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기록된 역병과 그에 대한 대응은 무엇이었나
상태바
역사에 기록된 역병과 그에 대한 대응은 무엇이었나
  • 승인 2022.10.12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mjmedi@mjmedi.com


한국의사학회, ‘역병과 의료위기, 그리고 대응의 역사’ 주제 학술대회
민족의학신문 20여년 간 연재 된 고의서산책 고찰 등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의사학회가 역사속에서 보여진 역병과 그에 대한 대응을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민족의학신문에 20여 년간 연재중인 '고의서산책'을 고찰하기도 했다.

한국의사학회(회장 안상우)가 ‘역병과 의료위기, 그리고 대응의 역사’를 주제로 지난 6일 경남 산청한방가족호텔 왕산홀에서 제35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안상우 회장은 “코로나 유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해 다시 산청에서 학회를 열 수 있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다만 지난 코로나 기간동안 한의계가 전면에 나서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아무쪼록 이와 같은 시국이 끝나고 빨리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면 바라는 바이다. 본 학회는 문화재청과 산청군의 후원이 있었기에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강의에서 ‘역병의 시대, 방역의서의 간행 – 간이벽온방 사례’를 주제로 발표한 안상우(한국한의학연구원) 회장은 “방역서와 방역전문의서가 조선역사에는 많이 있었다. 중종때 역병의 유행으로 조선 정부에서 빨리 대처했음에도 2~3년 정도 경과 돼서야 역병이 수그러드는 것을 보면 현재의 코로나 상황과 그 전개가 비슷함을 알 수 있다”며 “조선시대 방역서, 방역전문의서는 주로 전염병의 유해인자에 대해 다루었지 병인에 대해서는 아니다. 개중에서 현대의 입장에서 보면 기이해 보이는 것이 있다. 하지만 유발동기라는 입장에서 보면 마냥 이상하다고 간주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병의 용어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국어학자들이 많이 고민하는데 이는 많은 용어들이 혼용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처음에는 한두 가지 용어를 포괄적으로 사용하다가 추후에 구분을 하면서 많이 복잡해지는 양상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역병은 세금처럼 피할 수 없다는 뜻에서 ‘역’자를 사용하였으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대량의 인원에게 병이 발생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역전문의서를 허준이 한 해에 연달아 출간한 것은 하나의 책이 나온 이후 또 다른 변형이 발생하여서 그것에 맞게 계속 새로 책을 내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코로나가 계속해서 새로운 변형을 발생시키는 것과 비슷한 상황에서 당대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약과 치료법을 찾아내려고 고군분투하였음을 보여준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역병이 발생했을 때는 주로 지차체에 해당하는 감사, 목사들이 주도하여 종교행사를 한다거나 백성들에게 약을 내려주는 행위를 하고, 개인적으로는 심리적인 문제를 많이 겪기 때문에 그런 우울감 같은 부정적인 정서적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주문과 같은 여러 주술적 치료법이 동원된다”며 “이러한 소재는 터부시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넉넉지 않은 민초를 위한 궁여지책으로 이해해야 하며 나름대로 잘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재해가 발생하면 기관장이나 정치가들이 현장을 방문한다. 이들이 현장을 방문한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고 또 방문하지 않는다고 재해대책이 소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원하고 그것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다. 고대사회의 주문과 주술적행위는 그런 정치적이고 사회심리적인 요소로 이해해야한다. 예방약재들은 계속해서 다른 약재들로 달라지는데 기본적으로 향약집성방에 수록된 자생약재를 기준으로 하여 변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고의서연구 사례보고 – 민족의학신문의 “고의서산책”’을 발표한 차웅석 경희대학교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센터장은 “민족의학신문의 고의서산책은 2022년 9월24일 현재까지 1026회가 되었다. 1999년 6월7일에 1호가 게재된 이후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안상우 박사는 20여 년간 기고를 이어온 한의계의 최장수연재물이며, 그 기록은 현재에서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차웅석교수는 이 장기 연재물의 특징을 “고의서의 감성읽기”로 규정하고 8가지의 측면에서 고찰하였다.
 
① 판본과 서지사항에 대한 탄탄하고 해박한 지식으로 고의서의 외형적인 특징을 고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② 저자와 책에 대한 저자만의 독특한 유래설명이 돋보인다. ③ 안상우의 ‘고의서산책’의 특징은 한국에서 간행되었거나 한국한의학과 관련된 아이템을 다루고 있지만, 그간의 연재물에는 중국과 일본 등 다수의 국외 의학서 및 일반의학서들이 다루어졌다. 그것은 한국한의학의 정체성을 범동아시아적으로 이해하고 있기때문이며, 특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가치가 없어 보이는 책에서도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④ 또한 해설 내용의 시의성이 있어서 연재 글이 올라올 당대의 내용을 적절히 반영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⑤ 지난 20여년간의 연재물에는 같은 책이 반복되어 게재될 때도 있는데, 이 때에도 또한 새로운 식견을 보여준다. 30대의 안상우가 읽는 텍스트와 60대의 안상우가 읽은 동일한 텍스트에는 저자의 학문적 경험과 노련함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온다. ⑥ 안상우의 ‘고의서산책’은 매주 연재되며 매주 하나의 텍스트를 설명하지만 동시에 배움을 경험한다. 그 배움의 경험이 다음의 텍스트를 이해할때 또다를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고의서산책’은 고의서산책을 통해서 고의서를 바라보게되는 연속성과 쌓여감이 배어있다. ⑦ 30대의 안상우가 시작한 연재물은 60대의 안상우가 이어가고있고, 안상우 개인의 삶 전체가 담겨져있다. 한의학계에서 꾸준한 연구활동과 관련사업을 지속해온 안상우의 문학과 역사 및 철학이 편편마다 배어있다. 그간의 연재물에는 의학서가 아닌 경우도 적지않은데, 그것은 고의서의 안목으로 한국사회전반을 이해하는 저자의 특별한 관점이 있기 때문이다. ⑧ 안상우박사는 한국의학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고의서전문가이다. 원래의 출발은 한의학임상가였으나 고의서산책의 연재물을 통해 안상우의 학문적정체성을 만들었다고 할수있다.

발표를 마치고 연세대학교 이현숙 교수의 ‘고의서산책’ 1000회 기념 꽃다발증정행사를 가졌다. 

 

‘지리산 약초자원과 동의보감 임상학’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주영승 우석대 명예교수는 “우슬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라며 “동의보감 수록 약재의 연구 목표는 실제 한약재로서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데 포인트가 맞추어져 있다. 객관적 기준을 갖고 전통적으로 계승되는 약재를 사용해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슬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산지별로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토우슬과 회우슬이 유통되고 있다”며 “중국에서는 여기에 첨우슬과 마우슬이 더 있다. 첨우슬과 마우슬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유통이 되고 있지 않다. 회우슬은 잔뿌리 모양이 아니고 굵은 뿌리 하나가 길게 나온다. 토우슬은 잔뿌리가 많다. 또한 회우슬은 잎에 털이 많고, 토우슬은 잎에 털이 없다. 회우슬은 단면에 섬유질로 이루어진 동심원이 특징적으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러한 지식들을 사용할 것이냐이다. 이들 다양한 산지, 기원의 약재들을 동의보감의 취지에 맞게 세밀하게 구분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수치방법도 각 수치방법이 임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세밀하게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라통일기 전염병과 의학서’를 발표한 이현숙 연세대학교 의학사연구소 교수는 “역병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라면 발표자 본인이 푸에르토리코에 거주할 때 그 지역의 원주민이 없었던 것을 의아해 했는데 그 원인이 콜롬버스 당시 스페인에서 전파된 전염병으로 종족이 멸종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전염병의 무서움에 대해 다시금 알게 되었다”며 “전염병이 인류 역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고찰한 윌리엄 맥닐이라는 학자에 의하면 역병의 발생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외부에서는 생태환경의 변화가 있어야 하고 내부에서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삼국시대의 기록을 보면 백제 온조왕때의 기록에서부터 전염병이 등장한다. 이 당시에는 잘못된 정치에 대한 천벌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상기후나 전쟁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제일 문제가 된 것은 두창이었다. 처용신화에서 이것이 의식화 된 것을 볼 수 있다. 두창은 인도에서 발원하여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에 주로 유행하였다. 그리고 한반도로의 두창유입은 신라의 통일전쟁시기”라고 말했다. 

‘새로 발견된 마진휘성 이본연구’를 발표한 박훈평 동신한의대 교수는 “마진이 유행할 때마다 명의들도 등장하게 되는데 마진휘성과 같은 시기의 마과회통이 더 유명해서 마진휘성은 덜 알려지게 됐다”며 “마진휘이 책은 마과회통에 비해 좀 더 임상의서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래는 한독박물관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에 전주에서 이본이 발견되었다. 저술에 관여한 이는 총 4명이고 당시 마진휘성을 평안감영에서 출간하고자 했다. 그러나 평안감사가 사망하게 되어서 출판준비가 무산되었다. 당시의 마과 관련 책들이 명대 마지기의 책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이 책은 조선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전통적온역응대급기현대계시‘를 발표한 여신충 남개대학역사학원교수는 ”중국은 전통시기 온역의 구제는 중앙정부에서 강력하고 강제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으며 주로 민간의 수단을 격려하는 수준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대에서와 같은 강제적인 격리 등은 ‘백성은 국가의 부모이다’라는 전통적인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과학적 인식과 인문적 인식을 같이 고려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또한 역병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고 인간이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조화롭게 존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의보감 침구법의 구성과 전승을 발표한 정유옹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은 ”동의보감 침구편은 따로 필사한 필사본이 많이 존재한다. 이는 동의보감 침구편이 많이 중시되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처음 동의보감의 침구법을 보면 사암침과 같은 침법에 비하여 원리가 잘 보이지 않아서 난해하다“며 ”하지만 임상에서는 그 효과가 뛰어나므로 항상 중시된다. 그래서 동의보감 침구법에 대해 고찰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동의보감 침구법은 인용서적이 침구전문서적에서 많이 인용한 특징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증상에 따른 침구법을 제시하고 변증하지 않아도 침구치료를 쉽게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아울러 원인에 따른 치료도 제시하고 통치방을 제시한다. 내용상으로는 향약집성방의 많은 내용을 채용하였다. 후대의 의서로 침구경험방, 삼방촬요, 의방신감, 동서의학요의, 청낭결, 사암침법 등 많은 의서가 동의보감 침구법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동의보감 침구편과 침금동인의 경혈 정위 고찰 –독맥의 배수부 13혈에 대하여‘를 발표한   박영환 시중한의원 원장은 ”침금동인의 제작자가 최천약이 맞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 최천약이 제작한 의소세손의 문인석의 얼굴과 침금동인의 얼굴을 비교해보면 구분이 안 될 정도록 같은 모습을 보여서 제작자가 같음을 알 수 있다“며 ”현대의 침구동인은 독맥의 혈이 척추 돌기 아래에 있는데 비해 침금동인은 척추돌기 위에 있다는 점에서 다른다. 과거의 동인도를 보면 척추의 몸체는 네모 모양으로, 척추 돌기는 동그란 모양으로 그리는 전통이 있으며 취혈을 척추 몸체 사이에서 하므로 결국 척추 돌기 위에 취혈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척추에 뜸을 뜰 때 가시 위에 떠야 하며 이는 물고기 뼈를 보면 알수 있다고 하여서 척추 돌기 위에서 취혈해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동의보감 기반 진료기록공유시스템 개발 연구‘를 발표한 이태형 경희이태형한의원 원장은 “2009년 기존의 한의 코드는 양방 코드로 입력하게 됐다. 그리고 2015년 4차 개정으로 인하여 기존에 잔류하였던 한의병명이 많이 사라지게 됐다”며 “이로 인해 한의학적 이론과 용어를 토대로 진료를 보는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많은 괴리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한의학 의서를 기반으로 의료인들이 임상기록을 구축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이것을 KCD 상병명과 병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이러한 진료기록공유 시스템의 개발은 한방병명삭제에 대비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