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께 읽는 동의신정(8) 트라우마와 이침치료: NADA 프로토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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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함께 읽는 동의신정(8) 트라우마와 이침치료: NADA 프로토콜
  • 승인 2022.11.0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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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권찬영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권찬영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먼저 이번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고로 인한 부상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금번에 발생한 참사는 이 사고를 접한 많은 국민분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함께 이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번 함께 읽는 동의신정에서는 한의사로서 재난 트라우마 상황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NADA 프로토콜을 다룬 논문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김다운, 김상호. 재난트라우마에 대한 이침의 활용 – NADA 프로토콜의 소개.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0;31(3):157-168.

 

NADA 프로토콜은 미국 국립 침 치료 해독 협회(the National Acupuncture Detoxification Association)에서 개발한 표준화된 이침치료 방법입니다. 본래는 헤로인 중독 환자의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이후 9.11 테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 등에서, 이 프로토콜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의 각종 증상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발견되었고, 이후 국제 재난 트라우마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져 있기로, 40여 개국이 넘는 나라들에서 NADA 프로토콜이 교육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2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훈련을 받았고, 2000여개의 병원에서 이 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분들을 대상으로, 대구한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김상호 교수팀이 임시 대피소에서 NADA 프로토콜을 사용한 이침치료를 시행한 사례가 있습니다. (Integr Med Res. 2020).

 

NADA 프로토콜에서는 5개의 혈위, 즉 교감(交感), 신문(神門), 신(腎), 간(肝), 폐(肺)를 치료혈위로 사용합니다. 진료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침을 사용하여 0.3 cm 정도 이 혈위들에 자입하고, 30-45분 정도 유침하거나, 피내침, 한약재 씨앗 또는 자석조각 등을 혈위에 부착하여 지압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NADA 프로토콜은 중독, 불면, 우울,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다양한 정신과적 문제에 대하여 그 임상적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그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이 이침치료를 5일 동안 매일 시행하거나 (참전용사 대상; Journal of Chinese Medicine. 2013), 16주 동안 주 1회 시행하거나 (화상/외상 집중 치료실 의료진 대상; Dimens Crit Care Nurs. 2014), 8주 동안 주 2회 시행한 결과 (지진 이재민 대상; Integr Med Res. 2020)에서 트라우마 증상, 번아웃, 우울, 불안, 분노, 수면의 질 등의 측면에서 개선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국제적인 재난 트라우마 현장에서 사용된 사례로는 2007년 케냐 유혈사태로 인한 난민들에게,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을 겪은 이재민들에게, 2015년 네팔 지진 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등, NADA 프로토콜은 여러 재난 트라우마 현장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으로 최근에 발표된 <재난트라우마의 한의사 진료 매뉴얼(안)> (집문당, 2022)에서는 재난 트라우마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한의치료로 이침치료(NADA 프로토콜)를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감정자유기법 등, 트라우마와 관련된 신체적 및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한의 치료법들이 존재합니다.

앞으로 한의계 또는 한방신경정신과 학계에 남은 과제는 NADA 프로토콜과 같은 치료방법을 기존에 구축된 국가 재난 트라우마 관리체계에 어떻게 도입하고 활용될 수 있을지, 또 그럴 경우의 이득을 구체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대규모 재난상황에서 많은 피해자분들에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참사와 같은 대규모 재난상황에서는 모든 직종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하고, 국가적 역량을 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참사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고통 받는 모든 분들의 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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