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읽기] 부성애가 만들어 낸 마약상 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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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읽기] 부성애가 만들어 낸 마약상 소탕
  • 승인 2022.11.18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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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드라마읽기┃수리남
감독: 윤종빈출연: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장첸 등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장첸 등

 

마약의 역사에는 미국이 빠질 수 없다. 마약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콜롬비아와 멕시코의 최대의 손님이 되어버린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히 멕시코에서 활동하던 마약단속국(DEA) 요원 키키 카마레나가 마약 카르텔에 의해 잔인하게 고문당한 뒤 살해당한 이후부터는 마약사범을 직접 잡아들여 미국에서 처벌하는 ‘레옌다 작전’을 벌여 마약 카르텔을 소탕했다. 그 결과 미국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마약 카르텔이었던 메데인카르텔,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일인자였던 칼리 카르텔의 소탕이다. 이 내용을 담은 드라마가 바로 넷플릭스의 대표작인 ‘나르코스’다.

마약을 소재로 한 창작물은 소재와 이야기가 자극적이다 보니 인기가 많지만 그동안은 대부분 미국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다보니 배경에 한계가 있었다. 미국을 주인공으로 하는 마약 창작물은 많이 나왔고, 이외에 아시아 등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규모 있게 다뤄지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수리남’이라는 드라마에서 ‘조봉행’이라는 새로운 와일드카드를 꺼내 새로운 마약물에 도전장을 꺼냈다. 조봉행은 칼리카르텔의 전성기 시절, 이들과 손을 잡고 수리남에서 마약을 판매하던 한국인 마약상이다. 드라마 ‘수리남’은 이 조봉행을 모티브로 한 범죄자 전요환을 잡아들이기 위해 나선 국정원과 조력자였던 홍어 상인 강인구(K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과 콜롬비아, 멕시코 정도가 최대일 것이라 생각해온 마약 창작물에 한국의 색채를 입힌 결과물은 추석 연휴에 온 가족이 모여 마약범죄드라마를 보게 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나르코스’에 비하면 다소 규모가 작고 시놉시스는 단순하지만, 기존의 창작물과 가장 다른 점은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강인구의 가족사와 그의 모든 행동의 기반에는 가족, 그 중에서도 자식이 존재한다. 자식들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교육을 받게 해서 먹여 살리겠다는 부성애 자체는 어느 나라나 있을 보편적인 마음이다. 그러나 그런 물질적인 부성애가 큰 정의감도 없는 사람이 하루하루 자신의 생존을 위협받는 마약상 소탕 작전에 나설 만큼 결정적인 동기가 되느냐는 좀 다른 이야기다. 아이들 대학 등록금으로 대표되는 자식에 대한 애착과 성공에 대한 열망은 그 시절 한국인에게는 지극히 익숙한 감성이기에 일반인이 목숨을 내놓을 만한 동기가 된다는 점을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고, 그래서 더 신선하기도 하다. 이외에도 “강프로, 식사는 잡쉈어?”라는 유행어를 비롯해 한국인이 친숙하게 여길만한 소소한 디테일이 많이 담겨있다. 이는 윤종빈 감독의 특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행을 소재로 하는 창작물인 만큼 묘사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과도하게 자극적인 묘사를 사용해 2차 가해자를 양산하거나 범죄행위를 미화하는 등의 표현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훌륭한 사례가 바로 ‘스포트라이트’와 ‘아이리쉬맨’이다. ‘아이리쉬맨’은 미국의 아이리쉬 계열 마피아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범죄 미화가 될 만한 요소를 극도로 자제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수리남의 경우, 어린아이를 감금해 약물을 먹이는 전요환의 범죄행각을 강인구의 시선으로 보여주면서 강인구의 아이들과 오버랩시켜 강조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수리남’이라는 국명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렇듯 여러 면에서 쉽지 않은 소재였지만 “아빠 돈 벌러 마약상 좀 잡아올께”라는 말이 나오는 신선한 조합을 이뤄냈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올해 넷플릭스 코리아의 하반기 히트작임은 부정할 수 없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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