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나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소비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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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나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소비해왔나
  • 승인 2022.10.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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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착한 소비는 없다

지난주엔 오랜만에 재활용 쓰레기를 내다 버렸습니다. 그동안 재활용품 배출은 아들들이 담당했거든요. 두 아이 모두 자리를 비운 바람에 제 몫이 되었는데, 다시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10,000세대 가까운 대단지 아파트에 살다 보니 종이·플라스틱·비닐·스티로폼 등으로 분류된 쓰레기가 상당량 나올 수밖에 없는데, 지금의 집적장 공간을 2∼3배 늘린다 할지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거든요. 이대로 가다간 환경 파괴와 그에 따른 기후 위기가 불 보듯 빤하겠다 싶을 만큼….

최원형 지음, 자연과 생태 출간
최원형 지음, 자연과 생태 출간

『착한 소비는 없다』는 이제껏 ‘편리함’이란 말로 용인되고 조장되었던 우리들의 소비 행태를 성찰하자는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날로 가속화되는 환경파괴·기후위기를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할지라도 최소한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하지요. 책 앞표지엔 부정적·절망적인 제목이 커다랗게 쓰여 있지만, 일독 후 책을 덮으며 마주하는 뒤표지엔 부제마냥 ‘똑똑한 소비는 있다’며 긍정적·희망적 메시지를 제시하면서…. 분명 쉽지 않겠지만,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자신도 모르게 과소비·대량소비에 물들여진 습관을 차근차근 바꿔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겁니다.

지은이는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에서 에너지 시민협력분과 위원으로 활동 중인 최원형 님입니다. 그동안의 저작물로 미루어볼 때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에너지·생태 관련 이야기를 친근하게 풀어주시는 분 같더군요. 작년에 출간된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환경 수업』도 정치·역사·과학·문화 등을 버무려가며 지구촌 여러 나라의 생태·환경 관련 기념일 – 가령 덴마크에서 정했다는 ‘음식물 쓰레기의 날’(9월 29일이라네요.^^)! - 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것이, 호기심 많은 10대의 눈높이에 안성맞춤이라 여겼거든요. 철이 없는 건지 60줄에 접어든 저도 흥미진진하게 읽긴 했지만….

책은 「상품 소비」·「에너지 소비」·「마음 소비」·「자연 소비」라는 소제목이 붙은 네 파트로 나뉩니다. 읽노라면 마치 내 이야기인 듯해서 뜨끔한 부분이 꽤 나올 겁니다. 저만 해도 여름엔 추울 정도의 겨울엔 더울 정도의 냉난방이 다반사이고, 온라인쇼핑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며, 1+1에 현혹되어 충동구매·대량구매를 일삼곤 했거든요. 또 막연하게 짐작하고 궁금했던 내용이 상세하게 풀이된 부분도 있습니다. 가령 다른 나라에서는 빈 페트병·캔 등을 어떻게 처리할까 싶었는데, 독일의 판트(Pfand) 제도를 벤치마킹하면 좋겠더군요. 아울러 어쭙잖은 환경론자 행세를 했던 것이 무색하게 생전 처음 접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정제하지 않은 설탕 마스코바도(Mascobado)는 알고 있었지만, 알프스 빙하 장례식은 정말 금시초문이었거든요.

오늘날의 소비는, 심하게 말하면 자원을 착취해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버리는 일과 진배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습니다. 하기야 국정 최고책임자란 사람이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도 모르는 세상이니, 그저 깨어있는 시민의 똑똑한 소비가 차선책이겠지요. 참, ‘아나바다’는 “아무리 들어도 나는 바이든으로 들리던데, 다들 그렇게 듣지 않았나요?”의 약자라던데….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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