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통합돌봄 현장에서의 한의사는 ‘플레이어’이자 ‘감독’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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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통합돌봄 현장에서의 한의사는 ‘플레이어’이자 ‘감독’ 돼야”
  • 승인 2022.12.0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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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지역사회돌봄사업 수행해온 심희준 부천시 정책이사

통합적 건강관리 중요한 현장에서 한의사 강점…만성질환 지침 및 건보급여화 필요 
‘팀의료’ 구축한 일본서 통합돌봄 관심…간호사부터 사회복지사까지 다양한 직군 협업해야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지역사회돌봄(커뮤니티 케어)이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시설이나 의료기관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곳에서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돌봄을 받는 사회복지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러한 통합돌봄사업의 핵심은 방문진료인데, 방문진료에 강점을 지닌 한의사가 이 현장에서 빛을 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천시의 통합돌봄 방문진료를 수행해온 심희준 부천시한의사회 정책이사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부천시한의사회 정책이사이고,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에서 청년 이사로 활동하면서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 관련 활동을 다수 수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2019년 대한한의사협회 43대 의무이사를 수행하게 되면서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을 준비했다. 통합돌봄선도사업이 진행되는 지자체를 방문하여 한의사가 활용될 수 있도록 설득하고, 한의사들에게도 정책 내용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내가 일하고 있던 부천시한의사회에서도 방문진료사업이 추진되면서 부천시에서도 정책이사를 맡아 관련 업무를 진행해왔다. 부천시에서는 2021년, 2022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6명의 한의사가 지역 내 우울증, 조현병, 알코올의존증 등 정신과질환으로 외래진료가 힘든 정신질환자에게 방문진료 및 한약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6년부터 노들장애인야학과 함께 운영 중인 ‘장애인 독립진료소’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의 후원으로 진행된 ‘우리마을은 모두 건강해요’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에 참여했었고, 1년간 거동이 어려운 다양한 장애인들을 방문진료했다.

▶지역사회돌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2012년 선배님의 소개로 일본 의료기관을 견학하게 됐다. 일주일간 일본의 요양병원과 의원, 약국 등을 돌아볼 수 있었고, 일본 의사들과의 간담회도 진행했다. 일본의 개호보험(한국의 장기요양보험)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당시 국내에는 지역사회통합돌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가 일본이 통합돌봄 시행 5년차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당시에도 고령화가 극히 심했던 일본은 자가호흡이 어려운 와상환자도 환자가 원한다면 입원하지 않고 가정에 머물 수 있었다. 정부에서 인공호흡기를 대여하고, 간호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욕창관리 등을 포함한 방문간호서비스를 하고, 의사도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내가 방문했던 도쿄 시내의 한 의원은 3명 각기 다른 과목의 전문의가 순환근무하면서 1명이 외래를 보고 2명이 방문진료를 하는 방식으로 진료가 이뤄졌다. 일본의 의사들은 “팀의료를 이뤄야 한다”며, 전문가적 견해를 교류하고 있었다.
장애인 독립진료소에 참여하면서, 그리고 2013년 장애인 방문진료에 참여하면서 비교적 잘 갖춰진 한국의료시스템이지만 아직 의료이용이 어려운 소외계층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장애인 방문진료가 시행되던 와중에 장애인 건강권법이 통과되면서 방문진료사업이 장애인 주치의시범사업으로 여겨지며 주목받게 되었다. 당시에도 많은 한의사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나 아직까지 한의사만 장애인주치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한의협은 이전부터 한의사의 장애인 주치의제 참여 등을 주장해왔다. 실제 장애인 진료나 방문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한의사의 강점은 무엇인가.
현재 한의사를 제외하고 진행 중인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은 전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 이용장애인은 1000명을 넘지 못하고, 주치의는 100명 정도만 활동 중이다. 국회토론회에서는 실패한 사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이용하고 싶어도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주치의가 없고, 작업치료 재활치료 물리치료 등 서비스도 제한적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가정 내에서 이용 가능한 근골격계 통증관리나 소화기계 개선을 위한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한의사 장애인 주치의가 시행된다면 이러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를 상당부분 충족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주치의로서 각 가정을 방문하게 되면, 내가 마주할 대상자의 상태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보호자나 대상자가 전해준 정보가 틀릴 수도 있고, 대상자의 상태가 갑자기 바뀌는 일도 많다. 장애나 인지저하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대상자도 있고, 가정 내 환경도 몹시 나쁜 경우도 있다. 이 때 의료인은 대상자와 충분히 대화하면서 문제점을 찾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대상자의 건강상의 문제를 확인해 당장 처치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처치하고, 응급이나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하게 안내해야한다. 의식주를 두루 살펴 건강상에 문제를 일으킬 요소가 없는지도 확인해야하고,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런 진료환경은 전문의 보다는 일반의, 2차‧3차 의료기관보다는 1차의료기관의 의료인이 더 익숙할 것이다. 또한 방문진료의사는 다양한 진단, 치료기기를 이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의사결정을 내리고 처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의학 고유의 ‘병인론’이나 ‘양생’, ‘체질’ 등의 한의학적 접근이 대상자의 통합적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지역사회돌봄 구축을 위해 방문진료수가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인의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방문진료수가시범사업은 그 자체로는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의사가 1회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약 3만 원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방문진료나 통합돌봄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통합돌봄의 방문진료는 노인이나 장애인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관리, 혹은 건강상태를 확인하여 적절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 시행된다. 이러한 목적이라면 국민건겅보험 건강검진처럼 대상자가 아니라 정부에서 본인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외래중심의 의료환경에서 제대로 진찰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인 장애인들을 방문해 질병을 조기진단하고, 건강문제로 인한 2차적인 사고를 예방한다면, 정부도 의료복지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방문진료한의사에게는 대상자의 상태에 따른 명확한 치료지침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 거동이 불가할 정도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고 급성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만성질환 환자의 방문진료에 맞는 적절한 행위수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에 대해 최소한 2주 혹은 그 이상 처방하면서 증상을 관찰 치료할 한약제제도 필요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의사소견서, 방문간호지시서, 그 외에도 대상자들에게 꼭 필요한 서류들을 바로 발급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제도가 좀 더 성숙된다면 환자 중증도나 치료기간에 따라 방문서비스가 구분 제공될 것이다. 일본은 급성심근경색, 뇌혈관장애, 급성복부질환, 말기 암환자를 왕진한 경우 긴급왕진 가산, 사망 당일 왕진하고 사망진단을 실시한 경우 가산, 방문진료 환자에게 왕진 수행 중 재택에서 환자가 임종한 경우 가산하는 것처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가산이 존재하기도 한다.

▶부천시는 지난해 통합돌봄시범사업을 우수하게 수행한 공로로 한의약건강증진사업 대상을 받았음에도 올해 예산이 삭감되었는데, 이로 인한 어려움이 많았는지 궁금하다.
아쉽게도 지난해 5000만 원이었던 예산이 올해 2900만원으로 반 정도로 삭감되었다. 올해로 통합돌봄 선도사업이 종료되며 내년에 전국단위로 새로운 사업이 기획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 분명한 것은 없다. 성과를 잘 정리하고 알려 앞으로도 최대한 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이러한 노력과는 별개로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이 확대되려면 지자체 예산에서 벗어나 건강보험 내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지자체 예산만을 이용하고 있고 건강보험 수가는 본인부담금 처리문제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건강보험재정을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다. 양방에서는 많은 재택의료 시범사업과 방문진료시범사업, 만성질환관리제, 퇴원 후 환자관리 시범사업이 통합돌봄 선도사업지역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전국 20개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도 부천이 선정되어 방문진료를 시작했다. 언젠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방문약료나 방문재활이 건강보험 급여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의사도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이제 겨우 첫 발을 땐 것이고, 앞으로 있을 다양한 시범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한다.

▶김용익 전 건보공단 이사장은 예방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지역사회돌봄 영역에서 한의사가 활동을 늘리고, 타 직역과의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의사는 어떤 전략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건강돌봄사업 초기 의협의 소극적인 참여는 한의사들에게 큰 기회가 되었다. 16개 통합돌봄 선도사업 지역 중 13개 지역에서 한의사의 방문진료가 시행됐고, 듣기로는 초기 방문진료의 90퍼센트가 한의사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한다. 의협 집행진이 바뀌어 지역사회통합돌봄에 참여를 결정하게 되고, 양방에서 다양한 건강보험 방문진료과 재택의료시범사업에 나서면서 양방의 방문진료건수가 늘고 있다. 자연히 한의사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재택의료센터 20곳 중 한의사는 단 1곳만 선정되었다.
직역갈등을 피하면서 갈등을 최소해야 한다는 조언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의사를 위한 말씀으로 하셨겠지만, 당장 한의사 장애인주치의만 해도 회의 때마다 의사들의 방해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급여화과정을 거치려면 건정심을 통과해야하는데, 그때는 얼마나 방해가 심할지도 걱정된다.
아울러, 방문진료, 통합돌봄과 주치의에서 한의사는 플레이어이면서 또한 감독이 되어야 한다.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그리고 약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군들의 역할과 전문성을 인정하고 같이 협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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