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靈樞》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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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靈樞》로 돌아가다
  • 승인 2022.1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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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63

동무1) 공은 젊은 시절에 6, 7년간 계속 구토를 하는 특별한 증상으로 오래 고생을 했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그것을 고쳐야 할지 궁금하여 자연스럽게 의학에 관심을 두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자기의 증상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열격병(噎膈病)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치료 방법이 자신을 구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무언가 사람들 사이에서 다름을 보게 된다. 동무 공은 이후에 수십 년 동안 몸과 마음을 보살펴서 다행히 요절은 면했노라고 수세보원의 태양인 병증론인 내촉소장병론에서 고백했다.2) 동무 공은 어느날 황제내경영추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일이 생긴다. 바로 통천편이다.

 

創意

근래에 금양체질의 창의(創意)’와 관련하여 여러 자료를 뒤지고 또 글을 쓰면서3), ‘동무 공이 천명한 사상인 장기대소4)의 아이디어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뚝딱 무엇이 만들어지는 법은 없으니 동무 공도 분명히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세보원의 말미에 스스로 그 실마리를 밝혀 놓지 않았던가.

영추라는 책에 태소음양 오행인론5)이 있는데, 사상인의 외형에 관해서는 그것에서 약간 얻은 바가 있지만 장리(臟理)는 얻은 바가 없다. 대개 태소음양인에 대하여 예전 사람들도 일찍이 그 다른 점을 보았던 것인데, 거기에 미진한 부분을 내가 정밀하게 탐구하였다.”6)

예전부터 영추를 찾아봐야겠다고 마음만 먹다가 적극적으로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우선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서 사상인 장기대소로 검색을 했다. 나보다 앞서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품었던 사상의학 연구자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제목으로 부각된 논문은 없었다. 내가 제대로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이 주제를 특정하여 탐구했던 연구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최승훈 교수7)가 쓴 논문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텍스트와 眼目

한의학의 역사는 길다. 역대로 황제내경을 열심히 공부하고 조예가 깊은 분들은 너무도 많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친절하게 그냥 공짜로 알려주는 분들도 있다. 또한 사상의학과 체질의학에 관심이 있어서, 또는 사상의학 하는 사람들이 너무 미덥지 못하고 싫어서 통천편과 음양이십오인편의 내용을 가지고 저마다 펼치는 다양한 논점과 주장이 존재한다. 역시 중요한 것은 텍스트 자체가 아니라 텍스트를 보는 관점과 안목이다.

보통의 한의학자나 한의사는 전통한의학적인 개념으로 텍스트를 본다. 이를테면 음양론과 오행론이거나 장상론(藏象論) 같은 것이다. 그리고 체질론이라고 턱 전제하고서 선천과 후천을 칼같이 구분하면서 시작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체질의 변화라던가 체질의 후천적인 영향 요소같은 개념을 용인한다. ! 체질론을 말하면서 그렇게 출발해서는 안 된다. 모든 오류는 근본적으로 그런 태도로부터 비롯된다. 서로 개념이 안 맞으니 원 텍스트를 책으로 만들 때부터 편집자가 임의로 고쳐서 넣기도 한다. 일부는 후대의 주석가들에 의해 바로잡혀진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들은 함부로 또 고치려고 든다.

 

臟理

먼저 내가 궁금한 것은 장리에 관한 단서였다.

동무 공은 수세보원의원론에서 자신과 책의 성격에 대해서 짧게 설명했다. “나는 의약의 경험이 생긴 지 5, 6천 년이 지난 후에 태어났다. 앞선 사람들의 저술에서 사상인의 장부 성리(性理)를 깨닫게 되어, 일서를 지어서 수세보원이라고 이름하였다.”8) 그러면서 원서인 상한론에서 장중경은 육경병증을 논하였는데, 이것은 병증을 명목으로 논한 것이다. 내가 태소음양인을 논하는 것은 인물을 명목으로 논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동무 공은 의원론에 이어서, ‘중경의 상한론을 들어사상인의 병증론들을 차례로 썼다. 상한론이 텍스트였고 사상인의 병증론이 그의 관점과 안목인 것이다. 그 바탕에 바로 장리가 있다.

 

通天

일단 최승훈 교수의 논문을 찾았다. 그의 논문 「《황제내경의 체질론1992년에 동의병리학회지를 통해서 발표된 것이었다. 30년 전이다. 이제야 이것을 찾았다니 부끄럽다.

최승훈 교수는 영추통천에 대하여, 추측컨대 본 편은 이제마 사상체질의학의 연원이 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이의 근거로서 통천에서 태음지인과 소음지인을 설명한 대목을 들어서 말했다. 태음지인과 소음지인의 내용이 사상인의 태음인과 소음인 부분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먼저 통천에서 해당하는 부분을 인용한다.

少師曰

太陰之人 多陰而無陽 其陰血濁 其衛氣澀 陰陽不和 緩筋而厚皮 不之疾寫 不能移之

少陰之人 多陰少陽 小胃而大腸 六府不調 其陽明脈小 而太陽脈大 必審調之 其血易脫 其氣易敗也

최승훈 교수의 주장은 7가지인데 중요한 부분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1) 其陰血濁은 태음인의 간대(肝大), 간장혈(肝藏血)과 관련이 있다.

2) 其衛氣澀은 태음인의 (肺小), 폐주기(肺主氣)와 관련이 있다.

3) 小胃는 소음인의 비소(脾小)와 연관된다. ()와 위()는 표리관계이다.

4) 大腸은 소음인의 신대(腎大)와 연관된다. ()의 부()는 사상의학의 장부론에 있어서 대장(大腸)이다.9)

 

小胃而大腸

이 글을 준비하고 또 여기까지 써 오면서 내가 건져낸 것은 바로 小胃而大腸이다. 그리고 동무 공도 이 구절에서 더 눈빛이 반짝였을 거라고 짐작한다. 위는 작고 장은 크다이다. 여기에서 장()이 대장인지 소장인지 아니면 방광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기를 대상으로 큰 것과 작은 것을 나누어 설정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동무 공이 수세보원사단론에서, 폐비간신(肺脾肝腎) 사장(四臟)에서 길항관계를 가진 장기를 서로 대소(大小)로 나누어서 태소음양인(太少陰陽人)을 규정한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蛇足

통천에서 소사(少師)가 설명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특징을 지닌 적절한 모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 후에 기술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2천 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 읽어도 그 묘사가 생생하다. 그 당시의 소양지인은 지금도 소양인이고, 태음지인은 바로 태음인이기 때문이다. 아래에 소양지인과 태음지인을 설명한 부분의 일부를 옮기고 번역을 달았다.10)

少陽之人 諟諦好自貴 有小小官 則高自宜 好為外交 而不內附 此少陽之人也

소양의 사람은 자세하게 살피고 조사해서 자신을 스스로 귀하게 드러내는 것을 즐긴다. 아주 작은 관직에 있더라도 높은 직위인 양 스스로 뻐기고, 밖으로 교제하며 다니기를 좋아하고 안에 붙어 있지를 않는다. 이것이 소양의 사람이다.

少陽之人 其狀立則好仰 行則好搖 其兩臂兩肘 則常出於背 此少陽之人也

소양의 사람은 그 모습이 선 자세에서는 고개를 잘 쳐들고 걸을 때는 잘 흔든다. 그의 양쪽 팔뚝과 팔꿈치가 늘 등 뒤로부터 나온다.11) 이것이 소양의 사람이다.

太陰之人 貪而不仁 下齊湛湛 好內而惡出 心和而不發 不務於時 動而後之 此太陰之人也

태음의 사람은 탐욕스럽고 어질지 못하다. 겉으로는 겸손하고 단정한 듯 보이는데 자신의 생각을 깊이 감추고 있다. 안에 넣어두기를 좋아하고 내놓는 것을 싫어한다. 쉽게 마음이 동요하지 않고 또한 본디 게으르며 순발력 또한 없으니, 적당한 때에 맞춰서 즉시 힘쓰려고 하지 않고 뒤이어서 움직인다. 이것의 태음의 사람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東武 李濟馬(1837~1900)

2) 〈壽世保元〉 「太陽人內觸小膓病論」  
   太陽人解㑊噎膈不至死境之前 起居飮食如常人必易之 視以例病故入於危境而莫可挽回也 
   余稟臟太陽人嘗得此病 六七年嘔吐涎沫 數十年攝身倖而免夭錄 
   此以爲太陽人有病者 戒若論治法一言弊 曰遠嗔怒而已矣

3) #29. Rocket Man
   https://www.kmcric.com/knowledge/inlife/view_inlife/57831?cat=17&page=1
   #30. 온고지신
   https://www.kmcric.com/knowledge/inlife/view_inlife/58091?cat=17&page=1

4) 〈壽世保元〉 「四端論」
   肺大而肝小者 名曰太陽人 肝大而肺小者 名曰太陰人 
   脾大而腎小者 名曰少陽人 腎大而脾小者 名曰少陰人

5) 이것은 《靈樞》의 「通天」과 「陰陽二十五人」, 그리고 《鍼灸甲乙經》의 「陰陽二十五人形性血氣不同」에 나오는 ‘太陰之人 少陰之人 太陽之人 少陽之人 陰陽和平之人’의 五態人論과 ‘木形之人 火形之人 土形之人 金形之人 水形之人의 五形之人을 각각 宮商角徵羽로 나눈’ 二十五人論을 말한다.  

6) 〈壽世保元〉 「四象人辨證論」 
   靈樞書中有太少陰陽五行人論 而畧得外形未得臟理 盖太少陰陽人早有古昔之見 而未盡精究也

7) 崔昇勳(1957~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한국한의학연구원장, 단국대학교대학원 생명융합학과 교수, 한약진흥재단 이사장 역임

8) 〈壽世保元〉 「醫源論」
  余生於醫藥經驗五六千載後 因前人之述偶得四象人臟腑性理 著得一書名曰壽世保元
  原書中張仲景所論太陽病少陽病陽明病太陰病少陰病厥陰病 以病證名目而論之也
  余所論太陽人少陽人太陰人少陰人 以人物名目而論之也
  〈갑오구본〉에는 「의원론」이라는 독립적인 챕터가 없다. 「의원론」의 많은 부분은 개초하여 〈경자본〉에 새로 들어간 내용이다. 

9) 〈수세보원〉의 「장부론」에서 신(腎)의 부(腑)로서 대장(大腸)이 설정된 것이지, 《영추》 시대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원문에서 대(大)와 장(腸)은 별개이다. 

10) 《영추》 원문 자료를 얻기 위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운영하는 한의학고전DB를 방문했다. 
   https://mediclassics.kr/ 
   아쉽게도 「통천」의 번역은 부실했다. 그래서 내가 한 번역을 일부라도 소개하려고 한다. 

11)  고개를 들고 뻐기듯이 팔을 휘저으며 건들거리면서 걷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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