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압력과 한의학에 대한 小考-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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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압력과 한의학에 대한 小考-두 번째 이야기-
  • 승인 2022.11.18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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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44]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혈압과 저항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압력은 역시 혈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혈압에 대해서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혈관을 따라 흐르는 혈류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는 혈관 양끝의 서로 다른 혈압(혈압 경사)으로 혈액이 혈관을 따라 흐르도록 미는 힘이다. 둘째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힘, 즉 혈류저항이다(그림1).

그림1  압력, 저항, 혈류의 상관관계

 

혈관을 흐르는 혈류는 Ohm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아래의 공식으로 계산될 수 있다.

 

여기서 F는 혈류, ΔP는 혈관의 양 끝 사이의 압력차(P1 - P2), R은 양 끝 사이의 저항이다. 이 공식은 혈류는 압력에 정비례하나 저항에는 반비례함을 나타낸다. 위의 공식으로 인해 다음의 공식 역시 저절로 유도된다. 즉 혈류량이 일정하다고 할 때 혈압은 저항과 비례한다.

폐순환계와 체순환계의 압력차이를 보면 저항과 혈압의 관계를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폐순환계의 혈압은 체순환계와 비교했을 때 훨씬 낮다. 대동맥과 체순환계 큰 동맥들의 평균동맥압이 100mmHg인데 반해 폐동맥의 평균동맥압은 10mmHg 밖에 되지 않는다. 혈액은 같은 양이 순환하므로 체순환계의 혈류량과 폐순환계의 혈류량은 같다. 그러므로 평균혈압에서 폐순환계의 혈압이 훨씬 낮은 이유는 폐순환계의 혈류저항이 체순환계의 혈류저항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이는 폐순환계의 혈관이 벽이 얇고 팽창성이 크기 때문이다. 혈관이 압력에 따라서 많이 늘어나는 정도를 유순도(compliance)라고 하는데 폐순환계의 혈관은 팽창성이 커서 유순도가 크다. 반면에 대동맥은 탄성이 커서 저항이 커진다. 즉 폐순환계와 체순환계의 혈압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혈관의 유순도 즉 저항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노화와 고혈압

혈관 기능에 있어서 노화와 연관된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혈관 팽창성의 장애이며, 이에 따라 대동맥과 다른 주요 동맥들의 완충기능도 감소하고 맥파 속도도 증가한다.

혈관 팽창성의 감소로 전체 말초 혈관 저항이 증가하고 수축기압 및 맥압이 증가하며 혈압 상승에 의한 혈관벽의 추가적인 비후와 강직이 발생하여 혈관 노화의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노령기의 자율신경기능 변화는 교감신경 활성도 증가와 부교감신경 활성도 감소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여러 혈역동학적 변화가 나타난다. 노인이 되면 압반사 민감도(baroreflex sensitivity)가 점차 둔화되는데, 교감신경의 신경흥분이 증가하면서 혈중 카테콜아민 농도도 증가하고, 동맥경화로 인해 혈관확장도가 떨어지는 것이 원인으로 판단된다. 또, 지속적으로 카테콜아민 농도가 상승되어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의 반응도 저하된다.

노인에서는 카테콜아민이나 운동에 의한 심박수 증가와 심근 수축력 모두 둔화된다. 따라서 불충분한 수축력과 심장박동 예비량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대사요구량과 비례하여 심박출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이완말기 및 수축말기 용적이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보상기전을 통해 비록 젊은 사람의 강도에는 못 미치더라도, 노인에서 여러 가지 운동이 가능하도록 최대 심박출량을 의미 있게 증가시킬 수 있다. 전체적으로 노인에서의 최대 노력에 대한 최대박출량은 건강한 젊은 사람에 비해 20~30% 정도 둔화되어 있는데, 이는 대부분 심박수의 변화보다는 박출량의 감소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노화된 심장의 전반적인 운동 생리를 이해하고자 할 때, 베타차단제 치료를 받는 젊은 사람의 심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요약을 해보자면, 노인의 자율신경 변화는 교감신경의 흥분 증가라고 할 수 있으며 노인의 혈관은 팽창성 장애로 인한 혈관저항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자율신경과 혈관의 변화로 인해 저항이 증가하기 때문에 고혈압이 잘 생기는 것이다. 즉 노인이 되면 심근의 수축력이 강해져서 혈압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심근 수축력은 약해지지만, 저항이 증가하기 때문에 혈압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이 잘 생기는 이유는 혈관이 딱딱해지고 잘 팽창하지 않아서 말초 혈관저항이 증가해서 생긴다. 그리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것 역시 말초 혈관저항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말랑말랑하다가 늙어서는 딱딱해지는 것이 압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되었을 것 같다. 그래서 태어날 때는 厥陰風木의 기운이 우세하다가 늙어서는 少陽相火의 기운이 우세해진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 이야기 19편에서 심포와 삼초는 ‘심장과 소장을 높은 압력으로 감싸고 있으면서 심장과 소장의 활발한 운동성을 제대로 전달해줄 수 있는 무엇’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러면 심포와 삼초의 기운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강해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심포와 삼초의 기운 역시 나이가 들수록 약해진다. 심포와 삼초 뿐만 아니라 육장육부의 기운은 모두 점점 약해진다. 인체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차가워진다고 해서 콩팥의 기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콩팥 역시 약해진다. 인체가 점점 건조해진다고 해서 폐의 기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폐의 기능 역시 약해진다. 즉 육장육부의 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모두 점점 약해진다. 소양상화 역시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다.

 

핵심은 열에너지이다

거듭 반복해서 이야기 하지만 핵심은 열에너지이다. 그리고 인간이 항온동물이라는 점이다. 아기 때는 열생산이 왕성하다. 이때는 왕성하게 생산된 열을 냉각시키거나 발산시켜야 한다. 수분이 많으면 냉각하는데 도움이 되고, 말초동맥이 확장되고 저항이 낮으면 열발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노인이 되면 열생산이 훨씬 줄어든다. 이때는 오히려 열을 보존해야 한다. 열생산이 줄어들면 그에 비례해서 수분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저항을 높여서 열손실을 억제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열생산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그림 2)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온상태를 유지해내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인체를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끊임없이 변화시켜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체내 수분과 압력의 변화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2  나이에 따른 기초대사량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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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적 개념에 대한 자문을 해주신 황남주 선생님(서울대 물리학과 학사,석사/원광대 한의학과 학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유학영 과장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참고문헌 1) 의학계열 교수 32인 공역, Guyton and Hall 의학생리학 12판, 범문에듀케이션, 2017. 2) 대한노인의학회 저, 노인의학 2판, 닥터스북,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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