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한 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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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한 발 더
  • 승인 2022.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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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64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의 운()에 따라서 산다. 그리고 운이 서로 교차하면서 엮이는 것이 인연(因緣)이다.

 

구자철

축구선수 구자철(具滋哲, 1989~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제주 유나이티드 FC에서 뛰었고,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독일과 카타르의 프로팀을 거친 후에, 고향으로 돌아와 제주 Utd에서 2022년 시즌을 치렀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참가한 경험이 있다. 특히 2014년에는 팀의 주장이었고, 622일에 열린 알제리와의 H2차전에서는 골을 넣었다. 이 경기에서는 팀의 막내였던 손흥민(孫興慜 1992~ )도 월드컵 데뷔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구자철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겨울철에 개최1)되는 2022년 카타르(Qatar) 월드컵에 KBS의 해설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1128일에 알라얀(Al Rayyan)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Ghana)와의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대한민국은 23으로 졌다. 구자철은 경기가 끝난 후에 믹스트존(mixed zone)2)으로 내려가서 후배들을 기다렸다. 구자철을 본 손흥민은 그저 구자철의 품에 안겨서 오래도록 울었다. 그리고 황인범(黃仁範, 1996~ ) 또한 오래 울었다.

구자철이 황인범에게 말했다. “우리는 너무 간절해야 돼. 맨날 ~ 꼭 한 발 더 뛰어야 되고그러자 황인범이 울먹이며 답했다. “,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짜

 

한 발 더

나는 구자철이 유튜브(YouTube)에 올렸다는 이 영상을 보다가 구자철이 황인범에게 한 발 더를 말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다. 지금까지 오래도록, 월드컵같이 우리 대표팀보다 체격조건이나 기술 수준이 앞서는 팀들을 만나야 하는 대회에서 축구지도자들이나 방송해설가들의 입에서 늘 나오던 말이 아니었던가. 체격이나 기술수준의 열세를 발로 만회해야만 한다는 뜻이 아닌가. 하지만 파울루 벤투(Paulo Jorge Gomes Bento, 1969~ ) 감독은 상대보다 더 많이 뛰는 축구를 지향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시도해보지 못했던 길을 열고자 했다. 그는 많이 어색해 보였던 그 옷을 지난 4년 동안 우리 대표팀에 잘 어울리도록 다듬고 고쳤다.

 

파울루 벤투

포르투갈(Portugal) 국적인 파울루 벤투는 2018823일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었다. 그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포르투갈의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과 맞섰던 조별리그 D3차전이 그가 국가대표로 뛴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당시에 한국 팀은 박지성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면서 조별리그 성적 21무가 되어 조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한국에 패한 포르투갈은 12패가 되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년이 흘러 벤투 감독은 한국 팀을 이끌고 카타르에 입성했다.

 

레알 출신 듀오

포르투갈은 20221122일 오전 공식 SNS, 대표팀 선수들이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는 활동을 하는 동영상을 게시했다. 페페(Kepler Laveran Lima Ferreira, 1983~ )3)는 호날두(Cristiano Ronaldo dos Santos Aveiro, 1985~ ), 호날두는 페페를 서로 그려줬다. 두 사람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에서 오래 함께 뛰었고4), 아주 친한 사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우상

호날두는 손흥민과 같은 포지션에서 주로 뛰었고 등번호도 같다. 손흥민은 호날두가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아하고 꿈꾸던 선수라며, 호날두가 자신의 우상이라고 늘 말해왔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은, 112일에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와의 경기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5일에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수술을 받은 후 5일 만에 월드컵에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흥민은, 부상을 당한 후 ‘1주일간 많은 응원과 격려로 힘을 얻었다면서, 월드컵은 변함 없는 자신의 꿈이므로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자신의 SNS에 썼다.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출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손흥민은 대한민국의 7번이며 주장이고, 호날두 역시 포르투갈의 7번이고 주장이다.

 

EPL 듀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팀의 조별리그 세 경기는 모두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한 곳에서 열렸다. 한국은 우루과이(Uruguay)와 만난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그리고 가나와의 2차전에서 패해서 3차전을 치르기 전까지 11패였다. 3차전 상대 포르투갈은 가나와 우루과이를 모두 이겨서 2승으로 16강 진출은 확정된 상태였다.

손흥민은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고, 또 수술을 받았고, 그로 인해서 소속팀인 토트넘의 리그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니 정상적인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고 대표팀의 팀 훈련에 참가한 것도 긴 시간은 아니었다. 사실 그가 월드컵에서 뛸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하지만 앞선 두 경기에서 손흥민의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상대의 집중 마크에 공을 쉽게 빼앗겼고, 슛 타이밍은 잘 맞지 않았다.

황희찬(黃喜燦, 1996~ )은 이번 2022-23 시즌에 소속팀인 울버햄튼에서 활약이 돋보이지는 않았다. 폼도 좋지 않았고 부상도 당했다. 국가대표 팀에 합류하기 전에 소속팀의 리그 경기를 뛰면서 부상이 악화되었다. 결국 그로서는 두 번째 월드컵인 카타르에 와서 조별리그 두 경기에는 출전도 하지 못했다.

 

알라얀의 기적

벤투 감독은 가나전 종료 후에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아 3차전에서는 벤치에 앉지 못했다. 그는 관중석에 앉았다. 20년 전의 패배를 기억하고 있을 조국 포르투갈, 그는 경기를 앞두고 121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르투갈 국가가 울릴 때 따라 부르겠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포르투갈 국민이다. 자랑스럽다. 당연한 마음이다.” 그러면서 또한 한국 선수들과 오랫동안 함께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국팀은 경기 시작 후 5분만에 실점했다. 포르투갈은 역대로 월드컵에서 선취점을 얻은 경기에서 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첫 징조는 호날두의 등이었다. 한국 팀의 막내 이강인(李剛仁, 2001~ )이 찬 코너킥은 호날두의 등을 타고 골 문 앞에 있는 김영권(金英權, 1990~ )에게 흘렀다. 김영권은 자신의 주발인 왼발로 침착하게 차 넣었다. 전반 27분에 동점이 된 것이다. 후반 20분에 황희찬이 들어 왔다, 양 팀의 스코어 11인 채로 후반 45분도 다 지나갔다.

가시간은 6. 추가시간이 시작되고 코너킥을 얻은 포르투갈 선수가 킥을 했다. 킥은 김문환(金紋奐, 1995~ )과 몸싸움을 하면서 솟아오른 페페의 머리로 향했다. 그런데 그는 골문 방향과는 반대로 헤더를 했다. 페페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추가시간 시작 14초부터 포르투갈 진영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했고 포르투갈 선수 일곱 명이 그를 막기 위해 따라 달렸다. 손흥민은 24초까지 10초간 달린 후에 잠시 멈추었다가, 26초에 포르투갈 2번 디오구 달로의 가랑이 사이로 그를 따라 달려온 황희찬에게 공을 보냈다. 황희찬은 2022년의 부진과 설움을 이 한 방에 실어서 날려버렸다. 한국은 21로 승리했고 가나에게 승리한 우루과이와 승점과 득실이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앞서서 우루과이를 제치고 조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손흥민이 10초간 공을 몰면서 달린 거리는 약 75m 정도였다5). 클래스는 영원하다.6)

 

원팀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뛰어 주고 희생한 덕분에, 저희가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내 생각이 짧았다. ‘한 발 더는 원팀(One Team)을 이루자는 다짐이었던 것이다.

체질침 처방도 그렇다. 개개의 장부혈, 개별적인 단위 처방이 최적의 조화를 이룬 원팀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2022년 11월 21일(월) ~ 12월 19일(월)

2)  믹스트존이란 공동취재구역을 뜻한다. 선수들이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믹스트존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 이곳에 언론을 위해 인터뷰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기자와 선수가 뒤섞이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3)  페페(Pepe)는 애칭이다. 브라질 태생인데 포르투갈로 귀화했다. 

4)  페페는 2007년부터 2017년 6월까지, 호날두는 2009년 6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였다.

5)  국제경기가 열리는 축구장에서 양쪽 엔드라인(Endline) 사이의 거리는 100m이다. 

6)  “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잉글랜드 리버풀 FC의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Bill Shankly, 1913~1981)의 명언이다. 쉽게 말하자면 상황에 따라 당장의 모습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진정한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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