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 동의신정 (9) 한의정신요법과 중의정신요법의 차이점 (불안장애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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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 동의신정 (9) 한의정신요법과 중의정신요법의 차이점 (불안장애를 중심으로)
  • 승인 2022.12.1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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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황인준, 박민령

이지원, 황인준, 박민령

mjmedi@mjmedi.com


정신요법이란 특정 이론 체계 위에서 환자와 소통하며 그들의 심적 고통을 확인하고, 관련 정신병리를 파악하며, 이에 기반하여 고통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적극적 행위이다. 여러 정신요법들 중에는 한의학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이론 체계에 근간을 두고 있는 정신요법이 존재하며, 이러한 정신요법들이 우리 한의 임상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또 발전되어 나가고 있다. 최근 한의약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감정자유기법(EFT)이나,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오지상승위치료법을 이용한 VR 콘텐츠 개발 등은 독자적으로 한의정신요법을 발전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사한 이론 체계에 근간을 두고 있는 중의정신요법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 부족해왔다고 생각된다. 특히 중의정신요법과 한의정신요법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함으로써, 현재 존재하는 한의정신요법을 더욱 발전시키거나, 효과적인 중의정신요법을 한의정신요법으로 수용개작(adaptation)하여, 국내 임상 한의사들이 활용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학생연구원들과 ‘불안에 대한 한의정신요법과 중의정신요법의 비교고찰’을 시행하여,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33권 3호에 발표하였다. 이에 금번의 칼럼은 이 논문의 주저자인 학부생들이 주도로, 독자들에게 본 연구의 배경과 방법, 결과와 의의를 설명하도록 하고자 한다.

- 동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권찬영

불안이란 임박한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숨이 참, 위장의 과민,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기분상태를 의미한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를 기준으로 불안장애에는 분리불안장애, 선택적 함구증, 특정공포증,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범불안장애 등이 포함되며,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의하면 불안장애의 1년 유병률은 한국 성인 인구의 3.1%로, 정신과 장애의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이정변기요법, 지언고론요법, 경자평지요법, 오지상승요법과 같은 한의정신요법이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중의학의 형신(形神) 이론과 칠정 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정지상승요법(情志相勝療法), 권설개도요법(勸說開導療法), 순정종욕요법(順情從欲療法), 이정역성요법(移情易性療法), 소도선설요법(疏導宣洩療法)과 같은 독자적인 중의정신요법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 한의계에서는 아직까지 포괄적인 범주에서 불안장애에 대한 한의정신요법과 중의정신요법을 비교하여 분석한 논문은 없었으며, 본 연구진은 임상연구에서 발표된 결과를 중심으로 불안장애에 대한 한의정신요법과 중의정신요법을 비교고찰하고, 나아가 기존 한의정신요법 발전 및 한의정신요법 신의료기술 개발 가능성을 고찰해보고자 했다.

이지원, 황인준, 박민령, 권찬영. 불안에 대한 한의정신요법과 중의정신요법의 비교고찰: 임상연구를 중심으로.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2;33(3):301-316.

국내외 주요 의학 데이터베이스인 MEDLINE, EMBASE, CENRAL, CNKI, OASIS에서의 검색을 통해, 총 12편의 관련 연구를 수집하였고, 이 중 10편이 중국에서, 2편이 한국에서 시행된 연구였다. 우리의 연구에서는 포함된 연구에서 사용된 한의정신요법과 중의정신요법을 그 속성에 따라, 한방신경정신과학 교과서 분류에 기반하여 심리요법, 예술요법, 기공요법 중 명상으로 구분하여 정리했으며, 다음과 같은 차이를 발견했다.

포함된 임상연구에서 사용된 중의정신요법
포함된 임상연구에서 사용된 중의정신요법

 

포함된 임상연구에서 사용된 한의정신요법
포함된 임상연구에서 사용된 한의정신요법

 

1. 일부 중의정신요법에서는 변증 개념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즉, 칠정의 속성을 중시하는 한의정신요법의 사례와 달리, 중의정신요법 임상연구에는 사, 노, 비, 공의 감정을 각각 기허혈어, 간울화화, 담기울결, 심신불교형의 변증과 연결하여 해석하고, 정지상승요법을 적용한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감정과 변증을 연결하여 임상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정신요법과 다른 치료(침치료, 한약 등)를 연계하기에 더 유리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2. 한의정신요법의 경우, 사상체질에 따라 정신요법의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가 있었고, 이처럼 체질에 기반하여 현재의 병적 상태 뿐 아니라, 개개인의 기질적 취약성을 파악하고, 불안을 비롯한 정신적 문제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대해 통합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고유한 강점이 있었다.

3. 포함된 중의정신요법 연구에는 불안장애에 대해 음악요법을 사용한 사례가 존재했으나, 한의정신요법을 사용한 한의 임상연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독자적인 한방음악요법도 존재하므로, 향후 중의정신요법으로의 음악요법과 한의정신요법으로의 음악요법 간의 비교도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4. 중국과 한국에서 공통으로 사용된 정신요법에는 명상, 오지상승요법, 이완요법, 경자평지요법, 지언고론요법이 있었다. 다만 한의정신요법은 황제내경 소문에 기재된 대로 고전용어를 사용하지만, 중의정신요법에서는 이를 "탈감작요법", "중의학인지치료", "상담", "토론" 등의 현대적인 용어로 바꾸어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5. 사용된 중의정신요법 중, 동양의 도인기공요법과 서양의 암시 및 최면요법을 결합한 사례가 있었다. 한편, 한의정신요법 연구에서도 한의정신요법과 트라우마 심리치료의 최신 경향인 마음챙김 기반의 하코미세라피 기법, 현대 심리치료기법을 접목하여 개발된 프로그램이 있었다. 다만, 한의정신요법의 경우 각 정신요법이 프로그램 속에서 개별 요소로 존재했다면, 중의정신요법 사례는 동서양의 정신요법을 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정신요법으로 개발한 사례였다.

우리 학생 저자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한의정신요법과 중의정신요법을 비교해 보면서, 한의학도로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고민해보았다.

(1)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용어를 이용하는 중의정신요법의 사례로 미루어 볼 때, 현재 한의학 고전의 용어를 차용하는 한의정신요법의 용어를 더 현대화함으로써 한의 임상에서 환자의 협조와 순응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2) 동서양의 정신요법을 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정신요법으로 개발한 저조항의념도입요법(low resistance state thought induction psychotherapy) 중의정신요법의 사례처럼, 한국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서양의 정신요법을 결합하여, EFT와 같은 새로운 정신요법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3) 중의정신요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상의학을 활용한 한의정신요법을 체계화하고 발전시켜 중의학계에 역으로 전파해볼 수 있지 않을까.

보통 정신요법이라고 하면,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기존 심리학 또는 정신의학 체계에서의 심리치료 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의학과 중의학의 고유한 정신요법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각 정신요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며, 양자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교류하여 우리 고유의 정신요법들을 더 발전시키고 현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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