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내 삶의 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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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내 삶의 선택권
  • 승인 2022.12.0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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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원

배효원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나를 죽여줘
감독: 최익환출연: 장현성, 안승균, 이일화, 김국희, 양희준
감독: 최익환
출연: 장현성, 안승균, 이일화, 김국희, 양희준

한동안 매우 바쁘게 지내다 토요일 저녁 갑자기 여유가 생겨 영화관 앱을 열어 보았다. 영화관 앱은 보통 흥행 순위로 영화를 노출해주는데, 필자의 경우 너무 흥행하는 영화보다 독립영화류의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뒤쪽의 영화를 더 살펴보는 편이다. 그렇게 뒤쪽을 넘겨보다가 너무 공격적인 제목이라 맘에 들지 않았지만, 포스터를 보니 장현성 배우가 주연인 영화가 보였다. 줄거리를 보니 장애인 아들을 돌보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이일화 배우를 제외하고 나머지 배우들은 얼굴이 생소하지만, 장현성 배우를 믿고 보기로 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제주여서 그런지 5~6명의 관객뿐이라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첫 장면부터 지체장애인 아들을 목욕시켜주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장애아를 둔 부모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아버지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오래전 아내와 사별하고, 여동생의 도움을 받으며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세상 전부인 듯하다.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다 챙겨주려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이제는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은 아들의 갈등은 일반 가정에서의 부모와 자식 간의 모습과 닮은 듯도, 전혀 다른 듯도 하다.

영화의 전개를 보면 처음에는 장애아와 그 가족의 삶에 초점을 맞추려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새로운 전개가 펼쳐진다. 큰 주제로 장애와 성, 안락사를 다루고 있는데 무엇 하나 가벼운 주제가 아니어서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다.

아들 역을 맡은 안승균 배우는 처음 보는 배우여서 잘 몰랐는데, 처음에는 정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캐스팅한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별생각 없이 보다가 후반부 상상 속 장면을 통해 그것이 아님을 깨닫고 살짝 놀랐다. ‘오아시스’에서 문소리 배우의 연기를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안승균 배우도 그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승균 배우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그런데도 필자는 장현성 배우의 연기에 더 몰입되었다. 원래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과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서 공감을 끌어낸다. 영화가 조금 슬플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는데, 전반부는 슬프기보다 장애아를 둔 부모의 현실적인 고민과 어려움을 담고 있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반전은 후반부에서 생각지 못한 전개로 관객들을 폭풍 오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도 관객들 모두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필자 역시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많이 우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자꾸 가슴에서 울컥거리는 감정이 올라와 소리 내어 울게 되었는데 관객이 5~6명뿐이라 다행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영화의 정보를 찾아보니 캐나다의 연극 ‘Kill me now’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해당 작품은 전 세계에서 공연되었는데 2~3년 전 국내에서도 공연되어 흥행하였다. 당시 연극의 주연도 장현성 배우가 맡았다. 역시 배역에 대한 이해가 깊어 보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잘 몰랐던 다른 출연자들도 대부분 연극배우 출신이다. 그래서 다들 연기력이 뛰어나다. 국내 개봉 전, 세계의 각종 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영화상, 남우주연상(안승균), 각본상 등 총 7개의 상을 받았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좋을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데, 크게 홍보하지 않고 상영관도 적고 상영 기간도 짧아 아쉽다.

 

배효원 / 제주경희미르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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