모티브로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제작되어 10개 상영관에서 제한적으로 개봉 되었는데 한 달 만에 3,000개 상영관으로 확대되고, 14주 연속 박스오피스 Top 10에 오르며 1억 달러 수익 돌파라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입소문으로 큰 흥행에 성공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은 메타버스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B급 정서가 가득한 영화로 남녀노소 즐기기에 큰 부담은 없다. 단, 2시간 19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호불호가 될 수도 있으니 영화 감상 전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1980년대 <예스마담> 시리즈로 홍콩 여성 액션을 선보였던 양자경이 할리우드로 진출한 후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는 점이다. 그녀는 여러 메타버스 속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모습의 에블린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고, 쿵푸 액션도 선보이면서 예전 홍콩영화 팬들의 추억을 소환시키고 있다. 또한 그녀의 남편으로 출연하는 키 호이 콴 역시 1980년대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와 <구니스>의 아역 배우 출신이기에 오랜 영화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우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기 전 메타버스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엄청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영화가 전하고자하는 주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여타의 SF 영화들이 주로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다루는 경향이 있지만 이 영화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주되게 담고 있다. 그로인해 이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중후반부에 갑자기 주인공들이 돌로 변하여 선문답을 나누는 등 인간 내면적인 요인에 더 집중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감을 되찾아 나가는 모습 등을 통해 현재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많은 용기를 전해주고 있다. 또한 영화 속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화양연화>, <라따뚜이> 등의 명장면을 패러디하며 영화광들에게 깨알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부여해주고 있으니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 속에 메타버스 속 어딘 가에 있을 또 다른 내가 보내는 열정적인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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