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通天」의 아이디어
상태바
[이강재의 임상8체질]「通天」의 아이디어
  • 승인 2022.12.24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65

정용재 원장1), 201712월에 펴낸 동의수세보원2)773쪽에서 774쪽까지 사상인 처방의 시원이라는 소제목으로 묶인 글에서, 동무 공3)유학적 관심에서 시작한 비박탐나인4)에 대한 의학적 탐색을 시작한 것이 태소음양인5)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동무 공이 30대이던 때에는 사상인이 없었고 오직 비박탐나인만 있었다.’고 했다. ‘동무 공은 처음에는 사람만 봤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한계가 너무 명확해서 비로소 병을 보기 시작했다.’고 썼다. 과연 그럴까. 나는 좀 다르게 본다.

 

금니

동호 권도원6) 선생은, 2009년에 미래한국과 인터뷰7)를 하면서 어릴 적에 금니(金齒)를 해 넣으면서 겪었던 일을 회상했다. “13살 때 어금니를 치료하면서 금니를 해 넣게 됐다. 그런데 이후 심한 치통이 생겼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2년 뒤 구멍 난 금니를 바꾸기 위해 이를 빼고 보니 잠시 통증이 사라졌다가 다시 금니를 해 넣었더니 다시 치통이 시작됐다. 분명히 금니 때문에 치통이 왔는데도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다.”고 했다. 그런 후에 권도원 선생은 이때부터 평생의 화두를 안게 되었다고 했다. “금이 몸에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몸에 좋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말인가. 금만 아니라 모든 약이 사람에 따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품었다는 것이다. 실제적인 자신의 고통과 경험 속에서 의문과 호기심이 싹 트고 또한 깨달음도 생기는 것이다.

 

열격

동무 공은 젊은 시절에 6, 7년간 계속 구토를 하는 특별한 증상으로 오래 고생을 했다. 당연하지만 여러 가지 치료법을 시도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쳐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점점 더 궁금해져서 자연스럽게 의학에 관심을 두게 되었던 것 같다.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다가 자신의 증상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서에 열격(噎膈)이라고 기록된 병이었다. 그리고 의서에 있는 여러 의가들의 치료 방법이 자신을 구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무 공은 자신이 요절할 수도 있었다고 썼다.

나는 태양인의 장리를 받아서 일찍 이 병을 얻었다. 6, 7년간 계속 연말(涎沫)을 뱉어냈다. 이후에 수십 년 동안 몸과 마음을 보살펴서 다행히 요절은 면했다.”수세보원태양인내촉소장병론에서 고백했다.8) 동무 공도 자신의 몸과 질병에 대한 의문과 관심이 시작이었던 것이다.

 

태양인병론

수세보원1893713일에 쓰기 시작해서 1894(갑오년) 413일에 탈고된다. 이것을 갑오본 또는 구본이라고 부른다. 동무 공이 58세 무렵이다. 그리고 동무 공은 경자년(1900)에 별세할 때까지 원고를 고치고 다듬었다. 편의상 이것을 경자본 또는 신본이라고 한다.9) 그런데 병증론의 태양인 부분은 전혀 고쳐지지 않고 구본의 상태 그대로 남았다.10) 그러니 태양인내촉소장병론에서 동무 공이 자신의 열격병에 대해서 고백한 때는 57세에서 58세쯤이다.

 

수십 년

시간을 10년 단위로 말할 때 수십 년은 10년이 여러 번이라는 뜻이니, 20년을 수십 년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십 년이라면 보통은 20년보다는 많다는 의미로 쓴다고 생각한다. 동무 공은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요절할 것 같아서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데 집중했다.11) 그것을 수십 년 동안 지속했고 58세에 이르렀다. 수십 년을 30년 내외로 보아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 서른 살 무렵이 된다. 그때 이미 자신의 몸에 대한 뚜렷한 깨달음이 있었다는 뜻이다. 어떤 깨달음인가. 물론 동무 공 자신이 태양인이라는 것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동무 공이 30대이던 때에는 사상인이 없었다는 정용재 원장의 의견에 대한 반박이다. 병보다 먼저 사람을 본 것12) 맞다. 하지만 비박탐나인을 먼저 설정하고서 이후에 태소음양인이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13) 체질의학 임상에서 먼저 체질을 감별한 후에 치료가 시행되듯이, 사람의 다름에 대한 인식과 그 체계가 확정된 후에 병증론과 치료론이 올 수 있는 것이다.14)

 

태양지인

동무 공이 6, 7년간 계속 구토를 했던 시기는 청년기였다. 그래서 의학에 관심을 두었고 여러 가지 의서를 접하게 된다. 그러다가 아주 흥미로운 자료를 발견한다. 영추통천편이다. 그 글 속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묘사되어 있었다. “태양의 사람은 늘 자신만만하다. 큰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능력이 없으면서 과장하여 헛되이 말하고 생각은 늘 원대하다. 일을 처리할 때 상식적인 옳고 그름에 신경을 쓰지 않으며, 일에 임할 때는 항상 자기의 뜻에 맞게 처리하려고 한다. 일에서 실패가 있어도 항상 후회하는 법이 없다.” 이런 사람이 태양의 사람(太陽之人)이라는 것이다. 마치 2천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간 것처럼 사람의 다름에 대한 묘사는 생생했다.

태음의 사람은 탐욕스럽고 어질지 못하다. 겉으로는 겸손하고 단정한 듯 보이는데 자신의 생각을 깊이 감추고 있다. 안에 넣어두기를 좋아하고 내놓는 것을 싫어한다. 쉽게 마음이 동요하지 않고 또한 본디 게으르며 순발력 또한 없으니, 적당한 때에 맞춰서 즉시 힘쓰려고 하지 않고 뒤이어서 움직인다.”

소양의 사람은 자세하게 살피고 조사해서 자신을 스스로 귀하게 드러내는 것을 즐긴다. 아주 작은 관직에 있더라도 높은 직위인 양 스스로 뻐기고, 밖으로 교제하며 다니기를 좋아하고 안에 붙어 있지를 않는다.”

소음의 사람은 탐욕은 적은데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른 사람이 망하는 것을 보면 항상 무엇을 얻은 것처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해코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이에 오히려 성질을 내고, 질투하는 마음이 있으면서 인정이 없다.”15)

동무 공은 눈이 번쩍 뜨였을 것이다. 자신이 오래도록 품었던 의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자신은 분명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런데 통천편에 자신과 닮은 사람, 그리고 자신과는 전혀 이질적인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있었다. 사람의 다름에 대해 깨달으면서 크게 감명을 받았을 것이다. 태양지인 부분을 읽으면서는 혼자 속이 뜨끔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통천편의 내용을 더 신뢰하게 되었을 것이다.

 

탐인

수세보원사단론에서 사상인 중 태음인(太陰人)은 비박탐나인 중에 탐인(貪人)이다. “탐인은 어짐을 버리고 욕심이 끝이 없는 사람(棄仁而極慾者 名曰貪人)이다. 영추통천에서 태음지인(太陰之人)탐욕스럽고 어질지 못하다.(貪而不仁)”고 했다. 더 설명할 것도 없이 탐인과 태음인 그리고 태음지인의 개념은 동일하다.

 

사상인

동무 공의 위대함은 오태인(五態人)에서 음양화평지인(陰陽和平之人)을 덜어낸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16) 2천 년 전의 선인들과 달랐던 동무 공의 통찰이다. 그래서 태음지인 소음지인 태양지인 소양지인이 남았고, 이것은 그대로 태음인 소음인 태양인 소양인이 되었다. 통천에는 사상인의 구분에 관한 거의 모든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1) 사람을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네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2) 각각의 그룹 이름을 태음인 소음인 태양인 소양인이라고 붙인다.

3) 네 그룹에 각각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배당하고, 그에 대한 태도로 나누어 비인 박인 탐인 나인으로 다르게 부를 수도 있다.

4) 태음지인의 내용 중에 태음인의 간대폐소(肝大肺小)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리(臟理)의 아이디어가 있다. ()와 소()의 아이디어는 소음지인에 위소장대(胃小腸大)17)가 있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서울시 동대문구 세선부부한의원

2) 정용재, 『동의수세보원』 글항아리 2017. 12.

3) 東武 李濟馬(1837~1900)

4) 鄙人 薄人 貪人 懦人

5) 太陽人 少陽人 太陰人 少陰人

6) 東湖 權度杬(1921~2022)

7) 모든 사람은 8가지 체질을 타고 난다, 『미래한국』 <357호> 2009. 11. 18.

8)《壽世保元》 「太陽人內觸小膓病論」  
   太陽人解㑊噎膈不至死境之前 起居飮食如常人必易之 視以例病故入於危境而莫可挽回也 
   余稟臟太陽人嘗得此病 六七年嘔吐涎沫 數十年攝身倖而免夭錄 
   此以爲太陽人有病者 戒若論治法一言弊 曰遠嗔怒而已矣

9)갑오본(구본)이나 경자본(신본)은 편의상 붙인 명칭이다. 1901년(신축년)에 『동의수세보원』이 간행되었을 때는 각각 두루마리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으나, 실물 원고는 후대에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다. 

10)그래서 신본에서는 병증론의 편명이, 소양인 소음인 태음인 병증은 표리와 한열병으로 나뉘었는데, 태양인 병증론은 「외감요척병론」과 「내촉소장병론」이다. 

11)태양인이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근본적인 방법은 성을 내고 노여워할 일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12)‘사람의 다름’을 본 것이다.

13)비박탐나인과 태소음양인의 아이디어는 함께 출발했다. 

14)동무 공이 환자를 치료한 최초의 기록은 《수세보원》에서 「소양인비수한표한병론」에 나오는데, 공이 38세이던 을해년(1875년)에 상한으로 한다열소병을 얻은 소양인에게 육미탕을 투여했던 사례이다.  
   《壽世保元》 「少陽人脾受寒表寒病論」 
   嘗治少陽人 傷寒發狂譫語證 時則乙亥年淸明節候也 少陽人一人 得傷寒寒多熱少之病 四五日後午未辰刻 喘促短氣 伊時經驗未熟 但知少陽人應用藥 六味湯最好之理故 不敢用他藥 

15)《靈樞》 「通天」
    太陰之人 貪而不仁 下齊湛湛 好內而惡出 心和而不發 不務於時 動而後之 此太陰之人也
    少陰之人 小貪而賊心 見人有亡 常若有得 好傷好害 見人有榮 乃反慍怒 心疾而無恩 此少陰之人也 
    太陽之人 居處於於 好言大事 無能而虛說 志發乎四野 舉措不顧是非 為事如常自用 事雖敗而常無悔 此太陽之人也
    少陽之人 諟諦好自貴 有小小官 則高自宜 好為外交 而不內附 此少陽之人也

16) 동무 공은 이 부분을 《수세보원》의 「성명론」에서 성인(聖人)의 몫으로 두었다.

17) 이때 장(腸)은 대장이 아니라 소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